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사진 두 장은 미군이 두 각도에서 찍은 응우옌티탄의 쓰러진 모습. 미군 문서에 첨부된 사진 설명엔 “가슴이 잘린 채 살아있는 여자”라 고 적혀 있다. 가운데 작은 사진들은 3. 응우옌티탄의 생전 모습, 4. 응우옌티탄과 함께 화를 당한 어머니 팜티깜(1928년생), 5. 응우옌티탄의 막냇동생으로 엉덩이가 날아갔던 젖먹이 응우옌 디엔칸(1967년생)이다. 왼쪽에서 세번째 줄 사진은 응우옌티탄의 아버지 응우옌전(1927년생)과 응우옌티탄의 동생 응우옌티호아(1955년생)이다. 맨 오른쪽은 응우옌티탄의 마지막 모습을 증언하는 생존자 쩐티투언의 사진이다. 쩐티투언은 총에 맞아 쓰러진 무리들 맨 밑에 깔렸다가 가까스로 살아났다. 2008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세 종류 사진들이 있다. 전쟁터가 된 마을, 학살의 ‘그날’ 현장을 담은 사진이 가운데 놓인다. 그 한쪽에는 ‘그날 이전’ 희생자들의 일상을 기록한 사진들이 있다. 다른 한쪽에 걸리는 것은 ‘그날 이후’ 살아남은 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현장과 그 앞뒤 희생자와 유족·친지들의 삶과 기억을 담은 사진들이 나란히 내걸리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 종로구 아트링크에서 펼쳐지는 ‘고경태 기록전 <한 마을 이야기-퐁니·퐁넛>’이다.
시작엔 1968년 미 해병 제이 본 상병이 촬영한 스무 장의 사진이 있다. 그는 2월12일 한국군 해병대가 다낭 인근 퐁니·퐁넛 마을로 진입하는 것을 본다. 1시간 반 뒤 무전 명령을 받고 마을로 들어선 그는 공터에 널린 10여구의 주검, 홀로 쓰러진 여성과 아이를 발견하고 셔터를 눌렀다. 그는 인화한 흑백사진을 상급부대에 제출하면서 ‘타 버린 집들’ ‘가슴이 잘린 채 살아있는 여자’ 같은 짧은 설명을 붙였다.
미국이 극비로 분류한 이 사진들은 2000년 6월1일 기밀해제된다. 당시 <한겨레21> 기자이던 고경태는 이 사진과 관련 문서를 세계 최초로 보도했다.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사진기를 들고 지금껏 6차례 퐁니·퐁넛을 찾았다. 이를 통해 익명의 주검들이 이름을 찾는다. ‘가슴이 잘린 채 살아있는 여자’는 응우옌티탄으로 밝혀졌다. 고경태는 숨진 이들의 옛 사진을 구하고, 살아남은 가족·친지들의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들을 모아 아카이브전을 연다. 이야기를 더해 책으로도 낸다. 본 상병도, 현재 <한겨레> 신문부문장인 고경태도 프로 사진가가 아니다. 그럼에도 둘의 사진은 한데 모여 강렬한 이미지를 새기며, 전쟁과 삶과 죽음과 역사에 관한 서늘한 숙고로 보는 이를 이끌 것이다. 9일~10월1일, 무료. (02)738-0738.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사진 고경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