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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김종덕-차은택 문화계 농단 불똥 미술계로 번졌다

등록 2017-01-11 16:36수정 2017-01-11 21:44

평창올림픽 조형물 사업 맡은 김 전 장관 측근 미술인 갑자기 사퇴
“출품 작가 중 홍대 작가 모두 빼라고 문체부가 채근했다”
올해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감독·작가 선정도 문체부·예술위 입김설 흘러나와
김종덕-차은택 인맥의 문화판 전횡을 둘러싼 불똥이 새해 미술계에 번지고 있다. 2017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과 작가 선정을 놓고 정치적 입김설이 계속 흘러나오는 중이다. 2015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당시 한국관 전시장 모습.
김종덕-차은택 인맥의 문화판 전횡을 둘러싼 불똥이 새해 미술계에 번지고 있다. 2017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과 작가 선정을 놓고 정치적 입김설이 계속 흘러나오는 중이다. 2015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당시 한국관 전시장 모습.
이번엔 미술판 차례인가.

국정농단 주범 최순실씨 비호 아래 문화판 곳곳에서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아온 광고감독 차은택씨와 차씨가 장관으로 추천했던 것으로 드러난 대학원 은사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인맥에 얽힌 불똥이 새해 미술판에 옮겨붙고 있다.

최근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로 사법 처리된 김 전 장관의 홍익대 동료 교수이자 지인인 김성희 홍대 미대 교수는 지난달 9일 평창겨울올림픽 공공조형물 사업의 커미셔너 직을 돌연 사퇴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술이론가이자 김 전 장관 측근으로 꼽혀온 그는 지난해 10월 사업비 15억원이 들어가는 평창 공공미술사업의 총괄기획자로 선임됐으나, 인선 두 달도 안 돼 물러난 것이다. 특히 김 교수는 “사업을 관장하는 문체부 쪽이 출품 작가 중 홍대 출신을 모두 빼라고 압박해 사퇴를 결심했다”고 밝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2015년 2월 김 전 장관이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이영철 전시예술감독을 전격 해임하고 홍대 인맥 중심으로 전당 사업을 장악할 당시 장관의 인척인 윤정섭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함께 평가위원으로 참여해 이 감독의 전시안에 ‘부실’ 평가를 내리며 해임 명분을 제공했다. 이후 전당 전시감독을 맡았던 목진요 연세대 교수와 함께 평창으로 옮겨가 문화행사의 중책을 함께 맡으면서 김종덕 전 장관과의 친분 관계가 새삼 눈길을 모은 바 있다.

김 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커미셔너로 4~5명 작가의 작품 전시를 구상했으나 문체부 쪽이 협상 과정에서 계속 홍대 출신 작가는 모두 빼야 한다고 주장해 더 이상 협의를 진행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재임 시절 ‘괄목홍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시아문화전당 사업이나 산하 기관장 인선 등에서 홍대 학맥을 각별히 챙겼다. 이를 의식한 문체부가 뒤늦게 꼬리자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체부 쪽은 “정상적인 실무 협상 과정에서 의견이 맞지 않아 생긴 결과일 뿐이며 다음주 재선정 심사를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미술계 한 관계자는 “공공조형물 사업 경력이 별로 없는 김 교수가 커미셔너로 선정됐을 때부터 구설이 있었는데, 김 전 장관이 국정농단 의혹의 주요 인물로 부각되자 문체부가 논란을 차단하려는 의도에서 홍대 배제 요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5월 개막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미술제인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의 예술감독이 지난해 6월 인선된 과정을 두고도, 차은택-김종덕 라인 관여설이 새해 들어 거듭 제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로 미술시장 딜러 출신인 이대형씨가 예술감독으로 선임되고, 그가 작가로 추천한 코디최, 이완 작가가 선정되는 과정에서 김 전 장관과 문체부의 밀어주기가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이다. 코디최는 차은택씨가 주도한 문화예술창조융합벨트사업 일부인 문화창조아카데미에서 지난 1~5월 정교수로 강의하기도 했다.

특히 <한겨레>가 최근 입수한 ‘한국관 예술감독 선정위원회 회의록’(지난해 5~6월 작성)을 보면, 상당수 선정위원들이 이대형씨의 전시 기획안이 자체 전시보다 비엔날레 총감독 크리스틴 마셀의 성향과 인맥 관계 등에 대한 전략에 치우쳤다는 지적을 내놓았고, ‘충격적’이란 말까지 언급돼 있다. 그러나 ‘기획자보다 작가가 흥미롭다’는 일부의 호평 속에 이씨 선정에 만장일치로 합의한 것으로 나와 있어 심의 과정 세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1차 심의에는 불참했던 우상일 문체부 예술정책관과 이용훈 문화예술위원회 사무처장이 2차 심의에는 나와 발언했다는 점에서 이들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관심사다.

실제로 당시 심사위원이던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미술관이 이대형씨가 소속된 현대차의 지원을 받는다는 점을 들어 투표 자격이 있는지를 물었지만, ‘개인 공모한 것이므로 문제없다’며 다른 위원들이 모두 투표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나 공정성 논란을 살 것으로 보인다. 또 “코디최가 예술창작아카데미 교수로 인문학과 결합해 흥미로운 작업들을 많이 한다” “큐레이팅보다 코디최, 이완 작가를 연결시킨 게 마음에 든다” “작가들이 흥미로워 이대형을 추천했을 것”이라며 기획자보다 작가를 적극 지지하는 위원들의 발언도 상당수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코디최와 이대형 기획자는 “정치적 연관은 전혀 없었고, 외압의 결정적 증거도 나온 바 없다. 작가와 기획자에 대한 명백한 음해성 의혹”이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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