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온갖 상상 허락되는 백남준이란 ‘화폭’

등록 2016-03-10 19:00수정 2016-03-11 08:55

백남준 10주기 특별전 ‘다중시간’

백남준 ‘전위정신’에 대한 오마주
후대작가들, 주요작품 이미지 골라
지금시대의 영감·상상력으로 해석
‘다중시간’전에 나온 이자벨라 퓌른케스의 비디오 퍼포먼스 ‘거꾸로 반대로’. 기계 모니터에 계속 명멸하는 잡다한 이미지들과 그 앞에 누운 행위예술가 사이의 상호작용을 보여준다. 백남준 비디오아트에 깃든 특유의 휴머니즘을 반추한 작품이다. 사진 노형석 기자
‘다중시간’전에 나온 이자벨라 퓌른케스의 비디오 퍼포먼스 ‘거꾸로 반대로’. 기계 모니터에 계속 명멸하는 잡다한 이미지들과 그 앞에 누운 행위예술가 사이의 상호작용을 보여준다. 백남준 비디오아트에 깃든 특유의 휴머니즘을 반추한 작품이다. 사진 노형석 기자
흔히 ‘예술의 전위’로 풀이되는 ‘아방가르드’는 원래 적 진영을 살피려고 먼저 뛰어드는 척후병을 일컫는 말이다. 20세기 초부터 서구미술사에 자취를 새긴 아방가르드 작가들은 이런 전위의 본령대로 엄습해오는 미래 문명의 새 흐름을 깨닫고 이에 대한 통찰을 대중에 던지는 데 열정을 바쳤다. 비디오아트의 원조 백남준(1932~2006)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20세기 중반 미디어 총아로 떠오른 텔레비전 스크린을 새로운 화폭으로 생각했다. 비디오아트가 부유하는 화면을 “레오나르도처럼 정확하게, 르느와르처럼 다채롭게, 피카소처럼 자유롭게, 몬드리안처럼 심오하게 만들어 주리라”고 확신했던 것이다.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고있는 10주기 특별전 ‘다중시간’은 고인의 전위정신에 대한 후대 작가들의 ‘다중적인 경의’를 보여주는 신작 모음이다. 백남준 주요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시공간과 사물들을 21세기 젊은 작가들과 인문과학 지식인들이 콕 집어내어 지금 시대의 관점에서 해석한 비디오아트, 개념미술의 새 변종들이 여기저기 빛을 내고 있다. 관객은 입장한 뒤 1층에 상설전시된 백남준의 첼로 퍼포먼스와 티브이 부처, 티브이 정원, 로봇 같은 설치영상물들부터 눈여겨 봐야한다. 그레고르 얀센 독일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 관장과 신화학자인 유재원 한국외국어대 교수, 뇌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등 인문·과학 분야 기획자 11명이 1층의 작품들 중 한점씩을 각각 골라 이를 모티브로 작가들과 협업하며 2층에 신작들을 벌여놓았기 때문이다.

2층에서 만나는 16개 팀 작품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소음, 영상, 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제각기 백남준에게서 받은 영감을 불러낸다. 유재원 교수와 유비호 작가는 협업한 조각비디오 설치작업 ‘상호침투’를 통해 별무리와 압정의 흔들림 등을 보여주면서 백남준이 세상사를 조합한 영상으로 드러냈던 천지창조 신화 모티브를 복기한다. 파편적 이미지들이 흘러가는 모니터 영상 앞에 등을 돌리고 마냥 누운 사람을 실제로 등장시킨 그레고르 얀센과 이사벨로 페른케스의 설치영상 ‘거꾸로 반대로’는 기계문명시대의 휴머니즘이란 생각거리를 던지고 있다.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와 작가 빠키가 함께 만든 움직이는 설치영상물 ‘마인드 바디 프로블럼’은 백남준의 ‘로봇 K-456’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영상을 발산하며 사지를 움직이는 이 기계 작품은 자아를 지니게 된 로봇 탄생 과정을 보여주며 최근 관심사인 인공지능에 대한 성찰을 일깨운다. 어둔 방 웅웅거리는 소음으로 백남준의 다층적 이미지 세계를 추체험하게 하는 김소라씨의 작업도 주목된다.

현대 미디어아트작업의 난만한 형식적 파격과 자유로움을 엿볼 수 있는 자리지만, 1, 2층 전시가 격리돼 일반 관객들에겐 신기하고 떠들썩한 난장 정도로 비친다는 점이 한계로 남는다. 7월3일까지. (031)201-8500.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