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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헝클어진 세상 오리 같은 삶…기묘한 한국 도시풍경들

등록 2016-11-07 15:41수정 2016-11-07 21:44

황세준 작가의 신작전 ‘오리행 행행’ 15일까지 열려
삭막한 한국 도시풍경에서 풀어내는 처연한 삶의 이야기들
황세준 작 ‘유니버스’. 배가 다니지 않는 서울 한강수상택시 정류장 부근의 기묘한 광경을 담았다. 도판 황세준 작가 제공
황세준 작 ‘유니버스’. 배가 다니지 않는 서울 한강수상택시 정류장 부근의 기묘한 광경을 담았다. 도판 황세준 작가 제공
이 그림들은 대도시 서울의 민낯이라 할 만하다. 어두운 밤 괴물처럼 거리로 튀어나와 손짓하는 둘리 공룡 광고조형물의 천진난만한(?) 표정과 인도 위에 귀신 머리카락처럼 흩어진 풀더미들, 배가 다니지 않는 한강수상택시 정류장의 길쭉한 표식대, 새파란 하늘 아래 회색빛 콘크리트 고가를 엇갈려 달리는 버스들이 화폭 위에 그려졌다.

서울 신림동 전시공간 산수문화에 나온 중견작가 황세준(53)씨의 개인전 ‘오리행 행행’의 출품작들은 서울 구석구석의 허망한 이미지들을 담는다. 작가가 사는 망원동을 중심으로 바라본 한강과 변두리 골목, 거리 등을 묘사한 신작들은 친숙한 도시 이면의 풍경 속에 무언가 결핍되고 헝클어진 이미지들의 부조화가 도사리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20여년간 13차례 개인전을 통해 작가는 강퍅한 도시 풍경 속에서 우리 삶의 현실과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골몰해왔다. 정신줄을 놓은 채 급속성장과 경제적 감각에 매달려온 한국인의 내면이 서울 도시 공간에 투영되어 있다는 인식에 바탕한 회화적 시도인 셈인데, 작가는 작품마다 낯선 공간구성과 배치를 통해 도시에 스며든 비루한 욕망과 가치관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낸다.

특히 이번 신작전에서는 사실적인 풍경 묘사 사이에 끼어든 추상적 색면의 묘사가 도드라진다. 도로의 인도를 에워싼 땅이 꺼진 듯한 색면이 보이는 <스토리> 연작이 대표적이다. 경주 지진 직전 그린 이 인상적인 작품을 두고 작가는 “가로등, 보도블럭, 하수구 같은 거리의 일상적 지표들이 마치 밑빠진 시스템을 연기하고 있는 듯 했다”고 작업노트에 썼다. 수영장을 채운 푸른 화면에 세월호 참사에 희생된 학생들의 흰 그림자를 그려넣은 <부재>와 모노톤의 색층으로 처리돼 공간감이 없는 난간 바닥 위에서 아기엄마들이 수다떠는 장면을 담은 <가을 수다>, 버스승차장 곁 화분 꽃들의 풍경을 그린 <꽃길> 등에서 풍경과 추상 사이를 오가며 지금 우리의 현실 이야기를 끄집어내려는 작가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도심 공간들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의 물결로 뒤덮힌 요즘 시국이 눈에 겹쳐지면서 더욱 착잡한 상념을 낳는다. 전시 제목은 출품작 중 일부인 <오리행-천변>에서 따왔다. 작가는 “주책과 우아함, 어수룩한 걸음과 날렵한 유영 등의 양면성을 지닌 오리의 모습이 지금 한국인들의 일상적 행태들과 닮아 보인다”고 했다. 15일까지. sansumunhwa.com.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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