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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일본 관객 기대이상의 열광…한·일 반가사유상 순회전 마무리

등록 2016-07-14 16:19수정 2016-07-15 08:34

아키히토 일왕 내외가 4일 밤 도쿄국립박물관에서 한국 국보 78호 반가사유상을 감상하고 있다. 주일 한국대사관 제공
아키히토 일왕 내외가 4일 밤 도쿄국립박물관에서 한국 국보 78호 반가사유상을 감상하고 있다. 주일 한국대사관 제공
성숙한 한·일 교류 성과
“한국 전시에선 두 불상이 엄숙해 보였다는데, 일본 전시에선 표정이 훨씬 인간적이고 섬세하게 다가왔어요.”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고대불상 앞에서 일본 관객들은 열광하고 있었다. 9일 오후 일본 도쿄 우에노 공원에 있는 도쿄국립박물관 본관 2층 홀엔 계속 인파가 몰려들었다. 한국의 국보 78호 반가사유상과 일본국보인 나라 주구지 반가사유상이 나란히 서로를 응시하는 ‘미소의 부처님-두 반가사유상’전의 일본 순회전이 열리는 자리였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이어 지난달 21일부터 10일까지 치러진 두 불상의 도쿄 순회전은 기대를 뛰어넘는 열기 속에 마무리됐다.

전시장의 두 불상 곁에 모여든 일본 관객들은 한결같이 진지한 시선으로 불상을 오랫동안 돌면서 주시했다. 한 노부인은 ‘호도케사마(부처님)’를 연발하며 합장을 거듭했고, 78호상 밑에서 쪼그리고 앉아 뚫어지게 반가상의 표정을 바라다보며 스케치하는 중년 남자, 수첩에 감상기를 적는 젊은 남녀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오른발을 왼무릎에 걸치고 오른손을 오른뺨에 대는 자세를 취하는 반가사유상은 상의 특징을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는 방향 각도가 불상 정면 기준 동남쪽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 지점에서 작품을 유심히 지켜보는 애호가들도 적지않았다.

이번 전시는 서울과 달리 1000엔씩 유료관람료를 받았는데도 약 3주간의 전시기간 입장객이 8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앞서 5월24일부터 6월12일까지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무료 순회전 입장객이 5만명 수준이었던데 비하면 기대 이상의 반응이다. 일본의 국민문화재인 주구지 반가상이 절 바깥에 처음 나와 박물관에 전시됐다는 점도 관심을 촉발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4일에는 아키히토 일왕 부처 일행이 관객이 퇴장한 밤 시간에 찾아와 감회어린 표정으로 관람하기도 했다.

전시장은 기획의 초점이 명확했다. 불상 사이 거리를 10미터 이상 띄우고 조명을 어둡게 했던 서울 전시와 달리, 두 불상간 거리를 5미터로 좁혔다. 대신 각 불상 뒷면에 청회색의 벽을 두르고 집중조명과 확산조명을 절묘하게 섞어 불상의 표정과 자태가 훨씬 세부적으로 잘 드러나게 했다. 고대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흘러간 반가사유상 양식의 흐름보다는 두 상의 온화하고 인간적인 자태를 좀더 눈여겨볼 수 있도록 조명과 작품 배치를 구상한 점이 신선했다. 한국에서 온 한 미술사 연구자는 “한국 전시에서는 신비감이 강조돼 국보 78호상이나 주쿠지상이 선이 날카롭거나 다소 딱딱한 인상을 주었는데, 도쿄 전시는 두 불상의 표정과 자세의 진면목을 세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조명을 배려한 점이 돋보였다”며 “특히 78호상에서 그동안 잘 느끼지 못했던 자비롭고 인자한 귀인의 풍모가 강렬하게 우러나와 많이 놀랐다”고 소감을 털어놓았다.

2013년 대마도불상도난 사건 이래 한국과 일본의 국립박물관 사이에는 냉기류가 감돌았던 게 사실이다. 한일수교 50돌을 맞아 대대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던 대백제전 등의 교류전도 여건이 맞지않아 중단됐다. 그 여파 탓인지 도쿄국립박물관이나 일본 문화청은 이번 순회전의 성사 뒤에도 전시지원에는 내내 소극적이었다. 전시교류검토위원회에 한국의 국립박물관 인사들은 포함됐지만, 일본의 문화청이나 국립박물관 관계자들은 참가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 발로 뛰며 전시를 실현시킨 주역들은 일본 와세다대의 두 민간학자였다. 원로 불교미술사가인 오하시 가쓰아키 명예교수와 역사학자인 재일동포 이성시 교수다. 수년전 양국 박물관의 공동전시 추진 계획을 전해 들은 두 사람은 발품을 들여 수년간 일본 정재계의 후원자들을 물색하고 다녔다. 대마도 불상도난 사건 등을 들어 출품을 꺼렸던 주구지의 히노니시 주지와 신도들에게 한일 우호를 위해 꼭 필요한 거사라고 간청을 거듭해 불상 반출과 전시를 이뤄냈다. 대가를 바라지 않은 두 연구자의 열정과 성심이 더욱 성숙한 한일 문화재 교류의 전범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도쿄/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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