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프랜시스의 신작 <컬러 플로>(Color Flow·2016). 파도가 치는 인터넷 영상 프린트에 표백제를 뿌려 만든 ‘레디메이드’ 그림이다. 사진 노형석 기자
신고 프랜시스 ‘고요한 현존’ 개인전
표백제를 물감으로 쓴 작품 선봬
‘명상적 분위기’ 색채 추상화들도
표백제를 물감으로 쓴 작품 선봬
‘명상적 분위기’ 색채 추상화들도
군데군데 허옇게 얼룩져 흘러내리는 푸른 빛깔, 그래서 왠지 애잔해지는 바닷가 풍경. 일본계 미국 작가 신고 프랜시스(47)의 신작 <컬러 플로>(색채의 물결)는 표백제를 물감처럼 써서 그린 작품이다. 파도치는 광경이 깨어져 나타나는 인터넷 파도타기(서핑) 마니아 사이트의 방치된 동영상을 프린트해 화폭으로 삼고 그 위에 표백제를 뿌려 기묘한 도상을 만들어냈다. 온라인에 이미 만들어진 디지털 ‘레디메이드’ 이미지를 작가 특유의 회화적 기법으로 변형시킨 그림인 셈이다. 버려졌지만, 여전히 존재감이 있는 것들에 대한 애착과 색채에 대한 상상력이 어우러져 나온 작업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이런 사연을 알고 작품을 바라보면, 기억 바깥으로 밀려난 것들에 대한 찡한 감정과 디지털 이미지의 진부함이 뒤섞이는 시각적 체험을 하게 된다.
이 <컬러 플로> 연작은 신고 프랜시스의 국내 첫 개인전 ‘고요한 현존’(Silent Presence)이 열리고 있는 서울 동빙고동 스페이스비엠에서 감상할 수 있다. 올해 고심 끝에 내놓은 <컬러 플로> 연작 외에 줄곧 그려온 명상적인 분위기의 색채 추상화 소품들이 내걸렸다. 작가는 미국을 대표하는 추상표현주의 거장 샘 프랜시스(1923~1994)의 아들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화실에서 색과 빛이 명멸하는 색채추상 화폭을 보면서 작가적 감수성을 쌓았다고 한다. 그런 까닭인지 푸른빛, 보랏빛, 노란빛이 미묘한 층을 이루며 울렁거리는 전시장의 색채추상 작품들에는 부친의 그림자가 드문드문 보인다. 작가는 30대 이후 비디오작가였던 어머니(이데미쓰 마코)의 모국 일본으로 거점을 옮겨 명상하며 작업하고 있다. 선종 사찰에서 수행하기를 즐겨 한다는 그의 색채화들은 거장 마크 로스코의 색면회화처럼 색조와 색선의 만남 속에서 영적인 느낌을 자아내곤 한다. 7월1일까지. (02)797-3093.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신고 프랜시스의 색채추상화 연작 <주변을 넘어>(2016). 사진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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