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가 3일 오전 서울 마포 한겨레신문사에서 연주회를 앞두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무엇보다 거장 탄둔의 곡을 연주하게 돼 영광이죠. 영화음악이라 그런지 악장마다 캐릭터가 선명해 재밌게 연주해보려고 해요.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멜로디들과 강렬한 반복적 구간들이 대비되어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좋은 오케스트라, 그리고 연주자들과 콜라보하게 되어 뜻깊게 생각해요.”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28)는 오는 4·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중국 출신의 작곡가 탄둔(59)의 영화음악 시리즈를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한다. 직접 지휘를 맡는 탄둔은 우상인 말러와 번스타인을 뒤따라 동서양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독창적인 레퍼토리를 선보여왔다. 이번 연주곡은 그가 작곡한 ‘무협영화 3부작’인 <와호장룡 협주곡>(2000), <영웅 협주곡>(2010), <야연 협주곡>(2010)과 <세번의 부활>(2013)이다. 조진주는 <영웅 협주곡>과 <세번의 부활>을 협연한다. 최근 그를 <한겨레>에서 만났다.
“꿈의 무대인 미국 카네기홀에서 지난해 12월 협연과 올해 6월 독주회를 했는데, 그런 곳에서 자주 연주를 해야 연주를 더 잘할 수 있는 토양이 된다고 봐요. 음향, 음악적으로 만족감이 높은 관객 앞에서 커리어를 쌓아가려 합니다. 지금 생각으로는 40살에 전성기를 맞는 게 목표입니다.”
조진주는 17살이던 2006년 캐나다 몬트리올 국제음악콩쿠르 1위와 관중상 수상으로 시작해, 2014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국제콩쿠르 우승으로 세계에서 각광받는 젊은 연주자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엔 금호아트홀의 상주 아티스트로 활동했다.
“저는 고집이 센 편이라, 하고 싶은 걸 하려고요. 슈만, 모차르트, 스티브 라이시, 케빈 푸츠 등을 좋아하고요. 곡을 읽어보는 것을 좋아하고 관객과 소통을 중시합니다. 그래서 관객을 고려하는 미국 현대음악가 중심으로 연주하려 해요. 조지 크럼은 현대음악을 관객에게 돌려준다고 생각하거든요. 조지 크럼의 ‘아메리칸 송북’이나 케빈 푸츠의 총기사고에 대한 곡들이 그래요. 동시대 사건에 대한 영감을 클래식음악으로 풀어냈잖아요.”
이미 잘 알려졌지만 그의 어릴 적 꿈은 작가였다. 글 쓰면서 연주하는 게 꿈이었다. “연주를 하지 않았다면 소설을 쓰지 않았을까요? 제가 책을 많이 읽었지만, 한국에서 중학국어만 배우고 고등국어를 배우지 못했어요. (그는 만 14살 때 미국 유학을 떠났다.) 문법적인 베이스가 더 있었다면 표현력을 바탕으로 더 잘 쓸 수 있을 텐데…. 배우 유아인씨는 글을 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던데,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참 부러워요.” 그는 월간 <객석>에 은희경, 송창식 등의 인터뷰를 쓰기도 했다. 좋아하는 작가는 전경린, 은희경, 밀란 쿤데라, 로맹 가리, 하루키 등이다. 다 읽지는 않더라도 책 사는 걸 무척 좋아한다.
그는 지난 8월부터 모교인 미국 클리블랜드 음악원 겸임교수를 맡아 22명의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28살의 나이에 후배 같은 제자들과 만나는 느낌은 어떨까? “학생들이 도제식으로 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자신이 뭘 원하는지 잘 표현하지 못해요. 각자 해석 능력이 다르지만 머릿속의 해석 능력을 연주로 잘 실현하도록 하는 게 제 임무죠. 그래서 많이 물어보도록 해요. 작곡가가 왜 이렇게 썼을지 자기 오피니언을 구축하게 하고, 서로 다른 자기 색깔을 갖도록 하는 게 21세기에 걸맞은 교육 방법입니다.”
이번 롯데콘서트홀 연주에는 조진주와 함께 중국의 차세대 첼리스트 주린, 피아니스트 지용이 서울시향과 협연한다. 1544-7744. 글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