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오디컴퍼니 제공
아시아 초연 디즈니 뮤지컬 ‘뉴시즈’
흔히 ‘빵모자’라 부른다. 머리 뒤를 꾹 눌러줘 바삐 뛰어다녀도 벗겨지지 않을 것 같은 이 모자의 정식 명칭은 ‘뉴스보이캡’. 19세기 말~20세기 초 미국과 유럽 등지의 신문배달 소년들이 주로 쓴 데서 유래했다. 그 소년들을 사람들은 ‘뉴시즈’라 불렀다. 신문이 세상의 주인공이었던 시절, 거리에서는 배곯는 소년들이 신문을 팔며 생계를 이었다. 만약 이 소년들이 권력에 맞서 파업을 일으켜, 심지어 성공했다면? 뮤지컬 <뉴시즈>는 1899년 미국 뉴욕에서 2주간 벌어진 ‘뉴스보이 파업’ 실화를 다룬다. 2012년 토니상 2개 부문을 수상한 디즈니의 브로드웨이 최신 흥행작으로 라이선스 아시아 초연이다. 무대는 ‘파업 전야’의 흥분으로 가득 차 있다. 알고 보면 더 의미 있는 뮤지컬 <뉴시즈>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봤다.
■ 미국에선 역사교육 콘텐츠로도
주인공 잭 켈리(온주완, 서경수, 이재균)는 뉴욕 거리 신문팔이 소년들의 우두머리다. 도로를 침대 삼은 고아들은 잭을 믿고 따른다. 50센트에 신문 100부를 사, 사람들에게 팔고 나면 푼돈이 남는다. ‘퓰리처상’으로 잘 알려진 언론 재벌 조지프 퓰리처가 이 가격을 60센트로 올리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여기자 캐서린(린아, 최수진)이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서고 이야기는 실화를 따라 해피엔딩을 향해 나아간다. 뉴욕의 상징과 같은 철제계단을 설치한 무대 위에서 소년들은 뛰고 구르고 때론 신문을 집어던지며 관객들을 향해 “우리가 노예가 아니라는 걸 알려줘야지!”라고 외친다.
언론 재벌의 신문값 인상에 저항
1899년 뉴욕 ‘2주 파업’ 실화 다뤄
미국선 역사교육 자료로도 활용 애니 주제곡 같은 노래 반복되며
희망적이며 서정적 분위기 연출
신문지 군무에 발레·탭댄스 눈길 19세기 말 미국 노동자들은 일반적으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전국적 노조를 만들어 대자본에 대항하기도 했지만 기업주들은 폭력단 고용 등 갖은 방법을 써 파업을 막았다. 뉴욕 등 도시는 화려했지만 불빛 뒤편으론 빈민굴이 있었다. 조지프 퓰리처의 <월드>지는 ‘황색 저널리즘’을 퍼뜨리며 발행부수를 크게 확장해나가고 있었다. 이 와중에 ‘뉴스보이’들이 거둔 승리는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작지만 강한 불꽃이 되어/ 용감하게 전진하라/ 우리의 혁명/ 시작해/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넘버 ‘시즈 더 데이’(Seize the day) 중에서) 가사 하나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미국 브로드웨이 공연이 끝나면 직원이 단체관람 온 학생들에게 역사적 사실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뮤지컬이 역사교육의 현장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디즈니답지 않은 디즈니 뮤지컬?
디즈니도 뮤지컬을 만든다. 아니 어느새 브로드웨이의 ‘큰손’으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은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 자사의 애니메이션을 무대화했다. ‘파업’을 소재로 다룬 <뉴시즈>는 확실히 ‘디즈니답지 않은 디즈니 뮤지컬’이다. 제작사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프로듀서는 “그동안 디즈니가 다룬 내용과는 전혀 다르다. 100여년 전 이야기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원종원 교수는 “뉴시즈는 사회 변혁에 대한 매우 진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디즈니의 실험과 도전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1992년 디즈니가 먼저 동명의 뮤지컬 영화로 만들었다 흥행에 실패했지만 그 뒤 팬들의 무대 각색 요청을 받아들인 제작 뒷이야기도 있다.
음악을 들어보면 ‘디즈니 뮤지컬’이 맞다. <미녀와 야수> 등의 음악을 만들고 8번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앨런 멩컨이 작곡을 맡았다. ‘캐링 더 배너’(Carrying the Banner) ‘킹 오브 뉴욕’(King of New York) ‘시즈 더 데이’(Seize the day) 등 주요 넘버들은 흡사 애니메이션 주제곡처럼 들리기도 한다. 극중 계속 반복되며 희망적이면서도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 스타는 없다, 신예들의 에너지는 있다
공연은 잭 켈리 등 주요 배역들과 함께 18명의 ‘뉴스보이’들이 사실상 함께 이끌어나간다. 안무는 한국에서 새로 만들었는데 신문지를 활용한 군무와 발레, 탭댄스 등 손끝 발끝 하나까지 힘이 넘친다. 신춘수 프로듀서는 “뉴시즈는 모두가 주인공인 작품이다. 새로운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신인 배우들을 적극 기용했다”고 밝혔다. 주연을 맡은 온주완은 이번이 첫 뮤지컬 무대다. 다리가 불편한 크러치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긴 강은일도 학생시절 작품을 빼면 이번이 정식 뮤지컬 데뷔다.
한편, 19일 공연 1부 여가수 ‘메다’ 노래 장면에서, 배경 커튼이 기울어져 내려오는 사고가 일어났다. 배우들이 다치진 않았지만 무대 재정비를 위해 20분 동안 공연이 중단됐다. 오디컴퍼니 쪽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무대를 보완중”이라고 밝혔다. 7월3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 문의 1588-5212.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사진 오디컴퍼니 제공
1899년 뉴욕 ‘2주 파업’ 실화 다뤄
미국선 역사교육 자료로도 활용 애니 주제곡 같은 노래 반복되며
희망적이며 서정적 분위기 연출
신문지 군무에 발레·탭댄스 눈길 19세기 말 미국 노동자들은 일반적으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전국적 노조를 만들어 대자본에 대항하기도 했지만 기업주들은 폭력단 고용 등 갖은 방법을 써 파업을 막았다. 뉴욕 등 도시는 화려했지만 불빛 뒤편으론 빈민굴이 있었다. 조지프 퓰리처의 <월드>지는 ‘황색 저널리즘’을 퍼뜨리며 발행부수를 크게 확장해나가고 있었다. 이 와중에 ‘뉴스보이’들이 거둔 승리는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작지만 강한 불꽃이 되어/ 용감하게 전진하라/ 우리의 혁명/ 시작해/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넘버 ‘시즈 더 데이’(Seize the day) 중에서) 가사 하나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미국 브로드웨이 공연이 끝나면 직원이 단체관람 온 학생들에게 역사적 사실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뮤지컬이 역사교육의 현장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재균, 서경수, 온주완. 사진 오디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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