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호를 쓰고있는 생전의 남전 원중식. 윤주영 사진가가 2009년 ‘백인백상’전 당시 찍었다. 사진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제공
남전 원중식(1941~2013)은 국내 서예계에서 19세기 거장 추사 김정희와 20세기 거장 검여 유희강의 맥을 이어받은 정통파 명인으로 손꼽힌다. 고금서법에 두루 통달한 내공을 바탕으로 서예 현대화에 몰두했던 그의 타계 3주기를 맞아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생전의 주요 작품들을 총망라한 큰 유작전이 열리고 있다.
‘유어예(遊於藝)_예에 노닐다’라는 제목이 붙은 이 유작전은 남전이 생전 지도해온 후학들 모임인 ‘사계연서회’에서 준비위를 결성해 꾸린 행사다. 전국 각지의 기관, 학교, 개인 소장으로 흩어졌던 고인의 작품 900여점을 수소문해 모았고, 그것들 가운데 다양한 서체와 형식의 글씨 245점과, 전각 70점을 추려 전시장과 도록으로 선보이는 중이다.
‘고독한 자유인’ ‘이론과 실전을 모색했던 서예가’로 불리웠던 남전은 검여 유희강의 수제자로서 스승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았다. 검여의 가르침대로 중국 남북조 이전 옛 고체 글씨를 중심으로 정통서법을 집요하게 익히면서 21세기에 걸맞는 조형적 감각을 모색했다. 백평 넘는 2층 전시장에는 추사 글씨의 깐깐한 골기를 떠올리게 하는 옛 진한시대의 전서, 예서풍 글씨들과 벌건 주사 등의 여러 채색들을 과감하게 입힌 겹색채 글씨 작품, 고문의 상형문자를 큰 화폭에 풀어낸 도해도 등이 벽을 가득 메웠다. 강고한 기풍과 유연한 실험을 자유롭게 오갔던 남전 서예의 다채로운 면모들을 볼 수 있다.
남전은 대학 재학중이던 1962년 국전에 첫 입선하며 두각을 드러낸 이래 동아미술제, 대한민국서예대전 심사위원·운영위원,국제서법학대회 한국대표 등을 지냈다. 스승 검여가 뇌졸증으로 쓰러져 반신불수가 되자 극진히 간호해 재기하게 만든 일화가 서단에 전해진다. 27일까지. (02)580-1670.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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