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집 ‘화양연화’ 발표 민중가수. 백자사진 이재원 작가 제공
[짬] 3집 음반 낸 민중가수 백자
‘새로운 노래를 향한 끝없는 시험과 도전’. ‘민중가수’ 백자(사진)가 최근 내놓은 3집 음반 <화양연화>의 지향을 한마디로 요약한 말이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의미를 지닌 ‘화양연화’(김사인 시)를 표제작으로 삼은 이 음반은 백자 자신은 물론 민중가요사에서도 하나의 ‘시험과 도전’으로 기록될 만하다.
시노래 20곡 담은 ‘화양연화’ 발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
8일 성수아트홀 발매기념 콘서트 1990년대부터 ‘민중가요’ 맥이어
그룹 우리나라·개인 활동 ‘함께’
“나와 공동체 정서 ‘균형’ 추구” 백자는 민중가요의 맥을 잇는 대표적 싱어송라이터다. 그는 1990년대 ‘이등병의 노래’ 원작자인 김현성이 만든 그룹 ‘혜화동 푸른섬’을 거쳐, 현재까지 민중가요 그룹 ‘우리나라’의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그룹 우리나라에서 ‘국가보안법 철폐가’ 등 우리 사회의 비민주적 부분을 해부하는 노래를 불러왔고, 2008년 광우병 파동 때는 ‘다시 광화문에서’로 투쟁의 한가운데에 섰으며, 2012년 12월 철탑에서 장기농성 중인 노동자들을 위해 ‘철탑에 방한용품 보내기 노란 봉투 공연’을 제안해 진행하기도 했다. ‘노란 봉투’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쓴 글을 백자 자신이 다듬어 만든 곡이다. 그런데 ‘화양연화’는 그가 지금까지 해왔던 노래의 흐름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듯한 노래들을 담고 있다. 우선 ‘민중가수 백자’와 앨범에 실린 ‘20개의 시노래’라는 조합부터가 새롭다. 3집에 실린 시노래들은 고은·신경림·김용택·도종환·정희성·정호승 등 저명한 시인의 시에 백자 자신이 곡을 붙인 것들이다. 전례가 거의 없는 시노래 음반으로, 그가 지난겨울 2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작곡했다. 그는 포크를 기본으로, 재즈와 블루스, 국악, 보사노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율을 선보인다. “꽃은 진종일 비에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로 시작되는 도종환 시인의 ‘라일락 꽃’은 재즈풍을 기반으로 옅은 스윙감이 돋보이는 가락을 보여준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이라는 17자짜리 짧은 고은의 시 ‘그 꽃’에서는 피아노와 첼로의 선율이 정교하게 만난다. “모든 좋은 날들은 흘러가는 것/ 잃어버린 주홍 머리핀처럼”이라고 노래하는 표제곡 ‘화양연화’의 시구는 재즈 선율을 타고 흐른다. 이런 다양한 운율에다 꽃무늬가 화려한 음반 재킷 이미지를 보면 ‘과연 이 노래를 민중가요 범주에 포함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다. 백자의 일탈일까, 아니면 21세기 민중가요의 새로운 영역 확장일까. 사실 ‘화양연화’에 대해 백자는 “그룹 우리나라 활동과 함께 진행해온 솔로 음반 작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2009년 산악인 다큐멘터리 <벽>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하면서 만든 노래 등을 모아 소품집 <걸음의 이유>(2009)를 낸 이후, 1집 <가로등을 보다>(2010), 이피(EP) 음반 <담쟁이>(2012), 2집 <서성이네>(2013) 등을 꾸준히 내왔다. ‘노래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노력해온’ 그의 활동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걸음의 이유>가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경쟁부문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백자는 이런 솔로 작업을 통해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내왔다고 말한다. 그는 “제 감정에 대한 새로운 시도와 모색들을 해왔다”며 “그룹에서는 집단의 노래, 공감의 노래를 했다면, 솔로 작업에서는 내면의 노래, 집에서 홀로 술 마시는 얘기 등 개인적인 얘기를 담아왔다”고 말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민중가요에 대한) 균형 잡힌 접근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화양연화’에 실린 그의 노래들도 여전히 시대와 호흡하고 있다. 먼저 무수히 많은 시 중에서 수록된 20곡을 고르는 과정에서부터 시대 상황이 암암리에 스며들었다. 특히 노래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현재형으로 진행되고 있는 ‘세월호’의 영향이 컸다. 그는 표제작인 ‘화양연화’를 작곡하면서도 ‘이건 세월호 이야기다’ 하며 눈물을 흘리곤 했다. “잘 가라 눈물겨운 날들아/ 작은 우산 속 어깨를 겯고 꽃장화 탕탕 물장구치며”라는 가사에 곡을 붙일 때였다. “새 앨범에는 꽃에 대한 시가 많다. 그것도 어둠의 시절이다 보니까, 겨울이다 보니까, 지나간 봄이든 앞으로 올 봄이든 꽃피는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반영된 것이다.” 그는 “사실 2000년대 후반 들어서 민중가요가 설 자리가 거의 사라졌다”고 아쉬움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래서 새로운 실험을 계속하는 민중가수 백자의 모습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는 오는 8일 저녁 7시30분 서울 성수아트홀에서 ‘화양연화 발매기념 콘서트’도 한다. (02)3143-7709.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
