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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우리가 몰랐던 한국근대미술 수작 한자리에

등록 2016-07-17 17:49수정 2016-07-18 23:53

호림박물관의 ‘근대회화의 거장들’전
전시에 처음 선보인 청전 이상범의 1939년 작 ‘군봉추색’. 쌀알처럼 미점을 찍어 평화로운 산촌과 농촌을 묘사하는 청전 특유의 화풍이 막 정립되기 직전의 작품이다.
전시에 처음 선보인 청전 이상범의 1939년 작 ‘군봉추색’. 쌀알처럼 미점을 찍어 평화로운 산촌과 농촌을 묘사하는 청전 특유의 화풍이 막 정립되기 직전의 작품이다.

20세기 초·중반 한국 근대미술의 대가들 하면 일반인들은 대개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장욱진 등을 떠올리게 된다. 이들은 모두 서양에서 들어온 양화(서양화)를 그렸던 작가들이다. 많은 이들은 구상이든 추상이든 양화가 우리 근대미술의 주류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는 온전한 진실을 담지 못한 선입관일 뿐이다. 한국 근대미술의 본류는 사실 양화가 아니라 조선후기 산수, 풍속, 문인화 등 전통회화의 맥을 이어받은 그림들이다. 화단에서 십여년 전까지는 동양화로, 지금은 한국화로 불리는 그림들의 원조가 된 안중식, 조석진, 이상범, 노수현, 변관식, 김규진 등의 작품들이 그것이다.

국내 3대 사립박물관인 호림박물관의 서울 신사동 분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근대회화의 거장들-서화(書畵)에서 그림으로’는 20세기 초·중반 한국 근대미술의 뼈대였던 전통회화 계열 작가 38명의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수작 80여점을 대거 보여주는 회심의 작품전이다. 호림박물관은 그동안 도자기 고문서 명품들을 주로 전시해왔고, 그림을 주제로 다룬 기획전은 거의 하지 않았다. 이번 전시도 근대회화를 소재로 열리는 박물관의 첫 기획전이어서 전시를 앞두고 ‘호림박물관에 그림도 있었나’란 말들이 돌기도 했다.

2, 3층 전시장을 돌아보면, 회화에서도 호림 컬렉션의 폭과 깊이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궁중화원 출신으로 한국 근대회화의 밑돌을 놓은 거장 안중식의 ‘추경산수도’로 시작하는 전시는 ‘산수’와 ‘사군자’ ‘인물’ ‘화훼’의 네 영역으로 나누어 다양한 유파의 출품작들을 내걸고 있다. 지난 5월 94살로 타계한 박물관 창립자 호림 윤장섭이 평생 아껴 모은 근대그림들을 추린 작품들로, 고인은 타계 직전까지 전시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고갱이는 2층에 나온 산수화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다. 노수현이 1925년 그린 ‘사계산수도십이폭병풍’은 국내 근대회화 사상 보기 드문 대작이다. 조선시대 궁중화의 청록산수화풍과 19세기 중국 산수화풍을 바탕에 깔고 암산 표현 등에 당시 일본 신남화풍의 물기가 많은 번짐기법 등을 고루 쓴 것이 특징이다. 그윽한 깊이감이 있는 산촌과 농촌의 전원 풍경을 그렸던 청전 이상범의 30년대 미공개 작품인 ‘군봉추색’ ‘산수도’ 등도 눈길을 모으는 작품이다. 붓을 뉘어 쌀알을 찍는 듯한 미점법으로 전원 풍경을 그리는 특유의 화풍이 막 정립될 즈음의 작업을 담고 있어 회화사적 가치가 높다.

기획진은 근대미술 정립기에 큰 영향을 미친 서울과 관서(평양·개성), 호남 등 각 지역화단의 특징과 의미들도 별도의 설명을 달아 부각시켰다. 특히 거의 조명되지 않았던 관서화단의 작가들에 대해 별도 전시실을 만들어 작품들을 소개한 점이 새롭다. 개성 출신의 ‘황종하 4형제’(황종하·성하·경하·용하)의 지두화와 선맛이 날카롭고 생생한 김윤보의 사계산수도병풍, 김규진의 묵죽도 등이 보인다. 3층에서는 괴석을 잘 그렸던 정학교의 ‘괴석난죽도’와 장승업의 ‘미인도’ 등 19세기 말 대가들의 미공개 작품들과, 초상화가 채용신의 색다른 풍속화 ‘벌목도’ 등이 나왔다. 벌목장 인부들의 각양각색 작업 장면을 담은 ‘벌목도’는 당대 생활상을 고스란히 묘사한 그림으로 기존의 채용신 초상화풍과는 또다른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10월29일까지. (02)541-3523~5.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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