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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쉬쉬하며 여는 ‘대우 회고전’

등록 2017-03-15 16:12수정 2017-03-15 21:33

옛 총수 김우중씨 딸 관장 맡은 아트선재센터서 21일 개막
비공개 추진…누리집 일정표에도 안알려
김우중 추징금 17조 안냈는데…‘부적절 전시’ 논란
김선정 관장 ″그룹창립 50돌 기념…아버지 거의 안다뤄″
아트선재센터에서 21일 개막하는 ‘기업보고서:대우’ 전 포스터.
아트선재센터에서 21일 개막하는 ‘기업보고서:대우’ 전 포스터.

오는 22일은 1999년 해체된 옛 재벌 대우그룹의 역사가 시작된 날이다. 전 총수 김우중(81)씨는 1967년 3월22일 그룹 모태인 대우실업을 설립했다. 청년실업가였던 그는 70~80년대 독재정권의 비호를 받으며 조선, 자동차, 섬유, 전자, 금융 등으로 사업영역들을 넓혀갔다. 90년대 세계경영을 내세워 재계 2위 자리까지 올랐지만, 과도한 부채 경영과 분식회계 비리 등으로 나라경제에 큰 생채기를 내면서 몰락했다. 이후 국외도피를 하다 2005년 귀국한 뒤 분식회계, 사기대출·횡령, 국외재산도피 혐의로 실형과 17조원 넘는 추징금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07년 사면됐지만, 아직도 그는 추징금의 1%도 내지않고 있다.

그를 향한 국민들의 눈길이 여전히 곱지않은 상황에서, 김씨의 맏딸이자 현재 한국 미술판의 실세 권력으로 꼽히는 김선정(52)씨가 관장을 맡은 서울 북촌 아트선재센터가 대우그룹 계열사들의 과거 활약상을 짚는 회고전을 차린다. 옛 그룹 계열사들이 기계, 조선 등 산업 분야에서 이룩한 성과 등을 분석해 보여주는 ‘기업보고서:대우’ 전이다. 21일 개막해 4월16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대우 창립 50돌을 맞아 구상한 기획전이다.

구체적인 전시 얼개는 한금현 상지대 디자인학부 교수가 짰고, 김 관장과 친분이 있는 시각이론가들도 참여했다. 디자인평론가인 박해천 동양대 교수, 이미지 기계 비평가인 이영준 계원예술대교수, 기술사를 연구하는 최형섭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등은 대우조선, 대우자동차, 대우전자 등의 계열사들이 한국 산업사, 디자인, 기계역사에 미친 영향 등을 분석한 도표 등의 연구 콘텐츠를 선보이게 된다. 또, 주력사의 생산 과정, 광고 등을 담은 각종 기록 사진들과 대우 계열사에 근무했던 노동자와 간부들과의 인터뷰 등을 담은 다큐영상도 내보일 예정이다.

전시 자체로는 시각문화 맥락에서 대우의 기업문화, 과거 공장 활동 등을 살펴보면서 대우가 한국 경제와 사회에 남긴 이면의 발자취를 재조명해보자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창립 50돌 기념에 초점을 맞춰 기획된 행사인만큼 김우중씨 등 옛 대우 주요 인사들이 모여 그룹의 역사적 복권과 재기를 다짐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아트선재 쪽이 다른 현대미술전과 달리 미술계 쪽에 비공개로 전시를 추진해왔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김 관장과 기획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일부 지인들과 옛 대우 관계자들에게만 포스터와 전시 내용을 알렸고, 센터 누리집 일정표에 전시의 개최 사실은 빠져있다.

서울 북촌 소격동에 자리한 아트선재센터의 정면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 북촌 소격동에 자리한 아트선재센터의 정면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알음알음으로 전시 소식을 들은 미술판 인사들은 대체로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 소장기획자는 “김우중씨 딸이 운영하는 미술관이 사실상 ‘대우’를 복권시키는데 앞장서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어 전시행위 자체가 논란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며 “공공적 성격의 미술관 제도를 부도난 특정기업의 복권과 띄우기에 활용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사진계의 한 중견 작가도 “김우중 전 회장이 17조원 넘는 추징금을 거의 내지 않았고, 그룹 부도로 고통받아 자살한 노동자들이 수십여명에 이르는데도 책임있는 사과를 한 적이 없다”면서 “미술관의 공간 성격상 대우와 김우중씨가 한국 사회와 경제에 미친 해악을 탈색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김선정 관장은 “센터가 소속된 대우재단이 그룹 창립 50돌을 기념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대우 계열사들이 한국 산업사에 남긴 여러 발자취들을 연구 맥락에서 조명하는 것이 주된 전시 내용”이라며 “아버지를 다룬 부분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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