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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우리는 작품 대신 관계를 만드는 작가들이다

등록 2016-10-18 16:39수정 2016-10-18 21:38

‘2016올해의 작가상’ 받은 2인조그룹 믹스라이스의 조지은, 양철모 작가
14년째 이주노동자 지원활동과 이땅의 재개발 소외의 흔적 찾는데 진력
곳곳에 벌인 네트워크 기반으로 아시아의 이주 정착 과정 탐구하고파
국립현대미술관 주최 ‘2016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작가그룹 믹스라이스의 양철모(왼쪽), 조지윤 작가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작업실에서 작품에 쓰인 소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이정아 기자 <A href="mailto:leej@hani.co.kr">leej@hani.co.kr</A>
국립현대미술관 주최 ‘2016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작가그룹 믹스라이스의 양철모(왼쪽), 조지윤 작가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작업실에서 작품에 쓰인 소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지난 8월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식물의 이주를 주제로 전시중인 믹스라이스의 전시장 모습. 80년대 재개발 모델하우스의 풍경을 담은 흙바닥 설치작업과 수몰지 식물들의 탁본을 떠서 붙인 벽화 그래피티 작업이 보인다. 노형석 기자
지난 8월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식물의 이주를 주제로 전시중인 믹스라이스의 전시장 모습. 80년대 재개발 모델하우스의 풍경을 담은 흙바닥 설치작업과 수몰지 식물들의 탁본을 떠서 붙인 벽화 그래피티 작업이 보인다. 노형석 기자
지난주 국립현대미술관의 ‘2016 올해의 작가상’을 받은 2인조 작가그룹 ‘믹스라이스’의 작업실은 서울 합정역 뒤편의 서교동 주택가에 있었다. 4층 다세대주택 지하층에 두 갈래 통로를 틔우고 들어선 20여평 공간은 충무로의 사진스튜디오나 인쇄소 같은 분위기가 났다. 한쪽엔 대형 사진프린터가 놓였고, 다른 쪽엔 탁상 위의 여러 식물, 나무들을 찍은 사진이 널렸다. ‘아시아는 어디에 있는가’(Where is Asia?)란 물음이 쓰여진 노란 쪽지, 높은 걸이식 조명등도 눈에 띄었다.

“사진, 디자인 일을 하는 생업 장소와 믹스라이스 작업실을 포개놓고 일하지요. 지난 넉달간 올해의 작가 전시를 만드느라 못 했던 생업에 이제 몰두해야 해요.”

양철모(39) 작가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미술 행사의 사진포스터, 도록 작업을 하거나 기획일을 하면서 작업을 한다고 했다. 그의 부인이자 동료인 조지은(41) 작가와 함께 꾸려가는 믹스라이스는 이주노동자들과의 연대 문화활동 지원을 작업으로 삼는 듀오다. 활동 20년을 바라보는 그들이 내놓을 수 있는 건 제3세계 이주노동자들과 맺어온 다양한 관계, 그 과정에서 낳은 여러 사건들과 탐사, 르포 등을 담은 사진, 공연, 영상, 글 등의 기록 등이다. 다국적 작가들과 국내 작가 사이에 이리저리 뒤얽히면서 만들어놓은 공공미술 모임 ‘삼거리’, 충북 괴산의 탑골만화방 등의 여러 네트워크 공간들도 성과라면 성과다.

“수상 후보가 된 것도 믿기지 않았죠. 그간 마석 가구단지 등에서 제3세계 노동자들과 만나 일하면서 깨닫게된 개발과 이주, 정착의 문제를 식물 이주의 현실을 통해 대중에게 쉽고 편하게 설명해보자고 한 것인데요. 상까지 받은 것도 좋지만, 전시가 좋았다는 호평을 많이 받아 더 기쁩니다.”(조지은) ‘잡곡밥’이라는 뜻의 믹스라이스는 2002년 결성한 이래로 지나온 곡절들이 많다. “캠코더만 들고 비추면 세상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나를 포함한 4명의 젊은 작가들이 이주민센터에서 노동자에게 비디오기기 활용법을 강의한 것이 발단이었다”고 조 작가는 회상했다. 이런 활동은 이주노동자 고향 르포물이나 다큐 작업을 거쳐 2006년부터 지금까지 경기도 마석 가구단지에서 진행 중인 이주노동자들의 문화축제와 기술워크숍 등의 공동체 운동, 최근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에도 전시 중인 이주·해고노동자들이 함께 한 노래극 영상 <21세기 공장의 불빛>으로 이어졌다. 작업은 정착하지 못하는 이 땅의 사람들과 시간을 뺏겨버린 수몰지, 개발지 식물들의 ‘이주’ 경로, 기억을 뒤쫓는 탐색으로까지 확장되었다. 노동자들을 위한 공동체 활동과 생업, 네트워크 공간으로 짜인 3개 구조 속에서 바쁘게 살아왔다는 두 작가는 “로컬리티(지역성)를 잘 드러내는 것이 가장 글로벌하며 사람 사이 신뢰로 다진 관계가 가장 훌륭한 작업이라는 믿음으로 계속 일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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