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페로탱 서울분관에 나온 로랑 그라소의 영상물 ‘엘리제’. 사진 갤러리 페로탱 제공
로랑그라소 전시회
대통령 집무실, 카메라로 샅샅이 촬영
권력의 긴장감 독특한 이미지로 접근
“푸코 영향 권력·공간에 관심 많아”
대통령 집무실, 카메라로 샅샅이 촬영
권력의 긴장감 독특한 이미지로 접근
“푸코 영향 권력·공간에 관심 많아”
프랑스 파리의 대통령 관저 엘리제궁 집무실 세부를 비디오카메라가 샅샅이 훑고 있다. 프랑스 작가 로랑 그라소의 동영상 ‘엘리제’는 ‘아름다운 긴장감’이 도처에 흐른다.
그의 카메라가 빙빙 돌아가면서 주시하는 공간은 궁의 2층 집무실 ‘황금살롱’(살롱 도레) 내부다. 구 모양의 샹들리에 아래 경직된 표정의 경비병이 등장하고, 고대의 전사와 곡선 무늬가 정교하게 테두리에 돋을새김된 집무 탁자와 접시 등의 공예품들, 탁자 위의 각종 서류와 대통령의 필적이 연이어 보인다. 군 수뇌부, 고위 관료와 바로 연결되는 직통전화, 정원이 비치는 창문과 커튼 등의 이미지들이 뒤따라 휙휙 지나간다. 장중한 선율과 전위적인 리듬감이 뒤섞인 음악이 함께 울려나온다. 작가는 시청각적인 여러 요소들을 감각적으로 결합시켜 엘리제궁에 깃든 권력과 예술의 흔적들을 현미경 보듯 상세하고 극적인 구도로 보여준다. 18세기 초 귀족 저택으로 건립된 엘리제궁은 1814년 나폴레옹 황제가 퇴위각서에 서명한 현장이었고, 1845년 이래로 역대 대통령들이 국정을 이끌었던 문화유산이다. 이런 역사를 숙지한 작가는 제국의 힘으로 엘리제궁에 축적된 프랑스 문화와 권력의 지층을 독특한 이미지 연출로 부각시킨다.
‘엘리제’는 청와대 아래 서울 팔판길의 갤러리 페로탱 서울분관에서 볼 수 있다. 프랑스 명문 화랑 페로탱이 지난 28일부터 서울분관 개관을 맞아 열고 있는 ‘로랑 그라소’전의 대표작이다. 로랑 그라소는 국내 미술애호가들 사이에서 관심을 모아온 작가다. 2000년대 이후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과 광주·부산 비엔날레 등 국내 전시에도 출품하면서 문명과 역사를 현대미술로 풀어낸 영상, 조형물들로 주목받았다.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 외벽에 간판처럼 내걸린 네온 조형물 ‘메모리스 오브 퓨처’(미래의 기억들)도 그의 작품이다. 지난 28일 만난 작가는 “철학자 푸코의 영향을 받아 권력과 미학, 공간의 관계에 관심이 많다. 과거 예술품이나 건축에 깃든 권력의 역사를 소재로 현 시대상을 마술처럼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전시장에는 이탈리아 파시즘 건축물 등을 통해 권력과 건축의 관계를 암시하는 영상물 ‘두 개의 태양’과 르네상스의 전쟁 회화를 변주한 그림, 프랑스 왕실 권력을 상징한 조형물 ‘정의의 손’ 등도 나왔다. 오는 28일까지. (02)737-7978.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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