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영화 <아바타>의 절벽산? 기묘한 산수화 누가 그렸을까

등록 2016-12-13 16:08수정 2016-12-13 21:31

일본 나라현 야마토문화관 ‘조선의 회화와 공예전’에서 첫 공개
조선·송나라 화풍 모두 갖춘데다 ‘한·일 국적 논란’문청 도장 찍혀
일본 나라 야마토문화관의 전시회에 처음 공개된 15세기 조선 초기의 산수화 대작. 이곽파 화풍의 특징이 조선 초 화풍과 잘 어우러진 걸작으로 평가된다. 15세기 한일 국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화가 문청의 도장이 오른쪽 윗부분에 찍혀 있다. 도판 야마토문화관 제공
일본 나라 야마토문화관의 전시회에 처음 공개된 15세기 조선 초기의 산수화 대작. 이곽파 화풍의 특징이 조선 초 화풍과 잘 어우러진 걸작으로 평가된다. 15세기 한일 국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화가 문청의 도장이 오른쪽 윗부분에 찍혀 있다. 도판 야마토문화관 제공
몽글몽글한 기암괴석 산덩어리들이 힘차게 솟구쳐 올라온다. 쌍소나무와 갖가지 고목들로 뒤덮인 기암들 양옆으로는 안개에 휩싸인 계곡과 시종과 함께 다리를 건너는 선비의 모습이 아련하게 다가오고 있다.

영화 <아바타>의 혹성세계에 등장하는 기기묘묘한 절벽산들을 떠올리게 하는 15세기 조선 초기 산수화가 일본의 사립컬렉션 전시에 처음 공개돼 한일 미술사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일본 나라현에 있는 사설 미술관 야마토문화관(大和文華館)의 ‘조선의 회화와 공예’ 기획특별전에 선보이고 있는 이 산수화는 가로 86.2㎝, 세로 108.1㎝의 대작으로, 작자는 확실히 드러나지 않았다. 일본의 개인소장품으로 지난해 나온 국제경매사 크리스티 도록에는 중국 명대 전기 작품으로 표기됐으나 화폭에 드러난 암질과 누각의 표현 등에서 조선 초기 화풍의 특색이 분명히 드러나 조선 회화로 보고 전시에 출품하게 됐다고 미술관 쪽은 설명했다. 특히 그림 오른쪽 윗부분에 조선 초 산수 인물 그림의 달인으로 당대 일본 무로마치 시대 회화에 큰 영향을 미친 화가 문청(분세이)의 붉은색 도장(주문인)이 찍혀 있어 그의 작품인지를 놓고도 논쟁이 일 것으로 보인다.

동양회화사 연구자인 이타쿠라 마사아키 도쿄대 교수의 감수를 거쳐 출품된 산수도는 송나라의 대화가 이성과 곽희의 산수화풍인 이른바 ‘이곽파 화풍’에 충실한 걸작으로 평가된다. 이곽파 화풍은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는 산세의 상승감과 산의 바위 절벽에 붙은 나뭇가지들을 게 발톱처럼 묘사하는 해조묘란 특유의 섬세한 묘사법이 특징이다. 이 산수도는 이런 이곽파의 기법을 보여주면서도 가는 붓끝을 화면에 터치하듯 가볍게 찍어 짧은 선, 점의 형태로 능선, 바위의 질감을 드러내는 조선 초의 고유한 묘사 형식인 ‘단선점준’을 쓰고 있어 눈길을 끈다. 단선점준은 일필의 붓자국을 남기지 않는 <몽유도원도> 거장 안견의 필법에서 유래해 15~16세기 유행했다. 그림에는 군자의 상징인 크고 작은 두 쌍의 소나무가 화면 아래와 중간 왼쪽 암벽 위에 자리잡고, 숲 너머로 아련하게 보이는 전각의 지붕들도 배치해 맑고 장대한 기운을 물씬 풍기고 있다.

이 그림은 원나라 시대 계승된 이곽파 화풍의 특색과 조선 초기 안견풍 산수화의 특색을 나란히 갖고 있어 그림의 국적 문제를 가리는 것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아울러 그림에 도장을 낙관한 문청의 작품일지도 관심거리다. 문청은 15세기 일본의 선불교 그림과 산수화풍에 영향을 미친 대가로 평가되지만,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누각산수도>와 일본 교토 다이토쿠지 사찰에 전하는 유마거사의 인물도, 미국 보스턴 미술관에 전하는 산수화 등의 작품 외엔 정확한 생몰년과 활동 내력이 전하지 않는다. 그가 조선에서 건너가 일본에서 활동한 화가인지, 일본인 화가로 조선 초기 화풍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를 놓고 수십년째 한일 학계는 논란을 거듭해왔다. 미술사가인 홍선표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중국적 요소와 조선 특유의 요소들이 모두 들어 있어 쉽게 국적과 화가를 가릴 수 없는 작품”이라며 “채색, 준법 등의 완성도가 뛰어나고 창작 배경에 여러 쟁점이 제기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탐구 대상”이라고 했다.

이번 전시에는 이 외에도 조선 전기의 작자미상 산수도 2점과 학포 작으로 적힌 산수도, 작자미상의 누각산수도가 특별출품돼 처음 선보였다. 또 고려청자 최고 걸작품 중 하나인 아홉마리 용이 새겨진 병과 신라의 금공예품, 정교한 식물 무늬를 수놓은 고려 나전칠기함 등 5~19세기 한반도 명품들이 한자리에 모여 안복을 선사한다. 25일까지. www.kintetsu-g-hd.co.jp/culture/yamato.

일본 나라현/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