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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야무진 미공개 드로잉으로 다시 만나는 민중미술 대가 오윤

등록 2016-07-07 16:17수정 2016-07-08 22:24

가나아트센터의 오윤 30주기 회고전
가나아트센터에 펼쳐지고 있는 오윤의 30주기 회고전 전시장 모습. 안쪽에 그의 대표작 ‘통일대원도’가 보인다.
가나아트센터에 펼쳐지고 있는 오윤의 30주기 회고전 전시장 모습. 안쪽에 그의 대표작 ‘통일대원도’가 보인다.
이번 전시에 처음 공개된 미공개 드로잉 작품 중 하나인 <달과 호랑이>.
이번 전시에 처음 공개된 미공개 드로잉 작품 중 하나인 <달과 호랑이>.
사람의 얼굴, 몸짓들을 그려낸 이 단단하고 야무진 선은 핍진한 체험을 머금었다. 관념으로는 그려낼 수 없는 정직한 관찰과 고뇌가 응축된 선이다. 80년대 민중미술의 대표작가 오윤(1946~1986)의 저 유명한 목판화 걸작들의 뒤안에는 70년대 변방의 사람들과 부대꼈던, 가늠할 수 없는 폭과 깊이의 인연을 담아낸 습작들이 있었다.

오윤이 70년대 미공개 드로잉들로 돌아왔다. 지난달 24일부터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30주기 회고전은 ‘발굴’의 의미가 느껍게 다가오는 자리다. 전통문화예술에 바탕해 비판적 참여미술의 새 지평을 열며 민중미술의 대명사가 된 오윤의 초창기 면모를 처음 나온 미공개 드로잉 100여점으로 엿보게 된다. 생전 찍은 칼춤, 부자상 등의 주요 목판화작품들도 한자리에 집약돼 오윤 미술의 원형질을 상세히 엿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오윤의 70년대 미공개 드로잉 중 일부인 <춤추는 남자>. 인물의 형상과 몸짓을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선으로 묘사했다.
오윤의 70년대 미공개 드로잉 중 일부인 <춤추는 남자>. 인물의 형상과 몸짓을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선으로 묘사했다.
미공개드로잉들은 2층 전시장의 가장 안쪽에 내걸려있다. 생전 절친한 작업동료였던 오경환, 임세택, 강명희씨와 70~75년 테라코타 장식화 작업을 함께 하면서 100권이 넘는 스케치북에 남겼던 수백여점의 드로잉들 가운데 일부다. 오경환 작가 등이 소장한 채 묻혀있던 것을 최근 전시기획자인 윤범모 가천대명예교수가 찾아내 출품했다. 대부분 인물 군상들인 이 드로잉들은 구성이 다채롭다. 얼굴 혹은 전신상을 그리거나 춤이나 노동 같은 인물의 행동에 초점을 잡아 묘사한 것들로, 생활 속 인간군상의 다양한 모습들을 포착하는데 심혈을 기울인 흔적들이 보인다. 얼굴, 등짝, 손, 몸짓 등의 현실적인 특징을 단번에 잡아내는 시선의 집중력과 선의 리듬감이 확연하다. 70년대초 경주와 서울 근교 등을 돌며 노역자, 농부 등 소외된 이들과 거리낌없이 어울리며 스케치했던 남다른 이력이 묻어나온다. 윤 교수는 “70~75년 젊은 시절 모색기 드로잉의 소재와 역동적인 선들은 80년대 특유의 목판화 작업으로 발전한다. 특히 선의 윤곽 등에서 그런 맥락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들머리의 1, 2전시장에 놓인 80년대 생전 목판화 작업들은 이런 작가 내면의 의식적 흐름을 보여주는 수작들이다. 칼춤, 모자상 등 칼칼한 목판의 칼맛에 민중적 삶의 전형들을 새겨넣은 목판화들은 미공개 드로잉을 본 뒤 다시 감상하면 눈맛이 더욱 새로워진다. 도깨비 등의 판화를 새긴 생소한 원판들도 나와 생전 작업의 체취도 느껴볼 수 있다. 걸개그림 대작 ‘통일대원도’와 팝아트적 요소와 전통 불화 시왕도의 도상적 요소를 버무린 ‘지옥도-마케팅’ 연작, 소박한 인물상까지 보고나면 시류와 담쌓고 죽을 때까지 시대와 전통을 붙들고 분투했던 대가의 고독감을 실감하게 된다. 대규모 회고전은 아니지만, 전통예술과 접신한 ‘무당의 참모습’(평론가 성완경)으로, 시대와 현실을 소통하는 이야기꾼이 되려했던 고인의 속내를 눌러 담은 전시다. 가나아트 재단은 스케치북들에 실린 고인의 미공개 드로잉 수백여점을 묶어 조만간 자료집을 낼 계획이다. 8월7일까지. (02)720-1020.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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