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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과일시장 2층에 예술 움텄네

등록 2016-05-24 20:26수정 2016-05-25 08:17

마산청과시장 건물 전시장 마련
고장 풍경화 그린 서용선 개인전
“주민에 미술사·이론강연 등 계획”
마산청과시장 작업실에서 그린 신작들 앞에 선 서용선 작가.ㅌ
마산청과시장 작업실에서 그린 신작들 앞에 선 서용선 작가.ㅌ
날마다 과일 경매로 바쁘게 돌아가는 청과 시장에서 예술이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오후 경남 창원시 내서읍 남해고속도로 나들목 근처에 자리한 마산청과시장 2층 한켠의 특설전시장에서는 중견작가 서용선(65)씨의 개인전이 막을 올렸다. 올해 1월부터 이 시장에 화구를 들고 입주해 작업실을 차린 뒤 마산항과 창원시 일대를 돌며 스케치 사생을 해온 서 작가가 그 사이 공들여 작업한 신작들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작품들은 울긋불긋한 원색이 분출하는 특유의 화폭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최근 한창 인공섬 개발이 진행중인 마산항의 낯선 풍경과 창원의 조각 대가 김종영의 생가 정경을 담은 그림들이 우선 눈에 들어왔고, 노란 벽면의 작업실에서 정면을 쏘아보는 자화상은 강렬한 선과 사실적인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작품 앞에 모여든 시장상인과 주민들은 실제와는 전혀 다르게 원색으로 묘사된 고장의 풍경들 앞에서 약간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진지하게 작품을 감상했다. 경기도 양평에서 오랫동안 역사기록화와 도시군상 등을 그려온 서 작가는 4달여간의 청과시장 입주작업(레지던시)이 “새롭고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마산청과시장 내부.
마산청과시장 내부.
“마산항이 지닌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더불어 최근 부두 바로 앞에 짓고 있는 인공섬 재개발이 지역 공간에 몰고온 다기한 변화들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격변 속에서 생존을 위해 고투하는 이곳 사람들의 삶과 노동의 또다른 모습들도 감동과 영감을 주었어요. 이처럼 각 지역 역사인문지리의 현상과 단면들을 소재삼아 새로운 작업들을 구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 작가와 손잡고 과일시장 레지던시와 전시를 꾸린 주역은 마산청과시장주식회사 대표인 안성진(49)씨다. 원래 경영학도로 부친의 가업을 물려받았지만, 일본 교토조형예술대에 유학을 가서 사진 공부를 할 만큼 시각예술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2002년 마산 도심에서 내륙쪽인 이곳 건물로 운영하던 시장의 매장을 옮겨 입주하면서 새로 입주한 건축물의 문화적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 미술 프로젝트를 결심한 계기가 됐다. 전시장에서 좀더 안쪽 통로로 들어가면 갑자기 시야가 터지면서 펼쳐지는 거대한 경매장이 바로 그 공간이라고 안 대표는 말했다.

“이 시장은 2002년 공간종합건축의 설계로 완공된 1만여평 짜리 건물인데, 처음 볼 때부터 내부의 트인 경매장공간은 예사로운 건축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장은 곡면형의 거대한 철골 트러스 구조로 되어있고 측면은 모두 광창으로 틔워 빛이 확 들어옵니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먹는 청과물 거래가 매일 새벽 퍼포먼스처럼 끊임없이 벌어져요. 이 멋진 조형적 공간에서 청과물을 거래하는 이들과 주민들이 과일 말고도 무언가 자신을 채울 수 있는 문화적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서 작가를 초대했습니다.”

그 첫발인 서용선의 ‘마산’ 전에 이어 안 대표는 다양한 레지던시 전시와 프로그램을 계획중이다. 일본의 미디어아티스트 오마키 신지와 사진가 이강우씨를 올 하반기 입주 작가로 초청해 전시할 예정이다. 주민들을 위한 미술사, 이론 강연과 교육프로그램도 만들어 청과시장에 주민과 교감하는 새로운 미술공간 모델을 만들겠다는 꿈도 키우고 있다. 서 작가의 전시는 6월3일까지 열린다. (053)291-8511.

마산/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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