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방아람 피아니스트, 이은준 플루티스트, 박연민 피아니스트. 사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인터뷰 ㅣ 코리안심포니 협연 신예 3인
오디션 통해 협연 기회 얻어
‘꽃봄콘서트’…30일 예술의전당
오디션 통해 협연 기회 얻어
‘꽃봄콘서트’…30일 예술의전당
이제 막 인생의 싹을 틔워 뿌리내리려는 청춘에 어울리는 계절을 고르라면, 봄만한 것이 또 있을까. 4월의 마지막 토요일인 30일, 이름마저 설레는 ‘청춘대길 꽃봄콘서트’가 열린다. 30여년 전통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신예 연주자 3명이 함께하는 무대다. 올해로 5번째, 실력은 있지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젊은 연주자들에게 협연의 문을 여는 ‘라이징스타’ 오디션에 당당히 합격한 피아니스트 방아람(34)과 플루티스트 이은준(26)을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독일 유학 중에 아직 귀국하지 않은 피아니스트 박연민(26)은 전자우편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에겐 오디션을 통한 협연 기회 자체가 흔치 않단다. 그래서 그런지 3명 모두 “신인에게 자신을 알릴 기회를 줘서 기쁘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준은 좀 더 우여곡절이 많았다. “오디션 일정을 너무 늦게 알게 돼 포기할까도 했고, 2차 실기 전형 땐 다른 공연 리허설 때문에 제일 먼저 손들고 시험 치겠다고 했죠. 욕심을 내려놔서 오히려 결과가 좋았던 것 같아요.”
“귀한 기회”(박연민)를 잡았다지만 이들 모두 만만찮은 이력을 갖고 있다. 방아람은 경희대 음대를 수석 졸업하고 2015년 독일 바이마르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2014년에는 이탈리아에서 열린 발세시아 국제 콩쿠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은준은 2015년 프랑스 파리국립고등음악원 석사 및 실내악 과정을 졸업하고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단원에 선정되기도 했다. 박연민 역시 2013년 한국쇼팽콩쿠르 1위, 2014년 중앙음악콩쿠르 1위 등 수상 성적이 화려하다. 그는 현재 독일 하노버 음대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하는 방아람은 “이 곡은 독일 유학 뒤 제 첫 협연곡이기도 해요. 이제 귀국해 한국에서의 첫발을 내딛는 시기에 이 곡을 다시 연주하는 것은 제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죠”라고 했다. 박연민이 협연곡으로 고른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랩소디’에도 숨은 의미가 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곡 중에 하나예요. 봄에 색색의 꽃이 피어나듯 변주곡 형식을 가진 곡이죠. 관객들에게 그 다채로움을 보여주고 싶어요.” 모차르트 ‘플루트 협주곡 1번’을 고른 이은준은 “지금으로 치면 ‘벚꽃엔딩’ 같은 곡”이라고 설명했다. “모차르트가 아버지의 품을 벗어나 22살에 쓴 곡이에요. 사랑을 꿈꾸는 봄의 느낌이 많이 담겼죠”라고 덧붙였다.
이들에게 ‘나는 한 연주자다’라는 형식의 자기소개를 부탁했다. 박연민은 “나는 진실된 피아니스트다”라고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와 음악을 꾸밈없이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이란다. 방아람은 어떨까. “나는 특별한 피아니스트다.” 무슨 뜻일까. “과장된 해석이나 화려한 동작 없이 음악 자체만으로 특별함을 전달하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은준은 “나는 행복을 전하는 플루티스트다”라고 말했다. “제 음악을 듣고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한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내친김에 ‘나에게 음악은 다’라는 질문도 던져봤다. “아직 젊은 나이라,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음악은 인생이에요. 연주자는 한 6개월 정도 한 작품을 연주해요. 그 시간만큼은 그 작품의 인생을 살아내는 거라고 생각해요.”(방아람) “음악은 산책로예요. 비가 올 때도, 날이 갤 때도 있지만 묵묵히 걷다 보면 생각이 정리될 때가 있잖아요. 기분 전환도 되고요. 음악이 우리에게 주는 것도 그런 행복한 시간인 것 같아요.”(이은준) “음악이란 나 자신, 박연민이에요. 저라는 사람 자체가 음악에 그대로 반영이 되니까요.”(박연민)
젊은 연주자들은 어떤 ‘선배’를 멘토로 삼고 싶은지 궁금했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방아람), 마르타 아르헤리치(박연민) 등의 답들이 나왔다. “호로비츠가 70대 후반에 한 연주를 두고 인생에서 가장 완숙한 연주라고 해요. 저 역시도 나이 들수록 더 잘하는 그런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방아람)
이들이 무대에서 활짝 필 ‘꽃봄콘서트’는 오는 30일 오후 2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롤주립극장 수석지휘자 홍석원이 지휘한다. 문의 (02)580-1300.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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