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판 온통 회고전 일색
흘러간 조류가 최신 트렌드인 모순,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흘러간 조류가 최신 트렌드인 모순,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30주년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과천관 중앙홀. 비행선 모양을 한 이불 작가의 대형 설치작품 <취약할 의향>이 보인다.
부산시립미술관에 차려진 부산비엔날레 프로젝트1 ‘아시아 아방가르드’ 전시장. 출품작인 원로작가 이승택씨의 70년 퍼포먼스 <바람-민속놀이>의 사진과 68년작인 <목구놀이>가 바닥에 재현돼 있다.
아트선재센터의 ‘커넥트1: 스틸 액츠’ 전시장에 재현된 정서영 작가의 과거 설치작품 <꽃>과 <전망대>.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용익 작가의 개인전 전시장. ‘땡땡이’로 불리는 80~90년대 그의 비판적 모더니즘 연작들이 내걸렸다.
미술관의 소장품, 대가 회고전 잇따라
비엔날레는 아시아 아방가르드,
화랑가도 70~80년대 실험미술 회고전 일색 국내 현대미술의 대표공간으로 꼽히는 두 기관의 소장품 회고전을 두고 미술계는 뜬금없다는 반응들이 많다. 과천관 쪽은 소장품의 시대적 배경, 생애와 운명에 대한 재해석을 강조했고, 아트선재 쪽은 소장품을 현재적 관점으로 살피면서 새 담론을 촉발하는 계기로 삼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왜 이 시점에 소장품전을 해야 하는지, 새로운 재해석이 어떤 것인지는 두 전시에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특히 과천관은 신설된 서울관에 관객수가 밀리면서 새 정체성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특별전은 소장품 물량 과시에만 치중해 과거 역사에 대한 성찰과 전망 모색은 미진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과거 미술사조나 대가들 작품들을 돌아보는 복고 흐름은 다른 미술관들도 비슷하다.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은 중견작가 서용선씨의 80년대 이후 드로잉 회고전을 8~9월 치렀고, 경기도미술관은 원로·중견 대가들의 집단회고전 격인 개관 10주년 ‘기전본색’전을 최근 시작했다. 서울시립미술관도 올 연말에 90년대 한국 미술의 변화상을 살피는 ‘응답하라 1990’전을 열 계획이어서 미술관의 ‘응답하라…’ 바람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 30년 전 실험미술을 띄워라 70~80년대 실험미술과 당대 아시아 전위(아방가르드) 미술에 대한 재조명은 최근 복고 트렌드의 단적인 특징이다. 부산시립미술관의 비엔날레 프로젝트 1 ‘아시아 아방가르드’전은 김찬동 경기문화재단 뮤지엄본부장의 기획으로 60년대 이래 90년대까지 한·중·일 전위미술의 흐름을 실물 작품들로 선보였고, 화랑가도 이건용, 김구림 등 한국 실험미술 원로작가들의 재조명 전시가 유례없이 활기를 띠고 있다. 갤러리 현대는 이건용 작가의 70년대 논리적 퍼포먼스를 조명하는 ‘이벤트-로지컬’전을 통해 합판을 잘라내며 선을 긋는 신체드로잉과 관련 사진, 설치작품들을 전시 중이다. 아라리오 갤러리도 당대 전위미술의 산증인인 김구림 작가가 최근 인명경시 세태를 비판적으로 조형화한 신작전을 차렸다. 일민미술관은 국제갤러리 후원으로 70~80년대 단색조회화 진영에서 떨어져나와 비판적인 모더니즘 추상작업을 펼쳐온 김용익 작가의 회고전시를 마련했고, 국제갤러리는 요절한 추상화가 최욱경(1940~85)의 미국 시절 구작전을 여는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부산 비엔날레처럼 동아시아, 동남아의 과거 전위미술사 기획전을 2018년 한국, 일본, 싱가포르 국립기관과 협업해 열 계획이다. 새 흐름, 젊은 작가는 외면…단색조 그림 이어
대체상품 띄워보려는 상업적 의도
새 담론 새 지형 만들 역량 안 보여
퇴행적 양상 두드러진다는 우려도 문제는 이런 일련의 전시들 대부분이 새로운 각도의 비평적 관점을 제시하지 못하고 기존 작품들의 나열과 담론들 재연에 그치는 한계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박영택 평론가는 “각광받는 원로 실험미술가들이 90년대 이후엔 돋보이는 신작 등을 내놓지 못하고 기존 작업을 답습하는 수준에 머물러왔는데도, 과거 작품만 계속 부각시키는 화랑가 전시들은 과잉 조명이란 느낌이 든다”고 했다.
갤러리 현대 지하층에 재현된 원로 전위작가 이건용씨의 70년대 설치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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