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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국민화가’ 이중섭 기획전이 아쉬운 이유

등록 2016-06-06 18:39

이중섭의 1954년작 ‘싸우는 소’.
이중섭의 1954년작 ‘싸우는 소’.
국립현대미술관 ‘백년의 신화’ 전

고인의 생애·희귀작 등 모았지만
개인사와 화풍 연계 실패한 느낌
한국인들은 ‘국민화가’로 불리는 이중섭(1916~1956)의 그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일본에 유학한 천재작가로, 한국전쟁 직후 가족과 생이별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며 소와 아이들 그림을 그리다 무연고자로 숨진 극적인 삶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사실 이중섭에 대해서는 상업화랑들이 수십년간 시장 판매를 위해 부풀린 낭만적이고 불우한 삶만 알려져 있고, 양화풍에 한국전통화의 해학과 선묘를 녹여 넣은 화풍과 화인의 역량에 대한 평가는 진척되어 있지 않다.

일례로 고인 작업의 주된 산실을 전쟁 기간 가족과 피난온 제주 서귀포로 아는 이들이 많지만, 소그림과 풍경 등의 숱한 명작을 만든 곳은 통영과 부산이다. 휴전 직전 부산역전 대화재로 숱한 수작들이 소실됐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일본 유학 시절 화풍 형성 과정 등도 사료로 이야기할 연구자들이 드물다.

3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개막한 기획전 ‘이중섭, 백년의 신화’는 나라의 대표미술관이 그의 사후 60년 만에야 처음 차린 전시다. 기획진은 방대한 고인의 생애사 관련 자료와 미공개, 희귀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으면서 너무 늦은 첫 국립 기획전의 의미를 아카이브 수집에서 찾았다. 1, 2층의 전시장 4곳에 1~8부로 고인의 생애와 화력을 나눠 선보이는 얼개 아래 실물로 보기 어려웠던 개인 소장 그림과 고인의 생애사 관련 자료들을 꺼내놓았다. 1939년 일본 문화학원 유학 시절 일본 작가 아라이 다쓰오에게 선물했던 ‘향도’라는 풍경화를 발굴해 처음 공개했고, 1944년 신미술가협회전 관련 전시자료와 방명록, 1955년 미도파백화점 첫 개인전 당시 전시안내물과 방명록, 1955~56년 서울·대구에서의 말년 작업과 관련 기록 등을 대중에 선보였다. 미국 뉴욕현대미술관(모마) 소장품을 포함한 은지화 30여점과 소그림의 대표작 여러 점들을 처음 한자리에 모아 보여준 것은 전례없는 시도다.

아쉽게도 이런 아카이브의 의미는 전시 전면에 잘 부각되지 않고, 작가의 생각과 화풍에 대한 분석으로 심화시키는 데도 실패했다는 느낌이 남는다. 대형 언론사와 공동주최로 열리는 기획전이 여전히 이중섭의 극적인 삶을 각색한 블록버스터 흥행 전의 성격 또한 갖고 있는 까닭이다. 대중의 감성 자극을 넘어, 이중섭을 미술사적으로 조명하는 선구적 기점이 된 71년의 현대화랑 이중섭 전, 86년 호암갤러리의 이중섭 전과 같은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평단의 중론이다. 초창기 일본 화단과의 교유 관계, 그의 작가 인생을 절망 속으로 빠뜨렸던 53년 부산역전 대화재, 전후 왜관 시절의 작품 활동 등 그의 개인사와 화풍의 연관관계가 구체적으로 조명되지 않았다는 점 등에서 이 전시의 한계는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 불우한 화가의 역사적 진실을 복원하기 위해 여전히 많은 과제들이 쌓여 있음을 알려주는 기획전이다. 10월3일까지. (02)2022-0600.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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