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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들 “박 퇴진때까지” 텐트 시위…경찰 강제 철거

등록 2016-11-04 16:46수정 2016-11-04 17:15

[현장] 광화문광장서 7449인 시국선언
캠프촌 퍼포먼스 벌이자 경찰 진입
텐트 압수하고 항의 예술인 끌어내
“우리들 말고 박근혜를 체포하라”
4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예술행동위원회 주최로 열린 박근혜 퇴진 블랙리스트 예술가 시국선언을 마친 참가자들과 경찰이 캠핑 시위를 하기 위한 천막 설치를 두고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4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예술행동위원회 주최로 열린 박근혜 퇴진 블랙리스트 예술가 시국선언을 마친 참가자들과 경찰이 캠핑 시위를 하기 위한 천막 설치를 두고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제 우리는 1987년 6월 항쟁을 넘어서는 투쟁을 벌여야 한다.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오늘부터 이곳 광화문에 텐트 캠프촌을 꾸려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싸우겠다.”

4일 정오께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국선언을 한 예술인들이 이순신 동상 주변에 20개의 텐트를 치려는 순간, 경찰이 광장으로 진입해 예술인들을 끌어내고 텐트를 압수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변방연극제 예술감독 이경성 연출 등이 경찰에 멱살이 잡히는 등 곳곳에서 몸싸움과 함께 “대통령 퇴진!” 구호가 터져나왔다. 시민과 문화예술인들은 경찰을 향해 “문화예술인 퍼포먼스가 범죄가 되는가? 우리를 잡아가지 말고 박근혜를 체포하라”고 외쳤다.

경찰은 ‘광화문광장에 텐트를 치는 것이 공공장소를 점유하는 행위’로 보고 제지했고 문화예술인들이 이를 거부하면서 한 시간쯤 충돌이 이어졌다. 문화예술인들이 설치한 1인 텐트 15개는 모두 경찰이 압수했지만 연행자는 없었다.

4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예술행동위원회 주최로 열린 박근혜 퇴진 블랙리스트 예술가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4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예술행동위원회 주최로 열린 박근혜 퇴진 블랙리스트 예술가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경찰과 충돌하기에 앞서 이날 오전 11시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박근혜 퇴진 문화예술인 시국선언’ 기자간담회가 1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이 광장에서 열렸다. 문화예술인 7449명이 서명한 시국선언의 뼈대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철저조사 및 책임자 처벌, 차은택·김종 구속수사, 문화부역자 사퇴, 검열과 문화행정 파탄 책임자 사죄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시국선언문은 “최순실 게이트의 많은 비리와 전횡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에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충격을 금할 길이 없다. ‘문화융성, 창조문화융합’이란 국가 문화정책 슬로건은 오로지 최순실과 차은택의 사익을 위한 허울 좋은 수사에 지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문체부 산하 기관장들 상당수가 최순실, 차은택의 인맥과 학연으로 그 자리를 차지하고 문체부 인사와 예산 장악의 주역 혹은 부역 노릇을 했다. 최근 공개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도 최순실과 차은택의 문체부 장악 시점과 맞물려 청와대의 지시로 이뤄진 것이 더욱 분명해졌다”고 주장했다.

시국선언 참석자들의 박근혜 규탄 발언도 이어졌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오늘 기자회견을 보니, (박 대통령은) 절대 물러날 생각이 없다. 언 땅을 뚫고, 메마른 땅을 뚫고 나오는 움싹이 바로 예술가들이다. ‘박근혜 물러나라’를 외치며 예술가의 움싹이 피어오르길 바란다”고 밝혔다.

신학철 민중미술 작가는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 드라마여서 재밌다. 이젠 끝장이 난 것 같다. 끝까지 표현의 자유를 지켜가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연극인 권병길은 “5% 지지율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시청률이 가장 높은 건 블랙코미디다. 박근혜씨는 연기를 잘한다”며 대통령 담화를 비꼬았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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