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환 작가의 목판화 근작인 ‘산수’. 그의 판화에는 강한 칼맛과 섬세한 색감이 어우러져 있다.
판화가 손기환 개인전 ‘산수’
뭉툭하고 거친 덩어리·선으로
반추상적 풍경 고집스레 찍어
뭉툭하고 거친 덩어리·선으로
반추상적 풍경 고집스레 찍어
중견 판화가 손기환씨는 시련의 역사를 견뎌온 이땅 산하의 강인한 정경들을 칼맛나는 전통 목판화로 표현해왔다. 현실의 산과 강, 들녘, 풀꽃 등의 경치를 담되, 나름의 관조와 해석을 거쳐 뭉툭하고 거친 덩어리와 선들로 채운 반추상적 풍경들을 고집스럽게 찍어왔다.
서울 관훈동 나무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근작전 ‘산수’에는 작가만의 독창적 해석과 기법이 돋보이는 판화들이 내걸렸다. 국토 기행을 통해 사생한 뒤 그의 시선과 성찰 속에서 곰삭여진 산과 들녘, 강, 풀꽃 등의 정경들은 얼핏 단순하고 거칠어 보이지만, 보면 볼수록 눈으로 되새김하는 맛이 새롭게 우러나온다.
이 되새김의 재미는 미묘한 진폭을 지닌 새김선과 세심하게 들어간 채색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산하의 윤곽을 담은 판화의 풍경마다 선을 파는 판각의 기운이 각기 달라 자세히 보면 선묘의 미묘한 떨림 같은 것이 느껴진다. 꽃이나 산, 들녘에 입힌 색깔들도 선묘를 새기는 형식과 구색에 맞춰 섬세하게 톤을 달리 맞추면서 생생한 느낌을 살려냈다. 거칠고 호방한 분위기와 세련된 필선과 색감이 공존하는 흥취를 자아낸다.
작가는 청년시절 목판화에 입문한 이래, 그림책 삽화 작업 등도 병행하면서 대중성을 겸비한 판각작업에 천착해왔다. 풍경을 사생하고 정밀하게 묘사하는 데 치중하지 않고 끊임없이 재해석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는 것이 손기환 판화의 저력이다. 풍경을 축약하고 기운을 불어넣는 전통 진경산수의 정신을 현대적인 시선으로 소화하려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작가는 “풍경에 대한 심리적 이미지를 담기에 목판화는 매우 매력적인 매체”라고 말한다. 3월6일까지. (02)722-7760.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손기환 작가의 목판화 근작인 ‘제주’. 그의 판화에는 강한 칼맛과 섬세한 색감이 어우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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