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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꿈같은 대자연에서 잡아낸 인간과 동물의 우연한 몸짓

등록 2016-02-22 18:53수정 2016-02-22 18:53

인간, 문명, 동물, 자연의 따듯한 공존을 보여주는 펜티 사말라티의 사진들. ① 개가 주인의 가방을 물고 길을 걸어가는 정경을 담은 러시아 솔로브키의 풍경(1992).   ⓒPentti Sammallahti, 공근혜갤러리 제공
인간, 문명, 동물, 자연의 따듯한 공존을 보여주는 펜티 사말라티의 사진들. ① 개가 주인의 가방을 물고 길을 걸어가는 정경을 담은 러시아 솔로브키의 풍경(1992). ⓒPentti Sammallahti, 공근혜갤러리 제공
핀란드 사진가 펜티 사말라티
28일까지 공근혜갤러리 첫선
핀란드 사진가 펜티 사말라티
핀란드 사진가 펜티 사말라티
이 사진가는 우연이 빚어낸 절묘한 풍경들을 필름 수작업으로만 보여준다. 그것도 인간과 동물이 자연 속에서 어우러진 초현실의 세계를. 깊은 숲에서 흰 토끼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토끼처럼 앉아있고, 옆으로 죽 벋은 인도의 나무 밑에서 개 한 마리가 나뭇가지와 평행을 이루며 요가하듯 기지개를 펴며, 여명의 시간 물밑에서 튀어오른 개구리 머리가 25x30㎝의 작은 사진들 속에 펼쳐지고 있다.

② 인도 바라나시에서 찍은 ‘소 위의 강아지’(1999).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소 등위에 올라가 몸을 누인 강아지의 정경을 담아낸 수작. ⓒPentti Sammallahti, 공근혜갤러리 제공
② 인도 바라나시에서 찍은 ‘소 위의 강아지’(1999).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소 등위에 올라가 몸을 누인 강아지의 정경을 담아낸 수작. ⓒPentti Sammallahti, 공근혜갤러리 제공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핀란드 거장 펜티 사말라티(66)의 풍경사진들은 오랜 시간을 머금고 있다. 그가 상상하기 힘든 인내로 지켜보면서 포착한 사진 속 피사체에는 인간 세계를 관조하거나 사색하는 듯한 동물들이 있고, 자연·동물과 하나가 된 오지 사람들의 순수한 일거수일투족이 어려있다. 아름다운 눈밭과 풀밭, 마을 등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교감을 작가는 예민한 눈길로 집어낸다.

사말라티의 작업들은 서울 청와대 들머리에 있는 삼청동 공근혜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지난달부터 ‘여기 그리고 저 멀리(Here far away)’란 제목 아래 열리고 있는 첫 한국 전시다. 몽환적인 자연 속에서 온기를 피워올리는 사람과 동물들의 풍경을 담은 전시에는 작가가 핀란드, 러시아 등 북구를 중심으로 전세계를 돌며 찍은 대표작 소품 70여점이 전시장 1, 2층 곳곳에 내걸려 있다.

③ 초기작품인 ‘리스티사리, 핀란드’(1974). 언덕 너머의 해를 배경으로 수면에 머리를 내민 개구리를 절묘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Pentti Sammallahti, 공근혜갤러리 제공
③ 초기작품인 ‘리스티사리, 핀란드’(1974). 언덕 너머의 해를 배경으로 수면에 머리를 내민 개구리를 절묘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Pentti Sammallahti, 공근혜갤러리 제공
크기는 작지만 공들인 인화작업으로 감도를 증폭시킨 풍경들은 사진 속 대상과 작가 사이를 가르는 대기감이 느껴지는 공간구성이 돋보인다. 설원으로 가득한 스칸디나비아 반도 뒤켠 백해 인근의 러시아 소도시 솔로브키의 사람과 동물 풍경을 찍은 90년대초 ‘러시아의 길’ 연작에서 진수를 엿볼 수 있다. 영하 20도를 넘는 혹한 아래 우수수 얼음알갱이들이 흩뿌려질 듯한 안개 속 마을의 풍광과 길, 그 위를 걷는 주민과 주인을 좇는 개의 몸짓들이 선연하게 눈에 들어온다. 대자연 풍광을 세밀한 시선으로 포착한다는 점에서 자연사진의 거장 안셀 아담스를 연상케하고, 동물과 인간의 우연한 몸짓이 의미로 다가오는 절묘한 순간을 즉물적으로 잡아낸다는 면에서는 ‘결정적 순간’의 대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그늘도 느껴진다. 북인도의 차가운 밤에 찍었다는, 따듯한 소 등 위에 올라가 몸을 누인 강아지 사진은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자, 대표작이다.

어릴 적 사진기자였던 친할머니의 작업을 보며 전문사진가의 꿈을 키웠다는 사말라티는 타고난 떠돌이 기질 탓에 지금도 내키는대로 세계 곳곳을 돌며 우연한 풍경들을 찍고 있다고 한다. 북구 특유의 부드럽고 섬세한 공간미학으로 최근 세계 사진계에서 약진하고 있는 핀란드 현대사진의 수작들을 볼 수 있는 드문 자리다. 28일까지 (02)738-7776.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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