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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불국토 경주남산 청와대 옆으로 날아왔네

등록 2016-12-06 16:52수정 2016-12-06 21:52

강운구 사진가 ‘경주 남산’ 연작 첫 단독전시
사진공간 류가헌 청운동 이전 개관전
흑백톤 생생한 질감의 남산 불상들 인상적
강운구 작가가 1986년 찍은 경주 남산 삼릉골 들목 솔숲길. 솔숲 공간의 밀도감과 고적한 느낌이 화면 그대로 전해져오는 수작이다. 이 숲길은 지난 20년 사이 하도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녀 옛 모습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강운구 작가가 1986년 찍은 경주 남산 삼릉골 들목 솔숲길. 솔숲 공간의 밀도감과 고적한 느낌이 화면 그대로 전해져오는 수작이다. 이 숲길은 지난 20년 사이 하도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녀 옛 모습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경주 남산 탑골 사방불 동쪽면의 세부를 포착한 작품이다. 햇살이 내리쬐면서 생기는 명암을 절묘하게 포착했다. 불상 위쪽의 비천상이 또렷하게 드러났고, 수풀이 그림자를 드리운 자취도 마치 붓질한 듯한 효과를 냈다.
경주 남산 탑골 사방불 동쪽면의 세부를 포착한 작품이다. 햇살이 내리쬐면서 생기는 명암을 절묘하게 포착했다. 불상 위쪽의 비천상이 또렷하게 드러났고, 수풀이 그림자를 드리운 자취도 마치 붓질한 듯한 효과를 냈다.
전시장에서 만난 강운구 작가. 경주 남산 탑골사방불을 찍은 사진이 뒤에 보인다.
전시장에서 만난 강운구 작가. 경주 남산 탑골사방불을 찍은 사진이 뒤에 보인다.
저 우툴두툴하고 자글자글한, 수많은 잔금과 요철로 가득한 돌알갱이들이 수없이 모여 부처와 보살의 몸이 되었다. 지난한 세월 부대껴온 민중의 애원성이자 소망이 뭉쳐 물화된 것이리라. 다큐사진의 명인 강운구(74) 사진가는 경주 남산의 바위, 절벽 위에 숱하게 새겨진 마애불(새김불상)들의 구석구석을 다잡아 보여주는 앵글을 통해 남산의 역사성을 현존의 서사로 보여준다.

2년이고 3년이고 햇빛이 마애불 윤곽을 가장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날을 기다려 찍은 강 작가의 작업 덕분에 우리는 남산 그늘에 묻혔던 유산들을 다수 볼 수 있게 되었다. 탑곡 마애불 위에서 솟아오르는 비천상의 너울거림과 닫집의 그늘에 사라져버린 배리 삼존불 본존상의 천진한 미소, 삼릉골의 그 시절 호젓한 솔숲길 풍경이 그의 손길로 남게 됐다.

30년 전 컬러 사진집이 나온 이래 전설이 된 강 작가의 ‘경주 남산’ 연작들이 처음 단독전시에 나왔다. 대통령 하야 시위가 날마다 열리는 청와대 코앞 청운초교 맞은편의 사진공간 류가헌이 무대다. 30여평 전시장에 50점 넘는 강 작가의 수작들이 흑백 톤으로 바뀌어 내걸렸다. 비상시국의 현장 앞으로 신라 경주 불국토가 날아온 셈이랄까.

작가는 1982년부터 87년까지 남산 능선 곳곳을 발품 들여 찾아다녔다. 산 곳곳에 깃든 200여구의 부처, 보살과 탑터 등은 각기 태양 앞에 자태를 환히 드러내는 때가 사시사철 제각각이었다. 아침 해 드러내는 동남산 불상들을 포착하려면 밤에 뛰어야 했고, 어스름에 더욱 또렷해지는 서남산 마애불들과 행복하게 만나려면 낮시간 노심초사하며 야심해지기만을 기다렸다. 30㎏의 카메라 장비는 버거웠지만, 부처와의 친견에서 누릴 기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작가는 털어놓는다. 일 년에 한 번 동짓날 해 뜨는 순간에만 후덕한 표정을 드러내는 탑곡 남쪽 끝 저 유명한 감실불상은 그 비결을 찾느라 얼마나 공들였는지 모른다.

불상이나 마애불 앉음새에 따라 찍는 방향, 등장할 자연경물의 배경까지 감을 잡는 그의 감각은 그렇게 5년여 남산과 하나 되려는 피나는 노력 끝에 생긴 것이다. 탑곡부터 삼릉골, 늠비봉, 칠불암, 미륵곡 등의 불상과 탑, 길 등을 찍은 전시장의 남산 부처상들은 그 말고는 비슷하게도 찍을 수 없는 작품들이란 평가를 받는다. 2000년대 이래 숱한 답사객이 몰아치고 관광개발로 더욱 옛 모습을 잃어가는 경주 남산이기에 사진들은 더욱 정겨워진다. 층층이 쌓인 능선들을 배경으로 나무, 바위, 삼층석탑이 어울린 용장골 능선, 바위에 윗몸만 드러낸 채 파묻힌 탑골의 승려상의 자태가 그렇다. 눈으로 슥 훑으면 우수수 돌알갱이들이 쓸려내려올 듯한 세밀한 질감과 명암의 대비 효과가 흑백 사진을 통해 더욱 절절하게 살아나는 감동도 느낄 수 있다.

서촌 통의동 한옥에서 7년여 동안 사진계 사랑방 노릇을 해온 류가헌이 청운동으로 옮기면서 여는 이전 개관전이다. 건물 2층에서는 제주 해녀들의 풍정을 담은 김흥구 작가의 개인전 ‘좀녜’도 열리는 중이다. 주인인 이한구 사진가는 “하야를 외치러 나오신 분들을 위해 저녁에도 문을 열 생각”이라고 했다. 모두 내년 1월8일까지. (02)720-2010.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류가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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