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앞마당에 최근 들어선 신형철 건축가의 파빌리온 구조물 ‘템플’. 실제 폐화물선의 일부 동체를 해체한 뒤 뒤집어놓은 모양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 작품을 멀리서 본 몇몇 행인은 자꾸 ‘세월호’를 떠올리게 된다는 소감을 털어놓았다. 서울 북촌의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앞 마당에 뒤집힌 배 모양의 구조물이 등장했다. 6일부터 전시 중인 젊은 건축가 신형철씨의 파빌리온 구조물 ‘템플’(Temp'L). 미술관이 기획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6'의 당선작이다. 제목은 각각 ‘임시'와 ‘신전'이라는 뜻을 지닌 영단어 ‘템퍼러리'(temporary)와 ‘템플'(temple)을 합성한 말이다. 여름철 관객의 명상적 공간으로 임시 설치된 이 구조물은 실제 폐기된 화물선의 녹슨 동체를 해체한 뒤 일부를 가져와 뒤집어놓은 형태로 재활용됐다. 거친 외양과 흰색을 입힌 단정한 내부공간이 강한 대비를 보여준다. 신 작가는 “산업화시대의 대표적 부산물인 ‘선박’의 건축적 가치에 주목한 작업이다. 폐선박 해체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를 암시하려는 의도는 있지만, 세월호를 의식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전시는 10월6일까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