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 같은 최광호 사진가의 ‘육갑병신’ 전 현장. 작가 얼굴, 작업실 주변 하늘·땅을 담은 사진들, 줏어모은 잡동사니들의 샹들리에 등이 전시장 바닥의 은박지 위에 마구 널브러져 있다.
신작전 ‘육갑병신’
‘최민식 사진상’ 수상 논란 뒤
자연서 얻은 신명의 체험 담아
거친 ‘난장판’ 펼치며 심기일전
‘최민식 사진상’ 수상 논란 뒤
자연서 얻은 신명의 체험 담아
거친 ‘난장판’ 펼치며 심기일전
문자 그대로 난장판이다.
번쩍이는 은박지 깔아놓은 바닥에 사진 무더기들이 막 발에 밟히고, 굴껍데기가 달라붙은 해녀의 유리부표도 굴러다닌다. 벽에는 눈을 부릅뜨거나 질끈 감은 큼지막한 작가의 얼굴사진들과 필름 없이 빛으로만 식물을 현상한 포토그램들이 어지럽게 나붙었다. 길에서 주은 유리조각, 몽돌들로 얼기설기 엮은 천장 샹들리에는 또다른 소품이다. 백색 공간에 정연하게 작품들을 배열한 기존 사진전의 정제된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조악하고 거칠기 짝이 없는 전시장이다.
강원도 평창 작업실에서 6년째 노심초사 사진을 만들어온 작가 최광호(60)씨의 ‘육갑병신’전은 올해 회갑을 맞은 그의 기묘한 기념제다.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의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펄펄 튀는 야성이 와닿지만, 왜 발광처럼 비치는 과격한 난장을 굳이 벌였을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최 작가는 지난 20여년간 사진판 사람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전위적 작업을 불사해왔다. 홀랑 벗고 갖가지 포즈의 자화 누드를 찍어 대자연과 자신이 한몸이 되는 순간을 재현하려했고, 정액을 담은 손바닥에 앵글을 들이대는가하면, 필름없이 빛으로만 사물을 인화하는 작업도 벌여왔다. 이 거칠고 날선 작업 과정에서 그는 내내 죽음과 삶에 대한 각성을 떠올리고 나름 재현하려 애썼다.
그런 그가 최근 비바람 몰아친 어느날 평창 작업실 주위의 산과 하늘, 땅을 하염없이 찍고 돌아다니는 신명 체험에 몰입했다. 그 감흥을 접어두기 아까워 그때 찍은 사진들과 작업실의 갖가지 잡동사니들을 거둬 느낀대로 부린 것이 이 전시라는 설명이다. “삼일 동안 내린 비가 나를 걷게 했다. …비를 맞으면서 지금 허공과 자연에 대해 충만했던 느낌을 벽면에 사진을 걸지 않는 전시로 전하고 싶었다”고 그는 말한다. 사진평론가 진동선씨의 평처럼 “육십되어 새롭게 다가온다는 모든 것을 안고 품고 채우는 근원적 공(空)에 대한 사진적 행위”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육갑병신이란 제목이 상징하듯, 전시 이면에는 최 작가가 지난해 겪은 상처가 얼비치기도 한다. 다큐사진의 거장을 기리는 최민식 사진상을 수상하는 성취를 이뤘으나, 전위적인 사진 만들기를 해온 그의 이력을 문제삼아 수상 기준의 적절성을 놓고 사진계에서 첨예한 논란이 일어났고, 결국 사진상 폐지까지 이른 저간의 곡절이 그로 하여금 또다른 성찰과 심기일전을 다짐하는 제의를 펼치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작가는 올해 11월 연을 맺은 60명 사진가들과 함께 전시를 열어 그들의 사진을 환갑잔치 축의금으로 받겠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23일까지 서울 관훈동 갤러리 나우. (02)725-2930.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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