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신관 지하 전시장 들머리에 늘어선 서용선 작가의 신작 불상들. 고뇌하며 앉은 부처와 주위의 기립한 보살상들을 거칠게 깎은 대형 나무조각상들로 표현했다.
거칠게 깎은 우람한 나무 불상들이 시선을 짓누르며 기립해있다. 번뇌를 깎고 깎아 깨달음에 이르는 고행의 공간이다. 3m는 될법한 보살과 현자 수보티, 그리고 머리와 육신이 반으로 쪼개진 고뇌하는 싯다르타 부처가 깎이고 패인 나무 재질 그대로의 모습으로 생각의 기운을 내뿜는다. 그 풍경 속에서 망연해질 찰나, 전시장 안쪽에서 ‘음’ ‘오’ ‘아’ 같은 나지막한 불가의 음성이 들려온다.
조선초 단종의 비극적 애사를 담은 역사화와 부유하는 도시인 군상들을 그려 성가를 얻은 중견작가 서용선씨의 신작들은 형상을 초탈해 주관적인 불심으로 깎은 나무 불상들이다. 20일까지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리는 ‘색과 공, 서용선’전에 나온 그의 조각 작품들은 강렬한 원색조 회화에서 보여주었던 작가의 필력이 소탈하면서도 거친 손기운으로 전이되면서 깨달음에 대한 작가의 집요한 몸짓을 보여주는 듯하다.
본디 불교조각은 전형과 양식의 예술이다. 부처와 각종 보살, 천왕상 등의 도상들은 2000여년을 이어온 엄정하고 독특한 전형들이 역사와 지역성에 따라 각기 다른 형상으로 전개되면서 당대의 신앙과 사회상을 반영해왔다. 그러나 작가는 망치와 끌, 대패 등을 들고서 죽죽 쳐내거나 장작을 패듯이 윤곽만 다듬어낸 무위의 불상들을 통해 어릴 적 자신의 무의식적 원형을 만들어온 불심의 덩어리를 드러내려 한다. 2015년 일본 와카마야현 고야산에 있는 밀교사찰 금강봉사(곤고부지)의 개산 1200주년전에 참가하면서 불교 조각 작업에 주목하게 된 작가는 도시와 역사에 펼쳐졌던 집요한 시선을 이제 색즉시공의 세계로도 쏟아부을 참이다. 작가는 자신이 나무를 쪼개며 손길에 새겨넣은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우리가 옳다고 하는 기준을 따라 일상을 반복할 수 있는 힘”이라고 말한다. (02)3217-6484.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