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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봄빛 맞으며 보는 청년작가들의 미술세상

등록 2017-03-29 16:25수정 2017-03-30 11:31

새봄 주목되는 청년작가 기획자들의 근작전시들
옛 시약창고에 차린 난지스튜디오 10기 보고전 눈길
획일적 미술시장과 다른 재기와 감각, 고민들 엿보여
‘보고·10·다’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녹번동 세마 창고 전시장 일부. 박윤경 작가의 공간에 튀어나온 그림들이 눈길을 끈다. 그 뒤편에는 버려진 거리의 폐화분들을 선반 진열장에 채워넣은 허태원 작가의 설치작품 <염리동 블루스>도 보인다. 여느 전시장과 달리 천장 패널 틈 사이로 빛이 들어와 바닥에 얼비치는 풍경이 독특하다.
‘보고·10·다’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녹번동 세마 창고 전시장 일부. 박윤경 작가의 공간에 튀어나온 그림들이 눈길을 끈다. 그 뒤편에는 버려진 거리의 폐화분들을 선반 진열장에 채워넣은 허태원 작가의 설치작품 <염리동 블루스>도 보인다. 여느 전시장과 달리 천장 패널 틈 사이로 빛이 들어와 바닥에 얼비치는 풍경이 독특하다.
공간도, 작품도 싱그럽다.

천장 틈새로 새어들어온 봄 빛살을 맞으며 청년작가들의 미술품을 본다. 꽉 막힌 백색 공간에 벽지풍 단색그림들로 판박이된 화랑가, 경매장과는 다른 해방감. 노동과 생활, 예술의 간극을 좁히려는 안간힘과 험한 세상을 젊은 감각과 상상력으로 풀어내려는 패기가 그림, 영상, 설치작품 등에서 일렁거린다.

이 상큼한 감상 체험을 서울 녹번동 구기터널 가는 길에 자리잡은 서울혁신파크 경내 세마(SeMA: 서울시립미술관의 영문 약칭) 창고에서 누릴 수 있다. 세마 창고는 과거 질병관리본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시약 창고로 쓰다가 지난해 전시장·창고로 리모델링된 140여평짜리 건물. 24일부터 여기서 열리고 있는 ‘보고·10·다’ 기획전(4월16일까지, sema.seoul.go.kr)은 서울시립미술관 난지창작스튜디오 10기 작가들의 근래 작업들을 담았다. 지난해 입주 작가 19명의 작품과 탐구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원래 ‘실험’용 시약 창고로 쓰던 곳에 ‘실험’적인 청년작가들의 작품 ‘보고’를 펼쳐놓고 ‘보고’한다는 전시 명칭과 얼개가 구미를 당긴다. 작품들도 단단한 기본기와 참신한 현실인식이 돋보이는 것들이 적지 않다. 들머리 허수영씨의 대작 그림은 다채로운 빛깔의 버섯들과 숲으로 가득하다. 동식물 도감의 정밀한 식물 이미지들을 한 화폭에 모두 재현하려는 작가적 욕망이 집약된 것으로, 정작 그림 자체는 실제 현실을 재현하지 않는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시약 창고 선반 위에 서울 거리에서 수집한 검푸른빛 폐화분들을 줄줄이 늘어놓은 허태원 작가의 설치작품 <염리동 블루스>는 허접한 사물 속에 도시민들의 아픈 정서와 삶을 투영해놓았다. 튀어나온 화폭에 문자나 추상적 이미지를 휘휘 그린 박윤경 작가의 입체회화는 2차원 평면의 구속을 벗어나려는 감성의 몸부림이기도 하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염지혜, 권혜원 작가의 성찰적인 영상작업들이다. 염 작가는 자연과 자본의 힘에 의해 각각 솟아오른 히말라야 산봉우리와 고층빌딩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사유를 가상영상과 텍스트로 드러낸다. 권 작가는 난지도와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의 생생한 작업 모습과 과거와 현재의 역사 아카이브 등을 세면에 펼쳐진 3채널 영상을 통해 교차편집해 보여준다. ‘버려지는 것들’의 의미를 고고학적 발굴 과정에 빗대어 새롭게 탐구한 틀거지가 강한 공감을 낳는다.

‘보고·10·다’전에 나온 권혜원 작가의 3채널 영상물 <버려지는 장소들>. 난지도를 비롯한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의 과거와 현재를 발굴자의 색다른 시선으로 재구성하며 ‘버려진 것들’을 성찰한 작품이다.
‘보고·10·다’전에 나온 권혜원 작가의 3채널 영상물 <버려지는 장소들>. 난지도를 비롯한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의 과거와 현재를 발굴자의 색다른 시선으로 재구성하며 ‘버려진 것들’을 성찰한 작품이다.
서울 창덕궁 옆 원서동 인사미술공간에 차려진 신동혁 기획자의 ‘착화점’전(5월6일까지, 02-760-4723)도 눈길을 줄 만하다. 기획자는 최근 예술공간으로 변신한 서울 문래동에서 일어난 원인 불명의 화재 사건을 전시 이야기의 실마리로 삼았다. 문래동 철공소촌 특유의 공업 재료들과 불탄 잔해들을 지하, 1~2층 공간에 세련되게 배치하고, 시적인 음향과 영상물을 함께 등장시키는 방식으로 화재에 얽힌 작가의 상념과 상상력을 기묘한 환각적 경지로 직조해내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서울 서교동 아트스페이스 오에 차려진 박은영, 허성진 작가의 2인전 ‘간접화법’(30일까지, 070-7558-4994)도 놓치기 아까운 전시다. 자신이 쓴 소설을 교정하면서 생긴 흔적들을 부각시키거나 여행 중 포착한 풍경들을 중첩된 이미지로 옮겨 드로잉하면서 두 작가는 특유의 말하기 방식을 전시장에 옮겨놓았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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