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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낯선 괴한 아닌 우리곁의 성폭력 가해자 ‘평범성’에 주목”

등록 2016-04-13 22:14수정 2016-04-13 22:14

왼쪽부터 양무현, 이준아씨
왼쪽부터 양무현, 이준아씨
여성주의 시각예술공동체 ‘언니모자’ 양무현·이준아씨 등 ‘프로젝트전’
“성폭력을 자행하는 가해자들이 어떤 인물인지 탐구했어요. 대부분 바로 우리 곁에 사는 ‘평범한’ 이들이었어요.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한밤중에 으슥한 길에서 급습하는 낯선 괴한이 아니라, 일상에서 가족이나 이웃이나 동료로 관계를 맺고 있는 ‘아는 남성’들이 교묘하게 본색을 드러내는 사례가 대부분이었어요. ‘주체할 수 없는 성욕’ 때문이 아니라 오랜 시간 여성(성)을 대상화하는 가부장 지배 사회의 폭력성이 깔려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14~28일 서울 성북예술창작센터에서 <평범한 폭력> 전시회를 하는 ‘언니모자’가 내건 주제의식이다. 언니모자(시스터후드)는 청소년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친구인 양무현(맥주·28), 이준아(쥬나리·29)씨가 꾸린 여성주의 시각예술공동체다.

이들은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시각예술 작업을 선보인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여성 시각예술가 5명은 맨 먼저 <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를 함께 읽고 ‘주제’를 압축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 장애여성공감 부설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등을 방문해 현장 활동가들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데이트폭력의 특성과 대처 방법, 성관계·성폭력의 모호한 경계와 구분 방법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지난 1월초 트위터를 통해 프로젝트 기획 의도를 공개하고 성폭력 생존자들의 피해 경험 원고를 모집했다. 모두 5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그들의 글 속에는 10명의 성폭력 가해자가 들어 있다. “여러 명에게 가해를 당한 사례가 많았어요.”

생존자들이 서술한 가해자의 성격과 외양 등에 대한 묘사를 단서로, 5명의 작가들이 폭력의 과정을 되짚어보며 그 일상성을 분석했다. “글을 보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휘두르는 폭력적인 말과 행동들이 생생하게 살아 숨쉬죠. 거기에서 영감을 받아, 작가들은 가해자들의 면모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파헤쳐봤어요. 가해자들이 연출하는 폭력적인 상황을 드러내기도 하고, 가해자들이 지닌 지배 욕구에 대해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기도 했고요.”

권순영씨는 한국인 20대 남성 100명의 얼굴을 겹친 이미지를 통해 가해자의 평범함을 표현하고자 했다. 임이혜씨는 ‘평범’을 가장한 가해자의 비겁한 모습을 묘사했다. 이정은씨는 가해자의 외모와 성격, 폭력 당시 상황을 묘사한 단어들을 토대로, 제3자의 시각에서 가해자를 상상해봤다. 양무현씨는 상냥했던 가해자가 돌변해 폭력의 촉수를 뻗는 순간을 포착하고자 했다. 이준아씨는 가해자들이 생존자들과의 사회적 관계와 감정에 기생한다는 것에 착안하여 가해자들의 얼굴을 기생식물의 이미지와 결합시켰다.

언니모자는 2013년 작가 신학철과 김홍석이 미술에서 여성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비판하는 글 ‘헬로우, 미스터 김’ 발표로 활동을 시작했다. 2015년 청년관을위한예술행동 주최 <미술관의 탄생>, 성매매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알로호모라, 아파레시움! 미아리 더 텍사스>, 경기문화재단 주최 <실신프로젝트 남.양.광.하> 등 여러 전시에 참가했다. 특히 지난해 서울과 대구의 퀴어문화축제에서 보지색칠놀이책 <안녕 보지>와 보지쿠키·엽서 등을 판매하는 ‘역발상 기획’으로 주목을 받았다.

14일 오후 5시 오프닝 리셉션에서는 김사월씨의 초대 공연도 열린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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