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년 당시 경주를 찾아와 신라고분 유물들을 발굴중인 스웨덴 황태자 구스타프 아돌프. 그가 발굴한 신라무덤은 당시 스웨덴의 한자표기 ‘서전(瑞典)’과 출토된 ‘봉황(鳳凰)’ 금관장식의 앞 한글자씩을 따서 ‘서봉총’으로 이름붙여졌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적석목곽분 실체 파악에 초점
경주 노서동에 있는 신라고분 서봉총은 1926년 조선을 방문중이던 스웨덴 황태자 구스타프 아돌프가 발굴작업에 참여한 인연과 봉황 모양 장식이 달린 금관(보물 339호) 출토품으로 유명하다. 국립중앙박물관이 11일부터 이 유서깊은 옛 무덤의 재발굴에 착수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물관 쪽은 물리탐사로 지하 얼개를 확인한 뒤 일제 시대 총독부가 남긴 사진, 문서와 비교 발굴하는 방식으로 11월초까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봉총은 북분과 남분 두 무덤이 연이어 붙어있는 쌍분이다. 봉분은 발굴당시 제거해 지금은 평평한 터만 보인다. 무덤 이름은 구스타프 황태자의 나라인 스웨덴의 한자표기 ‘서전(瑞典)’과 그의 손으로 수습된 ‘봉황(鳳凰)’ 금관장식의 앞 한글자씩을 따서 붙인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구스타프 황태자와 일본인 학자 고이즈미 아키오가 조사해 금관과 은합 등의 유물을 발굴한 곳은 북분에 불과하다. 남분은 1929년 영국인 귀족 데이비드 퍼시벌의 자금 지원으로 조사를 벌인 까닭에 속칭 ‘데이비드총’이라고 불린다.
일제가 처음 발굴조사한 지 90년만에 벌이는 이번 조사는 여전히 안개에 싸인 신라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분)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박물관은 바로 옆 금관총의 재발굴로 무덤 측면과 상부 돌무지의 쌓기 방식을 밝히는 성과를 올린 바 있는데, 이번 발굴은 봉분 아래 바닥면을 전면조사하는 것이어서 무덤의 하부구조와 남분, 북분의 연관관계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5세기께 왕족 여성이 묻힌 것으로 추정하는 서봉총은 1926년 발굴 당시 고구려 연호로 추정되는 ‘연수원년신묘(延壽元年辛卯)’린 기년명을 새긴 대형은제그릇이 나와 신라고분들의 시기를 추정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되는 유적이기도 하다. 조사 현장은 5월11일부터 10월 5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3시 일반 공개된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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