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미인도, ‘천경자’ 빼고 세상에 나왔다

등록 2017-04-18 12:08수정 2017-04-18 19:09

고 천경자 화백 진위작 공방 불거졌던 <미인도>
18일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장에 내걸려 언론 공개
19일부터 일반관람 내년 4월까지 소장품전 일부로 전시
18일 오전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4전시장 안쪽의 별도 공간에 공개된 <미인도>. 유리장 안에 내걸려 있는 작품 앞에서 취재진이 촬영하고 있다. 작품 앞쪽에 관람대처럼 설치된 것은 김민애 작가의 난간 설치작품이다.
18일 오전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4전시장 안쪽의 별도 공간에 공개된 <미인도>. 유리장 안에 내걸려 있는 작품 앞에서 취재진이 촬영하고 있다. 작품 앞쪽에 관람대처럼 설치된 것은 김민애 작가의 난간 설치작품이다.
세상을 시끄럽게 한 그림, 한국화가 고 천경자(1924~2015) 화백의 진작인지를 놓고 20년 넘게 뜨거운 논란을 빚어온 <미인도>가 마침내 수장고를 벗어나 전시장에 나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8일 과천관 4전시실에 작가 이름 표찰을 뺀 <미인도>를 내걸고 언론에 공개했다. 26×29㎝로 에이(A)4 용지보다 조금 큰 크기의 이 작품은 19일 오전 10시부터 내년 4월29일까지 관객들 앞에 선보이게 된다. 이 미술관 3, 4전시실에서 열리는 소장품 특별전 ‘균열’의 출품작 가운데 하나다. 작품이 공개되는 것은 위작 논란이 불거진 1991년 이래 26년 만이다.

미술관 쪽은 <미인도> 전시에 4전시실 안쪽 공간 하나를 통째로 배정했다. 안벽에 가로 130㎝, 세로 142㎝의 무반사 강화유리장을 만들어 그 안에 <미인도>를 내걸었다. 작품 바로 앞에는 김민애 작가의 ‘디귿’(ㄷ) 자 난간 모양 설치작품 <상대적 상관관계 2>가 마치 관람대처럼 설치돼 눈길을 끌었다. 2013년 미술관의 ‘젊은 모색’전에 출품했던 작품으로, 특정 공간과의 관계에 맞춤하는 개념이 돋보여 <미인도> 앞에 설치했다는 게 기획자 임대근 학예사의 설명이다. 그 옆에는 탁상등이 설치된 <미인도> 관련 아카이브 진열장을 놓았다. <미인도>를 미술관이 80년 이관받았을 당시의 인수 서류들과 언론에 공개된 진위 공방 관련 문서, 천경자 화백이 91년 12월 작품이 가짜임을 적고 서명한 확인서, 화랑협회가 91년 4월 발행한 진품 확인서 원본 등이 눈에 띄었다.

<미인도> 전시장 모습. 유리장 속에 소품 형식의 <미인도>가 내걸렸고, 그 앞에는 김민애 작가의 난간 설치작품이 놓여졌다. 그 옆 벽면에는 <미인도>가 엉성한 위작이라고 밝힌 고 천경자 화백의 구술 내용이 적혀 있다.
<미인도> 전시장 모습. 유리장 속에 소품 형식의 <미인도>가 내걸렸고, 그 앞에는 김민애 작가의 난간 설치작품이 놓여졌다. 그 옆 벽면에는 <미인도>가 엉성한 위작이라고 밝힌 고 천경자 화백의 구술 내용이 적혀 있다.
<미인도>의 작가 이름을 적시한 표찰은 일체 보이지 않았다. 대신 작품 좌우 둘레 벽에 <미인도>의 그림 구성, 진위 논란에 대한 소개글과 91년 이래 올해까지의 진위 논란 일지 등을 개괄적으로 붙여놓았다. 천 화백 작품이 아니므로 그의 서명이 보이는 작품을 공개 전시해서는 안 된다는 유족들의 반발을 의식한 조처라고 한다. 앞서 미술관 쪽은 2월27일 <미인도> 공개 전시 방침을 알린 보도자료에서 “작가와 유족 뜻을 존중해 그간 공개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12월 검찰이 과학적 검증으로 ‘진품’ 결론을 냈고, 미술계도 공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미인도>는 80년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혐의로 사형당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집에서 발견돼, 국가 환수 재산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 들어온 뒤 30여년째 보관 중이다. 91년 ‘움직이는 미술관’전에 복제 포스터로 나왔다가 이를 알게 된 천 화백이 가짜라고 단언했으나, 화랑협회와 감정 전문가들이 진작으로 판정하면서 이후 오랜 진위 공방이 이어져왔다. 천 화백의 유족들이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들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 수사를 맡은 검찰은 지난해 12월 과학적 분석과 전문가들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유족 쪽이 결론에 불복해 항고한 상태다.

미술관 쪽이 <미인도>를 전시장에 내놓자, 유족들은 또다시 반발하고 있다. 유족 공동변호인단에 참여 중인 배금자 변호사는 “위조된 작가 서명이 들어간 <미인도>가 전시장에 나오는 것 자체가 저작권자 아닌 사람을 저작권자로 표시하는 범죄 행위로 간주된다”며 “다음주 초 사자 명예훼손과 저작권법 위반으로 미술관 쪽을 추가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