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중선농원의 갤러리 건물 앞에 선 김재옥씨.
국내 외교 안보 분야의 학계 권위자인 문정인(65)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부인 김재옥(65)씨 부부가 제주 한라산 기슭 중산간에 있는 선친의 농장을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새롭게 꾸려 내놓았다. 16일 오후 제주시 영평길 269번지 한라산 자락에 자리한 옛 농원에서 개관식을 열고 선보인 ‘중선농원’이 화제의 공간이다. 이날 개관식에는 문정인, 김재옥 부부를 비롯해 원희룡 제주도지사, 공로명·김성환 전 외무부 장관, 화가 김홍주·오치균씨, 조정렬 갤러리현대 대표, 이상규 케이옥션 대표 등 정관계·문화예술계 인사 100여명이 참석해 새 문화공간의 탄생에 박수를 보냈다.
제주 중선농원에 들어선 전시장과 카페 등의 문화공간들.
2300여평의 탁트인 감귤밭이 주위에 펼쳐지는 이 문화공간은 모두 네 곳으로 이뤄져 있다. 화산암을 쌓아 벽체를 만든 옛 감귤농장 창고들을 리모델링한 비영리 전시장 ‘갤러리2’와 카페공간, 작은 인문예술도서관 청신재, 문 교수 부친이 말년까지 귤농사를 지으며 살던 집을 리모델링한 게스트하우스 태려장이다. 이 농원은 문 교수 선친이 타계한 뒤 한동안 손을 대지 못했다가 지난해 부인 김재옥씨가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로 마음먹고 1년여간의 리모델링 공사를 벌여왔다. 뉴욕의 미술 관련 기관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딸 문혜연씨와 김씨의 문화예술계 은사인 김원 건축가 등의 조언에 힘입은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설계실무를 맡은 최석원 건축가와 기획자 정재호씨의 도움이 더해지면서 새 공간의 구조와 미감이 더욱 튼실해졌다. 옛 감귤창고의 낡은 지붕을 반투명 플래스틱 패널에 목조 골조 얼개를 얹은 채광 지붕으로 바꾸면서 단순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의 공간이 만들어졌다는 평이다.
김홍주 작가의 목조각품이 처음 전시된 갤러리 내부 모습.
갤러리2에서는 개관전시로 중견화가 김홍주씨의 대작 그림과 목조각상 2점을 8월까지 선보이게 된다. 버려진 나무통을 사람 형상으로 다듬고 표면에 칼로 잔금을 가득 새긴 목조상들은 작가가 사실상 처음 공개하는 입체조각 작업들이어서 눈길을 모은다. 전시장에서는 앞으로 50~60대 중견작가들의 신작들을 주로 선보일 예정이다. 소유주 김재옥씨는 10년 전까지 미국 앨라바마 오번 대학 교수로 패션 미학 등을 가르쳤고, 지금도 국내 대학에서 미학 마케팅 등을 간간히 강의하면서 현대미술품도 수집해온 컬렉터다. 김씨는 “어릴 적부터 많은 이들이 미술에 대한 사랑과 성찰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게 꿈이었다. 남편 선친의 땀과 숨결이 어린 곳에서 소망을 이뤄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털어놓았다.
글·사진 제주/노형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