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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전위작가 김구림, 46년만에 다시 불 지른다

등록 2016-02-18 20:36

한국 첫 대지미술 ‘현상에서 흔적으로’
잔디밭 태워 존재의 소멸·시작 그려
새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서 재연
김구림 작가가 1970년 선보였던 국내 최초의 대지미술 작업 ‘현상에서 흔적으로’. 네 개의 불탄 삼각형 흔적은 죽음과 소멸을, 그 위에 맞물린 타지 않은 세 개의 역삼각형은 생명을 상징한다. 이 흔적들이 푸른 싹에 덮여 사라지는 변화까지 보여준 이 작업은 음양의 공존과 조화라는 작가 특유의 동양철학적 메시지를 담았다.<한겨레> 자료 사진
김구림 작가가 1970년 선보였던 국내 최초의 대지미술 작업 ‘현상에서 흔적으로’. 네 개의 불탄 삼각형 흔적은 죽음과 소멸을, 그 위에 맞물린 타지 않은 세 개의 역삼각형은 생명을 상징한다. 이 흔적들이 푸른 싹에 덮여 사라지는 변화까지 보여준 이 작업은 음양의 공존과 조화라는 작가 특유의 동양철학적 메시지를 담았다.<한겨레> 자료 사진
1970년 4월 행위예술로 주목받던 청년작가 김구림은 서울 뚝섬 살곶이다리 근처의 둑 언덕을 찾아가 잔디밭에 불을 지르는 기행을 벌였다. 정월 대보름 두렁을 태우는 쥐불놀이와 비슷했는데, 잔디언덕에 4개의 연속된 삼각형 윤곽을 그려놓고 그 안에 불을 질러 검게 태운 흔적을 남긴 것이었다. 그 뒤 푸른 잔디싹이 돋아나 불탄 흔적들이 사라지게 되는 자연적 변화의 과정까지 함께 보여주면서 ‘존재의 소멸과 새로운 시작’이라는 화두를 던지려는 의도였다. ‘현상에서 흔적으로’란 제목이 붙은 이 불지르기 퍼포먼스는 이후 한국 현대미술에 ‘대지미술’(땅 등 자연 자체를 소재로 한 예술장르)의 시작을 알리는 역사적 시도로 남게 됐다.

이 기념비적 작업이 46년 만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재연된다. 미술관 쪽은 올해 과천관 건립 30돌 기념행사의 하나로 다음달 중순 과천관 건물 앞뜰에서 올해 팔순이 된 김 작가가 46년 전 작업 방식 그대로 직접 잔디밭에 불을 지르는 ‘현상에서 흔적으로’ 재연 무대를 펼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작업 장소는 미술관 진입로에서 본관으로 올라가는 언덕배기 조각공원에 있는 약 300평 정도의 빈 잔디밭이다. 이곳을 폭 8m짜리 삼각형 네 개로 구획한 뒤 불을 질러 흔적을 남기고 이후 싹이 올라 서서히 푸른빛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게 된다. 공공미술관 안에서 불을 지르는 퍼포먼스는 국내 처음 시도되는 작업이다. 실연자인 김구림 작가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실험미술의 대가란 점에서 미술판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미술관 쪽은 불이 번지는 돌발 상황에 대비해 잔디밭 주변에 고랑을 파고, 소방차도 대기시킨 가운데 퍼포먼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46년 전 김 작가가 불을 질렀던 뚝섬 둑 언덕은 현재 건물숲으로 변해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다음달 재연할 작업이 과거 뚝섬과는 지형적 조건이 다르고 공간도 작지만, 작가가 당시 현장의 분위기를 살려 재연하는 만큼 국내 첫 대지미술 작업의 의미를 새롭게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미술관 쪽은 기대하고 있다. 김구림 작가는 “70년 당시엔 화단에서 이게 무슨 작품이냐는 비난만 받았는데, 이제 선구적인 예술로 인정받고 직접 실연까지 하게돼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그는 8월부터 내년 1월까지 열리는 국립현대미술관의 과천관 30주년 기념전에도 구작과 신작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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