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50년 된 목욕탕, 예술이 됐네!

등록 2016-05-16 18:38수정 2016-05-16 18:38

재개발 방치 서울 아현동 ‘행화탕’
영상물 상영관에 수중춤 공간까지
문화인들이 예술공간으로 탈바꿈
15일 열린 행화탕 프로젝트 개관식 현장. 욕탕 탈의실에 놓인 수조 안에서 무희가 춤을 추는 ‘수중인간’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15일 열린 행화탕 프로젝트 개관식 현장. 욕탕 탈의실에 놓인 수조 안에서 무희가 춤을 추는 ‘수중인간’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하느님이 목욕하라고 비까지 내려주시네요. 진짜 예술목욕탕이란 걸 아시나봐요.”

뚝뚝 빗방울 듣는 소리는 덕담에 뒤섞여 옛 동네목욕탕의 변신을 알리는 축가가 됐다. 목욕탕이 예술난장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남녀노소 ‘입탕객’들도 들떴다. “이제 예술로 목욕하면서 놀아요!”라고 서상혁 디렉터가 ‘개탕선언’을 하자, 작가와 주민의 웃음소리가 왁자하게 울려퍼졌다. 사방이 흰 타일벽으로 된 70~80년대 동네탕 바닥은 허연 인공 연잎들이 떠있는 먹물바다가 됐다. 개구멍이 뚫리고 벽돌 부재가 널브러진 보일러실은 영상물 상영관으로, 옆 창고는 배우들의 웅웅거리는 소리가 울리는 명상극 무대로, 욕탕 앞 탈의실은 수조 안에서 무희가 인어처럼 신비로운 수중춤을 펼치는 환상공간으로 변했다.

이원형 건축가가 행화탕 욕탕에 만든 설치작업 몸의 정원.
이원형 건축가가 행화탕 욕탕에 만든 설치작업 몸의 정원.
15일 오후 서울 애오개 고개 아래켠 아현동 옛 행화탕 건물에서는 색다른 복합문화공간 출범을 알리는 공연, 전시가 펼쳐졌다. 3시부터 3시간여 동안 100여명의 주민, 예술가들이 함께한 ‘행화탕 프로젝트’ 개관식이었다.

요철 모양 정면과 뒤편에 비쭉 솟은 벽돌 굴뚝이 인상적인 행화탕은 60년대 문을 연 뒤 50여년간 주민들이 때를 벗기며 희로애락을 나누었던 추억의 장소다. 2011년 아현 일대 재개발로 철거가 확정된 뒤 수년째 방치됐던 이 목욕탕에 올해 2월말 문화기획자와 작가들이 다수 찾아오면서 문화공간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사업을 주도한 이들은 여수엑스포 거리공연 등을 기획한 서상혁씨와 <나는 가수다> 제작감독을 지낸 주왕택씨. “애초 사무실로 쓰려고 월세를 냈으나, 공간을 자세히 보니 다양한 장르의 판을 벌이기에 안성맞춤의 얼개를 갖고있어서 다용도 문화공간으로 아예 확장하게 됐다”고 했다.

큐레이터, 축제·공연 연출가, 방송작가 등 다양한 기획자들이 건물지번을 따서 ‘61311’이란 기획단을 만들었고, 사전 답사 등을 통해 건물 원형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장르 활동에 맞춤한 리모델링 방향을 잡았다. 숱한 작가와 기획자들이 폐자재를 치우고 페인트칠을 하는 등 내부 공사에 십시일반 참여했다. 이런 노력 끝에 탈의실·욕탕·보일러실, 창고동, 뒤쪽의 원 소유주 가옥 등을 전시, 공연 등이 다기하게 펼쳐질 수 있는 가변공간으로 만들어냈다.

한시 월세로 들어간 행화탕의 기획자들은 터의 건축계획이 확정되면 무조건 보따리를 싸야한다. 서 디렉터는 “일단 2년여 작업기간이 있다고 보고 기획자들 제안으로 다양한 공연·전시와 함께 주민들과 교감하는 도시 작물재배 프로젝트 등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시한부 건물인만큼 철거 전까지 주민과 작가들에게 축제처럼 즐거운 기억과 의미를 남겼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었다. 기획진은 28일까지 매주 수~일요일 오후 2, 4시 행화탕 시설과 전시들을 안내하는 체험투어를 사전예약을 받아 진행한다. 예약은 행화탕 페이스북 사이트에서 가능하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