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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상처입은 문화재에 ‘새살’… 40년 ‘의술’이 한눈에

등록 2016-05-03 20:21

국립중앙박물관의 보존과학 특별전 전시장에 달항아리, 철화 분청사기의 원래 유물과 복원품들이 보인다. 깨어진 고려시대의 원숭이토끼무늬 청자항아리 유물(왼쪽)과 완형 복원품의 모습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보존과학 특별전 전시장에 달항아리, 철화 분청사기의 원래 유물과 복원품들이 보인다. 깨어진 고려시대의 원숭이토끼무늬 청자항아리 유물(왼쪽)과 완형 복원품의 모습이다.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전

깨지거나 금이 간 유물들을
3D스캔 원형 복원과정 등 담아
연구사들이 직접 작업 시연도
문화재도 아프면 의사한테 가야한다. ‘보존과학자’로 불리는 전문가들이다. 문화유산을 치료하고 생기를 불어넣어 후손에게 전하는 사명을 지닌 이들이다. 그래서 의사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듯 보존과학자들도 별도 윤리규범을 익혀야 한다. 문화재는 재생되는 몸과 달라 한번 실수하면 회복되지 못한다. 지금 보존행위가 더 나은 보존기법이 나올 수 있는 후대에 악영향을 주지않도록 끊임없이 통찰해야 한다. 의학보다 훨씬 까다로운 제약 속에 고뇌하며 문화재 치료를 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상설관 1층 특별전시실에 차려진 ‘보존과학 우리 문화재를 지키다’전에 가보면, 박물관 보존과학의 초석을 놓은 고 이상수(1946~98) 선생의 1995년 강의노트에서 따온 ‘보존처리자 4계명’을 보게 된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옛 장인의 입장에서 당시처럼 작업한다. 처리는 반영구적이므로 한번 실수는 영원하다. 작업 전 작업 내용과 결과를 충분히 검토한다. 복원에 왕도는 없으므로 순리대로 진행한다.’

전시는 이런 4계명에 충실했던 보존과학부 연구사들의 땀방울과 성취를 담는다. 박물관에 보존과학실이 신설된 76년부터 지금까지 도자기, 공예품, 회화 등 소장 문화재를 보존해온 40년 성과들이 모였다.

보존과학에서 먼저 필요한 건 문화재의 원재료와 제작기술을 밝히는 일이다. 도입부는 엑스선 투과 조사로 밑그림에서 숨은 동자상이 확인된 조선시대 최치원 진영과, 은제도금 사실이 드러난 백제 금강경판 등의 유물들이 과학적 분석과정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소개된다. 뒤이어 상처입고 멍든 각종 문화재의 치료 과정들을 만나게 된다. 3디(D) 스캔으로 원형을 찾아 사라진 뚫음 용무늬를 복원한 송대 백자 연적, 몸체 금간 부분을 표 안 나게 붙인 국화무늬 청자병의 복원 상황을 자외선을 비춰가며 볼 수 있다. 말미엔 수장고 온습도, 빛, 해충 등의 손상원인을 제거하는 예방관리 실상을 패널로 보여주고 투명유리 작업실도 설치해 매일 실연되는 연구사들의 보존처리 광경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전시장에는 인간미와 비장감이 흐른다. 명품들의 권위 대신 헐겁고 깨진 유물들을 사람처럼 감싸 안는 연구사들의 고투가 재현된 복원과정과 빽빽한 작업메모 화면들로 전해진다. 힘겨운 보존처리 과정의 이면들이 부각되면서 다른 문화재 전시에서 접할 수 없는 공감과 감동이 일어난다. 특히 이 전시 곳곳엔 지병으로 50대에 타계한 선구자 이상수의 숨결이 진하게 묻어있다. 76년 상부 허락도 없이 사무실을 차려 복원처리한 삼양동금동관음보살입상, 신라 봉수병 등의 손때묻은 유물들과 깨진 신라토우항아리를 묵묵히 수리하는 성자 같은 생전사진이 선연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박물관 쪽은 3월 개막한 전시 누적관객수가 4만명을 넘길 정도로 관심이 높아 8일 끝내려던 전시를 22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02)2077-9000.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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