8일 성수아트홀 발매기념 콘서트 1990년대부터 ‘민중가요’ 맥이어
그룹 우리나라·개인 활동 ‘함께’
“나와 공동체 정서 ‘균형’ 추구” 백자는 민중가요의 맥을 잇는 대표적 싱어송라이터다. 그는 1990년대 ‘이등병의 노래’ 원작자인 김현성이 만든 그룹 ‘혜화동 푸른섬’을 거쳐, 현재까지 민중가요 그룹 ‘우리나라’의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그룹 우리나라에서 ‘국가보안법 철폐가’ 등 우리 사회의 비민주적 부분을 해부하는 노래를 불러왔고, 2008년 광우병 파동 때는 ‘다시 광화문에서’로 투쟁의 한가운데에 섰으며, 2012년 12월 철탑에서 장기농성 중인 노동자들을 위해 ‘철탑에 방한용품 보내기 노란 봉투 공연’을 제안해 진행하기도 했다. ‘노란 봉투’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쓴 글을 백자 자신이 다듬어 만든 곡이다. 그런데 ‘화양연화’는 그가 지금까지 해왔던 노래의 흐름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듯한 노래들을 담고 있다. 우선 ‘민중가수 백자’와 앨범에 실린 ‘20개의 시노래’라는 조합부터가 새롭다. 3집에 실린 시노래들은 고은·신경림·김용택·도종환·정희성·정호승 등 저명한 시인의 시에 백자 자신이 곡을 붙인 것들이다. 전례가 거의 없는 시노래 음반으로, 그가 지난겨울 2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작곡했다. 그는 포크를 기본으로, 재즈와 블루스, 국악, 보사노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율을 선보인다. “꽃은 진종일 비에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로 시작되는 도종환 시인의 ‘라일락 꽃’은 재즈풍을 기반으로 옅은 스윙감이 돋보이는 가락을 보여준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이라는 17자짜리 짧은 고은의 시 ‘그 꽃’에서는 피아노와 첼로의 선율이 정교하게 만난다. “모든 좋은 날들은 흘러가는 것/ 잃어버린 주홍 머리핀처럼”이라고 노래하는 표제곡 ‘화양연화’의 시구는 재즈 선율을 타고 흐른다. 이런 다양한 운율에다 꽃무늬가 화려한 음반 재킷 이미지를 보면 ‘과연 이 노래를 민중가요 범주에 포함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다. 백자의 일탈일까, 아니면 21세기 민중가요의 새로운 영역 확장일까. 사실 ‘화양연화’에 대해 백자는 “그룹 우리나라 활동과 함께 진행해온 솔로 음반 작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2009년 산악인 다큐멘터리 <벽>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하면서 만든 노래 등을 모아 소품집 <걸음의 이유>(2009)를 낸 이후, 1집 <가로등을 보다>(2010), 이피(EP) 음반 <담쟁이>(2012), 2집 <서성이네>(2013) 등을 꾸준히 내왔다. ‘노래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노력해온’ 그의 활동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걸음의 이유>가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경쟁부문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백자는 이런 솔로 작업을 통해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내왔다고 말한다. 그는 “제 감정에 대한 새로운 시도와 모색들을 해왔다”며 “그룹에서는 집단의 노래, 공감의 노래를 했다면, 솔로 작업에서는 내면의 노래, 집에서 홀로 술 마시는 얘기 등 개인적인 얘기를 담아왔다”고 말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민중가요에 대한) 균형 잡힌 접근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화양연화’에 실린 그의 노래들도 여전히 시대와 호흡하고 있다. 먼저 무수히 많은 시 중에서 수록된 20곡을 고르는 과정에서부터 시대 상황이 암암리에 스며들었다. 특히 노래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현재형으로 진행되고 있는 ‘세월호’의 영향이 컸다. 그는 표제작인 ‘화양연화’를 작곡하면서도 ‘이건 세월호 이야기다’ 하며 눈물을 흘리곤 했다. “잘 가라 눈물겨운 날들아/ 작은 우산 속 어깨를 겯고 꽃장화 탕탕 물장구치며”라는 가사에 곡을 붙일 때였다. “새 앨범에는 꽃에 대한 시가 많다. 그것도 어둠의 시절이다 보니까, 겨울이다 보니까, 지나간 봄이든 앞으로 올 봄이든 꽃피는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반영된 것이다.” 그는 “사실 2000년대 후반 들어서 민중가요가 설 자리가 거의 사라졌다”고 아쉬움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래서 새로운 실험을 계속하는 민중가수 백자의 모습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는 오는 8일 저녁 7시30분 서울 성수아트홀에서 ‘화양연화 발매기념 콘서트’도 한다. (02)3143-7709.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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