강진 사당리 가마터 고려청자
10만점 쏟아낸 국보급 유적
발굴 40년만에 500쪽 보고서
국박, 200점 엄선해 테마전
발굴 40년만에 500쪽 보고서
국박, 200점 엄선해 테마전
이 한권의 발굴보고서는 40년 가까운 세월을 삼키고 나왔다.
1964년 5월 국립박물관 학예관이던 미술사학자 최순우(1916~1984)가 전남 강진 사당리 가마터를 답사하던 중 기와 등의 청자조각들이 한가득 들어찬 촌부의 소쿠리를 보고 바로 발굴에 들어간 게 시작이었다. 청자 기와를 구워낸 가마터를 찾는 것은 한국 미술사의 비조로 그의 스승이었던 고유섭(1905~1944)이 생전 청자 기와를 만지며 품었던 염원이기도 했다. 이후 77년까지 9차례 발굴을 거쳐 최고의 고려청자 유적으로 우뚝 선 사당리 가마터에 대한 조사가 지난 연말 국립중앙박물관의 500쪽 넘는 보고서 발간으로 마침표를 찍게 됐다.
사당리 가마터는 한국 도자사의 국보급 유적이다. 저 유명한 청자 기와를 비롯해 10만점 넘는 청자 조각 등 유물들을 쏟아내면서 고려 전성기인 12세기부터 말기인 14세기까지 청자의 유장한 역사를 생생하게 드러냈다. 예산과 인력의 한계로 50여곳으로 추정되는 이곳 가마터 중 발굴된 곳은 불과 2곳이다. 청자 조각들도 “잡동사니만 많이 가져왔다”는 눈총 속에 오랫동안 수장고에 묻히는 설움을 받았다. 보고서를 낸 장성욱 학예사는 “엄청난 분량의 청자편들을 펼쳐놓고 분석할 공간이 없어 2000년대 서울 용산에 박물관이 이전하면서야 발간 준비가 본격화됐다”고 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90년대 출토품 일차 정리 작업을 토대로 전체 유물의 기종별 정리와 세부 형식 분류, 재질 분석 등의 성과를 담았고, 출토품 실측 도면과 사진 등도 실어 발굴의 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게 했다.
보고서 발간에 맞춰 박물관에서는 지난해 12월22일부터 테마전 ‘강진 사당리 고려청자’를 열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 출토 도편 200여점을 간추려 선보이는 중이다. 고려 의종 11년(1157년)에 청자 기와를 올린 정자 양이정을 지었다는 <고려사> 기록에 부합되는 청자 암막새와 수막새, 처음 공개하는 마구리 기와 등이 도입부에서 시선을 끌어당긴다. 안쪽에는 영롱한 하늘 빛깔의 순청자 명품인 참외모양병과 황촉규무늬잔 완형 등과 이들과 같은 모양의 사당리 출토 청자 조각들이 비교 전시돼 유적의 가치를 새롭게 실감하도록 해준다. 세계 도자사에서 신비의 가마로 꼽히는 중국 송대 여요와의 교류상을 보여주는 정교한 윤곽선의 잔 조각, 갖가지 화려하고 우아한 동물, 식물 무늬 새겨진 잔편들이 푸른 도자기가 펼치는 황홀경 속으로 관객을 이끌어간다. 21일까지. (02)2077-9522.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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