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와 토기를 이미지로 쓴 ‘일본 고대문화로의 초대’전 포스터. 사진 복천박물관 제공
옛적 한반도에서 일본 열도로 대륙의 문명이 전해진 시기는 언제부터일까?
많은 한국인들이 백제 때 다 전해준 것이라고 단정하곤 한다. 고고학적으로 따져보면 시기가 한참 올라간다. 최소한 기원전 6~5세기께부터 한반도 농경민들이 일본 열도로 건너가 조몬 토기를 만든 신석기 시대 토착민과 공생하면서 기원후 3세기께까지 오늘날 일본 문화의 원형을 만들어낸다. 수렵, 채집 문화가 벼를 심는 농경문화로 대체되고, 한반도 것과 쏙 빼어닮은 토기, 청동·철기 도구로 특징지어지는 이 시대를 야요이 시대라고 부른다.(야요이는 이 시기 토기가 처음 발견된 도쿄 시내 지명에서 유래한다.)
일본과의 인연을 처음 만든 야요이 시대와 그 바로 뒤 고대국가의 기틀을 만든 고훈(고분) 시대의 대표적인 유물들을 선보이는 전시가 부산 동래 복천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박물관 개관 20돌과 부산-후쿠오카 문화재 교류 20돌을 맞아 차린 국제교류전 ‘일본 고대문화로의 초대’다. 후쿠오카시 박물관 등 일본 각지 13개 기관으로부터 유물 2500여점을 빌려왔다.
‘일본 고대문화…’전에 나온 긴키식 대형 청동방울. 울림 용도가 아니라 제례에 쓰였던 용구로 간주되고 있다. 사진 복천박물관 제공
전시장의 유물들은 부여 송국리 등 국내 청동기·철기·삼국 시대의 주요 유적 유물들과 비슷한 것이 많다. 야요이 시대에 해당하는 후쿠오카 우키쿤덴 유적과 사가현 사쿠라노바바 유적의 줄무늬거울(다뉴세문경), 세형동검은 한반도 것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다. 세계적인 고대 촌락 유적인 요시노가리 출토 철촉, 쇠손칼(도자), 토기 등도 한반도에서 영향받았다는 것을 훑어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야요이 시대 말기와 고훈 시대로 가면 창의 일종인 동과나 투구, 갑주, 청동방울 등에서 한반도와 다른 특유의 양식이 생겨나 점차 일본만의 특징을 지닌 문화로 변천되어간다는 것도 느끼게 된다. 1m 이상의 거대한 청동방울(동탁)은 한반도에서 볼 수 없는 것이다. 고훈시대 무덤을 장식했던 원통형 기와 ‘하니와’는 일본 특유의 미니멀한 조형성이 깃든 유물이지만, 전라도 해안 등에서도 나오는 출토품이어서 한-일 고대사의 심원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12월4일까지. (051)554-4263~4.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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