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강재형씨.
아나운서 강재형씨 이색 전시
4년 남짓 <한겨레>에 칼럼 ‘말글살이’를 연재했던 아나운서 강재형씨가 서울 연희동의 전시공간 쌀롱 아터테인에서 색다른 개인전시를 열고 있다. <텍스토그램>(TEXTOGRAM)이란 제목 아래 한글 등의 문자 텍스트들을 다채로운 이미지들로 변환해 만든 작품 13점을 선보이는 중이다.
강씨가 전시에서 강조하는 건 한글을 비롯한 문자와 문자들이 이루는 텍스트, 그리고 이들이 우리 삶과 관계 맺는 소통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특히 나라말 한글의 뿌리인 세종의 <훈민정음>을 소재로 한 작업들이 눈길을 끈다. ‘훈맹정음 108’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글 점자체계 ‘훈맹정음’의 108개 점자들을 각각 별도로 찍어 색채를 입히고 겹쳐서 만든 그래픽 작품이다.
원래 용도대로 시각장애인은 읽을 수 없지만, 볼 수 있는 점자라는 점에서 텍스트 이미지의 역설을 드러낸다. 음운별 발음을 입 모양의 사진 이미지들로 나타낸 ‘입꼴’ 그림, 작가가 유년기에 쓴 글을 원고지에 옮겨 쓴 이미지로 보여주는 ‘아기나무 앤 나그네와 호랑이’ 등의 작업들도 나왔다. 인간의 생각을 현실에 드러내는 문자와 텍스트의 존재에 대한 작가적 고민이 엿보이는 작품 마당이다.
강씨는 2011년 <해피 스카이>란 제목의 첫 전시를 연 이래 문자를 이미지 작품으로 제작하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8일까지. (02)6160-8445.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음운별 발음을 입 모양의 사진 이미지들로 나타낸 ‘입꼴’ 그림. 도판 쌀롱 아터테인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