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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창설 10돌, 학예회로 전락한 대구사진비엔날레

등록 2016-10-04 16:13수정 2016-10-05 15:48

감독, 운영위원 감투놓고 지역사진계 아웅다웅 개막 5개월 전부터 전시 급조
운영위가 예술감독 일일이 간섭하며 혼선 자초
10년간 되풀이된 후진 관행 지역사진판 나눠먹기 행사로 전락
올해 창설 10돌을 맞은 대구사진비엔날레는 감독 선임을 놓고 고질적인 내홍이 거듭되면서 불과 5개월 사이 전시가 급조된데다, 운영위원회와 예술감독 사이의 알력까지 겹쳐 역대 최악의 학예회 수준이라는 혹평을 샀다. 비엔날레 본전시의 일부인 ‘도시난민’ 전시장의 모습이다.
올해 창설 10돌을 맞은 대구사진비엔날레는 감독 선임을 놓고 고질적인 내홍이 거듭되면서 불과 5개월 사이 전시가 급조된데다, 운영위원회와 예술감독 사이의 알력까지 겹쳐 역대 최악의 학예회 수준이라는 혹평을 샀다. 비엔날레 본전시의 일부인 ‘도시난민’ 전시장의 모습이다.
대구사진비엔날레 특별전 ‘사진 속의 나’ 전시장. 브루스 길든의 대형 인물사진이 보인다.
대구사진비엔날레 특별전 ‘사진 속의 나’ 전시장. 브루스 길든의 대형 인물사진이 보인다.
“그냥 학예회로 여기면 됩니다.” “외국 전문가들도 볼 텐데… 정말 창피합니다.”

올해 창설 10돌을 맞은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사진잔치를 본 사진계 사람들은 긴 한탄을 늘어놓았다. 지난 9월29일 대구 문화예술회관에서 개막한 ‘2016 대구사진비엔날레’ 전시는 역대 최악이란 평가 일색이다. ‘아시아 사진의 플랫폼’ 구호는 빈말일 뿐이다. 일본의 친한파 사진작가 요시카와 나오야가 예술감독을 맡아 33개국 작가 300여명이 참여한 올해 행사에서 이슈를 제시하는 비엔날레 본연의 정체성은 온데간데없었다.

요시카와는 거장 고갱의 명화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를 전체 주제로 삼아 글로벌 시대 일상의 변화에 질문을 던지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시장은 뒤죽박죽이다. 급변하는 아시아를 소장작가들 사진들로 표현하려 했다는 본전시 ‘아시아 익스프레스’의 4개 섹션 전시를 비롯해 특별전 2개, 4개나 되는 지역작가, 사진과 학생들의 소개성 딸림 전시들에서 일관된 이야기를 찾아볼 수 없다. 도시·환경·전쟁 부문으로 난민의 비극을 갈라 소개한 본전시 ‘익명의 나/너’ 섹션이나 국경없는 의사회의 사진들, 장애인들의 약동이나 동식물 생태에 초점을 맞춘 일본, 중국 작가의 일부 수작들이 간간이 눈에 띄는 정도다. 개별전시만 10여개인데, 작품, 주제는 제각각이어서 급조한 티가 뚜렷하다.

대구비엔날레는 지난해 격론 끝에 사무국 체제로 개편돼 새 출발을 알렸다. 그런데도 전시가 부실투성이로 나온 건 5개월에 불과한 준비 기간 탓이 크다. 운영위원·예술감독 등의 감투 자리를 놓고 자기 사람을 심으려는 지역 사진계 인사들의 고질적인 ‘밥그릇’ 다툼이 또다시 불거진 것이다. <한겨레>가 입수한 운영위 내부 메일공문들을 보면, 운영위원 인선은 지난해 9월, 요시카와 감독 선임은 올해 2월에야 이뤄졌다. 양성철 운영위원장이 예술감독 추천까지 받았다가 논란이 일자 뒤늦게 외부 영입으로 틀었기 때문이다. 전시안도 운영위 추인을 거쳐 확정된 것이 4월이다. 격년제 비엔날레는 개최 2년 전 감독과 기획 틀을 확정한 뒤 장기간 준비하는 것이 원칙이다. 기획전보다도 짧은 수개월간의 벼락치기로 전시를 꾸리는 몰상식한 관행이 10년째 되풀이된 셈이다. 게다가 운영위는 감독에게 아시아의 참신성 등을 전시 기조로 해야 한다며 기획방향은 물론 작가, 큐레이터 추천 등에도 운영위원들 제안을 반영하라고 계속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행태에 분노한 요시카와는 3월 운영위원진에게 메일을 보내 사퇴할 뜻을 비치기도 했다. 운영위의 만류로 요시카와는 감독직을 계속 떠맡았지만, 시간에 쫓겨 자신이 영입한 한중일 기획자들과 주제담론 논의조차 제대로 못한 채 땜질하듯 행사를 꾸려야 했다는 후문이다.

예산 12억원이 들어간 국제비엔날레를 지역 사진계의 나눠먹기 잔치로 여기는 후진 관행을 고치지 않는 한 대구비엔날레는 앞으로 전체 사진계에서 더욱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구/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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