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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바람 타는 제주섬에 젊은 미술 바람이 분다

등록 2016-11-21 16:00수정 2016-11-22 16:18

제주도립미술관 ‘아트 페스티벌-에이아르 타운스’전
비영리전시공간협의회가 공공미술관서 연 첫 전시
한강미술관 등 초창기 대안공간 아카이브전 등 눈길
지난 18일 제주도립미술관 들머리에서 열린 ‘비영리 전시창작공간 아트페스티벌’의 개막 퍼포먼스 광경. 미술관 앞 연못 안에서 퍼포먼서가 낚시로 무언가를 건져 올리는 몸짓을 펼치고 있다.
지난 18일 제주도립미술관 들머리에서 열린 ‘비영리 전시창작공간 아트페스티벌’의 개막 퍼포먼스 광경. 미술관 앞 연못 안에서 퍼포먼서가 낚시로 무언가를 건져 올리는 몸짓을 펼치고 있다.
비영리 미술공간들의 활동상을 소개하는 전시장의 특설 공간. 제주 특산 감귤을 담은 나무상자를 엮어 거대한 원통형 모양의 소개마당을 차렸다.
비영리 미술공간들의 활동상을 소개하는 전시장의 특설 공간. 제주 특산 감귤을 담은 나무상자를 엮어 거대한 원통형 모양의 소개마당을 차렸다.
어둑어둑한 허공 위로 파란빛 낚싯줄이 이리저리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다녔다.

지난 18일 저녁 제주시 남쪽 한라산 중산간에 있는 제주도립미술관 앞 연못에서는 낚시질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공간을 드로잉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이는 4년 전부터 제주 서귀포에서 활동 중인 김백기 작가. 그가 푸른 물방울 옷을 입은 채 낚싯대를 휘두르며 연못 안을 활보하자 연못가 여기저기서 사진 플래시가 터졌다.

퍼포먼스는 이날 개막한 젊은 미술 전시의 성공을 기원하는 마당이었다. 국내 실험적 미술공간들의 연합체인 비영리전시공간협의회(이하 협의회·대표 서상호)와 미술관이 공동주최하는 ‘아트 페스티벌-에이아르(AR: Art Space & Residence) 타운스-와랑와랑 모다드렁’전이다. ‘와랑와랑 모다드렁’이란 부제는 제주말로 ‘왁자지껄, 활활’이란 뜻. 2012년부터 각지의 대안공간과 버려진 산업시설 등을 돌았던 협의회의 연례 전시축제가 전국 30곳의 전시·창작공간들이 모여든 대형 전시로 커져 공공미술관에서 처음 잔치를 차린 것이다.

전시장은 간단치 않은 구성으로 손짓했다. 들머리에는 제주 특산 감귤을 담았던 나무상자들을 엮어 거대한 원통형 공간이나 열을 지어선 직사각형 구조물을 쌓아 올렸다. 상자 속 곳곳에 전국 30개 가맹 실험대안공간의 활동상을 알리는 전단지와 소개 자료, 전시 장면을 담은 동영상들이 모자이크처럼 들어찼다. 아트창고, 문화공간 양, 다시방프로젝트 등 현재 제주섬 각지에서 활동 중인 13개나 되는 비영리 전시공간, 스튜디오, 복합공간들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었다.

전시장 안팎엔 대안공간들이 내놓은 대표작가들의 설치, 영상, 평면 신·구작들이 ‘새끈한’ 배치로 놓여 있다. 미디어극장 아이공이 출품한 안상범 작가의 ‘사대문의 도시’는 자본 재개발로 허물어진 서울 서대문 옥바라지 골목의 폐허 속을 과거 수인들의 도롱이를 쓴 채 거니는 퍼포먼스 영상이 발길을 멈추게 했다. 허공에 줄 몇 개를 헐렁하게 매단 정승운 작가(사루비아다방 출품)의 설치 드로잉, 제주 옹기에 외래 식물을 심은 구조물을 들여놓은 김원정·한석경 작가(오픈스페이스 배 출품)의 집 구조물, 사회 저항적 메시지를 내뱉는 서울시 환경미화원의 절규하는 랩을 담은 김기라 작가(대안공간 루프 출품)의 동영상 등이 눈에 띈다. 1980~90년대 국내 대안공간의 선구가 됐던 그림마당 민, 한강미술관, 나무화랑의 주요 전시, 출판 자료들을 한자리에 모은 아카이브 전시나, 30여명의 국내외 대안공간 기획자와 작가들이 모여 지원과 자생 사이에서 대안공간의 미래 정체성을 고민하는 3차례 토론과 국제 콘퍼런스를 벌인 것도 이전에 없던 풍경이었다. 김준기 미술관장은 “같은 비영리 기관인데도 서로 만나지 못했던 미술관과 대안공간 단체들이 처음 한자리에 모여 소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대안공간들의 실험이 10년 이상 축적되면서 미술관 콘텐츠와 만나는 접합지점을 확인했다는 게 성과”라고 말했다.

제주는 현재 등록된 미술관·박물관만 200곳이 넘는 미술관 신천지다. 올해만 해도 5월 문정인 연세대교수가 기증한 제주시 월평동 감귤농장 건물에 미술공간 중선농원이 문을 열었고, 지난달엔 한림읍에 원로대가 김창열씨의 개인 미술관이 개관해 눈길을 모았다. 아라리오 그룹이 수년전 제주시 탑동의 옛 건물을 재생해 만든 뮤지엄타운을 비롯한 여러 미술공간들과 중견·소장 작가들의 작업 스튜디오 등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미술 영역의 에너지를 제대로 집약할 계기와 자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실제로 제주도 쪽은 내년 창설을 목표로 도립미술관과 함께 해양문화예술제를 표방한 비엔날레 신설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미술계에서는 이미 진부해져 버린 비엔날레 등의 낡은 형식틀보다는 해양문화, 예술공동체 활성화, 지역재생 같은 지역 현장의 요구를 녹여낸 대안적인 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거듭 제기하고 있다. 전시는 내년 1월29일까지. (064)710-4300. 제주/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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