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에세이집 낸 김제동 북토크쇼
독자 400명 초청…즉석 청혼받기도
“노제에서 사회해서 빨갱이라면…”
공중파 방송 ‘퇴출’ 심경 등 수록
독자 400명 초청…즉석 청혼받기도
“노제에서 사회해서 빨갱이라면…”
공중파 방송 ‘퇴출’ 심경 등 수록
“저더러 진보적이라고들 하는데, 맞습니다. ‘진짜 보수, 진보’. 보수의 최고 가치는 가족·아이·법치·헌법·국가·민족 아닙니까. 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입니다.”
한 달 평균 5천명, 많게는 2만명까지 만난다는 ‘대한민국 대표 이야기꾼’답게 시작부터 촌철살인의 어록이 쏟아져나온다. 그럴 때마다 객석에서는 탄성 섞인 웃음이 터져나온다.
26일 저녁 서울 강남 백암아트홀에서 열린 김제동(42)의 북토크쇼 ‘그럴 때 있으시죠?’ 현장이다.
이날 첫 자전 에세이집 <그럴 때 있으시죠?>(나무의마음 펴냄)를 낸 그는 사전 주문한 독자 가운데 커플 50쌍을 비롯 400명을 초청해 공감을 나눴다. 한겨레의 시민노래모임 평화의나무합창단이 그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 김광석의 ‘일어나’와 성시경의 ‘노래가 되어’로 개막을 알렸다. 그는 두해 전 진도 팽목항에서 열린 ‘세월호 100일 추모문화제’에서 함께 무대에 올랐던 인연으로 합창단을 초청했다.
“대한민국 헌법 36조 2항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친정엄마 조항’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집 간 딸이 오면 그러잖아요? ‘아고 야야, 오늘은 암껏도 하지 말고 쉬어라’. 헌법의 최종 해석은 국민들이 하는 것이 맞지요? 그러니 개헌도 국민이 해야 하는 거죠?”
“헌법 11조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다’고 못박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평등권은 ‘투표’라고 생각합니다. 잘 생기든 못 생기든, 장가를 갔든 안 갔든, 누구나 한 표의 선출권이 있잖아요. 그렇게 뽑힌 공직자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도 적혀 있지요.…진짜 대통령이 국정을 하면 됩니다.” “결말을 예측할 수가 없네. 트윈스?ㅋㅋ”
대구 대학시절 축제 진행자로, 군대에선 문선대 사회자로, 레크레이션 강사로, 야구장·농구장 장내 아나운서로, 그리고 마침내 전국민 대상 방송에 진출까지 ‘입소문’으로 성공한 그의 입담은 이날도 예측할 수 없는 대목에서 ‘빵빵’ 터졌다.
관객들이 포스트잇에 적어낸 고민거리나 질문을 무대 칠판에 붙여놓고 무작위 한장 한장씩 골라 읽으면 진행한 그는 대본 한 장 없이 즉석에서 대화를 끌어내며 물흐르듯 이어졌다.
“너무 좋은 자리에 앉게 되어 전생에 나라를 구한 기분”이라는 관객에겐 “전생 말고 지금 이 나라를 구해야 한다”고 되받았고, “짝꿍의 심술 땜에 괴롭다”는 어린 초등생한테는 눈높이를 맞춰가며 위로를 시도하다, “짝꿍이 그럴 때마다 어이가 없다”는 어른스러운 대답에 주저 앉고 말았다. “급히 나오느라 딸내미 학생 교통카드 들고 나와 지하철에서 부정승차로 30배 벌금을 물었다”는 40대 아빠에게는 벌금액 만큼 책을 선물해줘 박수를 받았다. 직업이 기자라고 밝힌 여성 관객은 “오빠만 좋다면 결혼할 수도 있다”며 즉석 청혼을 하기도 했다.
부산 성베네딕도 수녀원에서 요양중인 이해인 수녀는 책말미에 ‘모든 이와 함께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길 위의 사람에게’ 제목의 편지로 출간을 축하했다. 그는 “법륜 스님께서 김제동 청년에게 스님이 되면 어떻게냐고 하셨다니, 나는 가톨릭의 평수사를 제안하고 싶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을테니 취소하는게 낫겠지요?”라면서도 “엄숙한 수도원의 유쾌한 오락부장을 하면 잘 할 수 있을텐데”라고 덧붙여놓았다.
책에는 초등학교 때 다친 이야기, 대학시절 캠퍼스커플이었던 여자 친구에게 차인 연애담, 최근 방송 파일럿 프로그램 <미운오리새끼>에서 소개팅한 경험까지, 부록으로 최근 화제가 됐던 ‘성주 사드 연설문 전문’도 담겨 있다.
특히 2010년 이래 공중파 방송에서 사실상 ‘퇴출’ 당한 뒤 소회를 짐작케 해주는 ‘그냥 자는 척 했습니다’가 눈길을 끈다. “고향집에 가면 무조건 술먹고 자는 척 하는데 어느날 어머니가 혼잣말로 그러시더라고요. ‘아이고, 야, 야, 니 빨갱이 아이제?’…‘돌아가신 분 노제에 가서 사회를 보는 게 빨갱이인가? 그럼 빨갱이 할게.’…‘김제동, 나 지금부터 빨갱이할게.’ 요것만 제목으로 뽑을 것 같은데.”
예정된 1시간은 물론 2시간을 훌쩍 넘긴 뒤 다시한번 김광석의 ‘일어나’를 기타를 치며 관객들과 함께 부른 그는 피아노까지 치는 척 하더니 폼만 잡고 덮는 퍼포먼스로 마지막 순간까지 폭소를 선사했다.
그는 책에서, 그리고 이날 토크쇼에서 하고 싶은 말은 단 한마디라고 했다. “지금 행복하시길!”
글·사진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김광석의 ‘일어나’를 기타를 치며 부르고 있는 김제동.
한겨레 평화의 나무 합창단(지휘 김준범)의 오프닝 무대-노래가 되어(성시경), 일어나(김광석)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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