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새로운 미술거점을 표방하며 논현동에 들어선 플랫폼-엘 건물. 건축가 이종훈씨의 작품이다.
태진문화재단 ‘플랫폼-엘’ 문열어
미술 전시·퍼포먼스 공연 등 계획
미술 전시·퍼포먼스 공연 등 계획
날카롭게 잘라낸 테이프 조각들을 이리저리 둘러친 것 같은 모양의 복합문화공간이 서울 강남에 등장했다.
서울 강남 지역 시각문화 생산의 거점을 표방하며 12일 논현동에 개관한 복합문화공간 플랫폼-엘(PLATFORM-L) 컨템퍼러리 아트센터가 그곳이다. ‘루이까또즈’ 브랜드로 세간에 알려진 패션기업 태진인터내셔널 산하의 태진문화재단이 운영을 맡은 이 건축물은 건축거장 자하 하디드의 런던 사무소에서 실무 경력을 쌓은 건축가 이정훈씨가 2년여 동안 만들어낸 역작이다. 역동적인 느낌을 주는 정면 외관과 더불어 한옥의 마당 개념을 끌어들여 내부를 틔운 중정 얼개가 돋보인다. 지난 10년 동안 미술을 중심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후원해온 태진 쪽은 현대미술 전시와 더불어 퍼포먼스, 영화 스크리닝, 사운드 아트 공연 등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하겠다고 밝혔다.
개관을 맞아 플랫폼-엘에서는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업해온 중견작가 배영환씨와 중국의 미디어아티스트 양푸둥의 전시를 8월7일까지 연다. 2, 3층에 차려진 배 작가의 개인전 ‘새들의 나라’는 새장 속의 통제와 감시, 하늘과 인간을 잇는 존재라는 양가적 의미를 가진 새를 조명하면서 문명사를 통찰한다. 눈이 가려진 커다란 금박 앵무새와 그 주위에 흩어진 사각형의 지구본들, 세상의 소음을 들려주는 스피커 조형물들을 통해 글로벌시대 인간과 세계의 조건을 성찰한다. 3층에 나온 비디오 설치 작품 ‘추상동사-캔 유 리멤버(Can you remember?)’는 깃털 옷을 입은 무용수의 춤 장면을 격정적인 리듬의 북소리와 함께 보여주는 4채널 영상물. 깃털 옷의 출렁거림만 부각되는 색다른 영상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지하에서 상영되는 중국 작가 양푸둥의 영상작업 ‘천색: 신여성Ⅱ’는 5편의 단편영화 속에 1920~30년대 근대 상하이의 문화적 흐름을 담은 당시 광고·영화 속 젊은 여성들의 용모와 움직임을 초현실적으로 재현한다. 역사적 콘텐츠를 전위적 영상에 버무리며 세계 미술계에서 각광받는 작가 특유의 매체 기법 작업들을 엿볼 수 있다. (02)6929-4465.
글·사진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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