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의 작품인 ‘하피첩’.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5월4일부터 특별전
‘매화병제도’ ‘다산사경첩’ 등
관련 유물 30여점 같이 전시
‘매화병제도’ ‘다산사경첩’ 등
관련 유물 30여점 같이 전시
조선후기 실학의 대가였던 다산 정약용(1762~1836)이 전라도 강진 유배지에서 낡은 치맛감에 써서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하피첩’(보물 1683-2호)이 일반관객 앞에 처음 선보인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지난해 9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7억5천만원에 낙찰받아 입수한 하피첩을 4일부터 특별전 ‘하피첩, 부모의 향기로운 은택’(6월13일까지)을 열어 공개한다고 29일 밝혔다. 다산 180주기를 맞아 마련된 이 특별전에는 다산이 하피첩을 쓴 뒤 남은 옷감에 매화나무, 새 등을 그려 시집가는 딸에게 보낸 ‘매화병제도’, ‘다산사경첩’ 등 관련 유물 30여점도 같이 전시된다.
하피첩은 다산이 1810년 7월 강진 다산초당에서 부인이 보내준 치맛감에 쓴 편지다. 아이들이 부모의 향기로운 은택(二親之芳澤)을 느끼고, 몸과 마음을 정진하며 근면하고 검소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글로 담았다. 이 편지첩은 다산 후손들에게 가보처럼 전해졌으나 한국전쟁 때 분실됐고, 2005년 경기도 수원 한 고물상의 파지 수레 속에서 발견돼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됐다. 하피첩은 원래 네개의 편지첩으로 이뤄져 있었으나, 현재는 세개만 남아있다. 박물관 쪽은 “지난해 첩을 입수한 뒤 보존처리를 하기 위해 두개의 첩을 해체하다 ‘을’(乙)과 ‘정’(丁) 글자를 찾아냈으며, 이를 근거로 각각의 첩이 갑을병정(甲乙丙丁) 순으로 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박물관은 중국 명나라 작가 나관중의 유명한 역사소설 <삼국지>의 주요 장면들을 담은 19세기 조선의 대작그림 ‘삼국지통속연의도’ 5점도 29일부터 7월4일까지 따로 특별전을 열어 선보인다. 박물관이 소장한 ‘삼국지통속연의도’ 연작들은 조선시대 <삼국지>의 주역 관우를 제사지냈던 서울 숭인동 동관왕묘 안에 걸려있던 작품이다. 유비·관우·장비가 의형제를 맺는 모습, 장비가 장판교에서 조조의 대군을 막는 장면 등이 5폭에 그려진 이 작품들은 민속학자인 김태곤(1936∼1996) 전 경희대 교수가 후대 수집했다가 그의 사후 부인인 손장연씨가 2012년 박물관에 기증했다. 박물관은 그 뒤 2년여 동안의 보존처리 과정을 통해 19세기 후반 이후 조선에 유입된 녹색 안료가 그림들을 그릴 때 사용됐으며, 그림 가장자리를 둘러싼 회장에 들어간 청색 능화판지(능화판으로 찍은 종이)가 동관왕묘 정전에도 있다는 점 등을 밝혀내 이 그림들이 19세기말 그려진 뒤 동관왕묘에 걸려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시에는 ‘삼국지연의도’를 비롯해 서울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삼국지도’ 2점, 관우 신앙 관련 자료 20여점이 나왔다. 박물관은 보존처리 과정을 정리한 총서를 내고, 다음달 25일과 6월29일 전문가 초청 강연도 열 예정이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다산이 하피첩을 쓰고나서 남은 옷감에 그려 딸에게 보낸 `매화병제‘도.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국립민속박물관이 복원한 삼국지연의도.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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