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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명품 요강 보고, 전세계 닭 판화 보고

등록 2017-01-26 11:01

설 연휴 볼만한 전시
가나아트, 혜곡 탄생 100돌 기려 조선 실용품 656점 전시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에선 ‘판화로 보는 세계의 닭’
설날 경복궁 등 고궁·종묘·조선 왕릉 무료 개방

‘조선공예의 아름다움’전에 나온 19세기의 기린무늬벌통. 나무로 만든 벌통 표면에 익살스러운 기린의 모양을 생생한 구도로 새겨놓았다. 실용품에 깃든 조상들의 소탈한 미의식을 음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조선공예의 아름다움’전에 나온 19세기의 기린무늬벌통. 나무로 만든 벌통 표면에 익살스러운 기린의 모양을 생생한 구도로 새겨놓았다. 실용품에 깃든 조상들의 소탈한 미의식을 음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우리 전통공예는 눈썰미 있는 감식안의 대가가 호명하면 고물에서 명품이 되는 내력을 갖고 이어져 왔다. 여기 탁월한 미술사가 혜곡 최순우(1917~1984)에 의해 명품 반열에 오른 선조들의 생활용품들이 줄줄이 놓여 있다. 책보기 틀인 서견대는 연꽃 모양으로 소담하게 모양이 피어났고, 담뱃대 내걸었던 장죽걸이는 은은한 구름덩이를 머금었다. 부귀의 상징 박쥐무늬를 아래 나무살에 정교하게 새긴 홍선부채는 발그레한 빛으로 몸체를 온통 물들였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02-720-1020)의 전통공예 기획전 ‘조선공예의 아름다움’은 ‘송구영신’의 마음이 더욱 유난한 정유년 설 연휴에 가장 맞춤한 볼거리다. 최고의 감식안으로 쓰레기 취급 받던 우리 민예품의 가치를 격상시키는 데 큰 몫을 한 혜곡의 탄생 100돌을 기려 마련된 전시는 박영규 용인대 명예교수의 기획으로 18~20세기 조선의 수작 공예품 463종, 656점을 전관에 채워놓았다.

모두 개인 소장인 출품작들은 고미술상, 박물관에서 보는 민속공예품과 때깔과 격조가 달라 보인다. 5개의 높이 다른 나무 원통을 맞붙인 뒤 표면에 물고기와 매화 무늬를 정갈하게 그려넣은 화각필통은 함께 새겨진 정갈한 시구를 눈여겨보게 된다. ‘대나무 숲 깊은 곳에 달 서로 비치고 파초 핀 뜰 아래 어린 난이 자라네.’ 매화가 전면에 그려지고 중간에 툭 튀어나온 병 부조에 구멍이 뽕 뚫린 백석제 사각연적은 안목 있는 소장자가 아니면 주문할 수도 없는 작품일 것이다.

종이재료를 ‘가성비’ 높게 효율적으로 활용한 지승 요강, 지승 십각소반 등도 나왔다. 종이를 꼬아서 만든 지승 요강 표면에 구불텅한 세로줄 짠 선이 어금버금 내려오는 자취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자귀 등으로 툭툭 쳐서 모양을 만들고 익살스러우면서도 맵시나는 기린의 자태를 새겨넣은 ‘목제기린문벌통’은 집착하지 않는 선조들의 미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 혜곡은 쓸데없는 장식과 채색을 ‘군더더기’라고 단정하고, 이 군더더기를 덜고 자기 소임을 다하면서 주변과 어울려 독창적 아름다움을 창조한 것을 한국 공예미의 진수로 간파했다. 이 전시는 이런 혜곡 특유의 미감을 실물로 느껴보는 기회다. 설날(28일)만 쉰다.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의 특별전에 나온 일본 우키요에 작가 호쿠사이의 닭 그림 ‘군계도’.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의 특별전에 나온 일본 우키요에 작가 호쿠사이의 닭 그림 ‘군계도’.
강원도 원주 치악산 자락 명주사 고판화박물관(033-761-7885)에 가면 ‘새벽을 알리는 희망의 전령사: 판화로 보는 세계의 닭’ 특별전을 볼 수 있다. 이 땅의 목판과 판화, 중국에서 새해에 그려 붙이는 판화인 연화(年畵), 일본 채색 판화인 우키요에, 샤갈 등 유럽 거장들의 판화에 나오는 닭 그림 70여점이 나온다. ‘오덕’(五德)을 지녔고 복을 불러오는 동물인 닭에 얽힌 동서고금의 이미지들을 두루 만날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때時깔色, 우리 삶에 스민 색깔’전, 국립대구박물관의 ‘마침내 찾은 유적, 고대 마을 시지’전 등도 추천할 만하다.

한편, 설날인 28일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과 종묘, 조선왕릉은 무료로 열린다. 27일, 29∼30일에도 한복을 입으면 그냥 입장할 수 있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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