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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명화들로 꼭꼭 채웠지만…뒤끝은 허술한 전시잔치

등록 2016-10-11 16:33수정 2016-10-13 14:24

국립중앙박물관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전
중국 국보급 대작 ‘청명상하도’ ‘고소번화도’
단원·혜원의 풍속첩 함께 나와
진열장마다 명품 잔치…허술한 전시구성 아쉬워
18세기 조선에서 그려진 작자 미상의 <태평성시도> 확대 파노라마 영상을 배경으로 관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18세기 조선에서 그려진 작자 미상의 <태평성시도> 확대 파노라마 영상을 배경으로 관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19세기 그려진 작자 미상 <한양전경도>. 남산 쪽에서 도봉산, 삼각산, 북악산에 둘러싸인 당시 한양도성의 전경을 그렸다. 그림 오른편에 촘촘한 가옥들 사이로 창덕궁의 전각과 백탑(원각사 탑) 등이 보인다.
19세기 그려진 작자 미상 <한양전경도>. 남산 쪽에서 도봉산, 삼각산, 북악산에 둘러싸인 당시 한양도성의 전경을 그렸다. 그림 오른편에 촘촘한 가옥들 사이로 창덕궁의 전각과 백탑(원각사 탑) 등이 보인다.
중국 랴오닝성박물관에서 빌려와 전시중인 <청명상하도>의 부분. 16세기 명대 화가 구영이 그린 것으로 사람들로 번잡한 중국 소주 거리의 풍경을 담은 대작이다.
중국 랴오닝성박물관에서 빌려와 전시중인 <청명상하도>의 부분. 16세기 명대 화가 구영이 그린 것으로 사람들로 번잡한 중국 소주 거리의 풍경을 담은 대작이다.
18~19세기 우리 전통미술의 황금시대가 지금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다시 펼쳐지고 있다.

5일부터 기획전시실에 차려진 특별전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은 이름 높은 그 시절 대가들의 수작, 걸작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명작들의 숲을 산책하는 기분에 젖게 된다.

19세기 한양지도 <수선전도>로 시작되는 전시장에는 겸재 정선이 그린 한양 진경에 뒤이어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첩이 함께 필력을 겨루고 있다. 중국회화사의 대작으로 30m가 넘는 <청명상하도> <고소번화도>가 등장해 시선을 압도하며, 19세기 화단의 기린아 조희룡과 장승업의 꽃 기운 생동하는 매화 대작 그림이 운을 떼는가 하면 근대화가 김주경이 인상파 터치로 묘사한 20년대 북악산 아래 경성 풍경도 기다린다.

전시는 ‘미술이 그려낸 도시와 그 도시에서 꽃피운 미술’로 요약된다. 알려진 대로 조선은 18세기 인구 급증과 상업 발달로 도시 환경이 일변한다. 화단 또한 완물상지(玩物喪志)라 하여 “일개 물건에 마음이 지나치게 홀리면 뜻과 의지를 잃는다”며 집착과 관심을 절제했던 유교사회의 금도를 벗어나 감각적, 세속적인 풍속도와 진경산수, 책가도 등을 쏟아냈다. 기획자들은 이렇게 변화한 도시 환경 속에서 꽃핀 새 미술의 양상들을 도시의 코드로 꿰어 보여주고자 했다.

한양의 변화상을 담은 초반과 도시의 일상생활을 담은 중반까지는 이런 주제의식이 나름 녹아든 전시 구성을 보여준다. 촉촉한 안개에 싸인 18세기 한양 전경을 진경산수화로 담은 겸재의 <장안연우>나 작가 미상의 <한양전경>은 남산, 북악산과 백탑, 궁궐이 랜드마크였던 당대 한양의 정경을 전해준다. 명청시대 번화한 강남 풍경을 담은 <청명상하도> <고소번화도>(중국 랴오닝성박물관 소장)는 전시의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18세기 조선에서 본떠 제작한 <태평성시도>, 17세기 일본 교토의 풍경을 담은 <낙중낙외도>와 더불어 동아시아에서 일어난 도시적 공간감각을 보여주는 두 작품은 30m 넘는 화폭에 수천명의 등장인물과 경물이 등장하는 도시생활사의 거대한 요지경이다. 처음 함께 진열된 김홍도, 신윤복 풍속첩에 등장하는 세속 인간사의 장면들과 이인문의 시회도, 김홍도가 그린 개성 송악산 지역 노인들의 잔치 그림(<기로세련계도>)들은 도시라는 맥락 속에서 새로운 구도로 꿰어졌다. 고려대박물관이 소장한 겸재의 <인왕산 계곡 청풍계> 그림은 먹을 쓸어내린 듯한 겸재 필법의 통쾌한 감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명작. 당대 도시 작가들의 감성 취향을 보여주는 전시장 한가운데 ‘매화의 방’은 흐드러지게 피어나면서 난무하는 조희룡과 장승업 특유의 매화꽃나무 대작 4점을 당시 이색적인 청나라풍의 채색 이형 자기들과 함께 놓아 당대의 미감을 집약해냈다.

근대기 도시의 변화를 담은 그림과 공예품을 배치한 마지막 부분에서 전시는 다소 혼돈스러워진다. 20세기 초 화가들이 술판에서 그린 합작화와 초창기 양화가들이 일본 유학 당시 그린 자화상들이 김주경, 서동진의 풍경화, 사진·만화·출판물들과 함께 잡다하게 나열돼 앞부분과는 전혀 다른 전시처럼 보인다. 김주경의 경성 풍경 제작 연대가 화폭에 1927년으로 쓰였는데도 설명판엔 29년으로 표기하고 그림 속 건물 설명도 잘못 표기하는 등의 초보적 오류가 거슬린다. 미술사가인 김용철 고려대 일본연구센터 교수는 “조선후기 도시화가 어떻게 미술에 발현되었는지 보여주려는 의욕이 돋보이지만, 연구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역사적 맥락이 다른 우리 근대미술까지 사족처럼 전시에 이어붙인 건 박물관 정체성과 맞지 않다”고 평했다. 11월23일까지. (02)2077-9000.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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