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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허스트부터 비발디까지…베네치아는 지금 세계미술 별천지

등록 2017-05-18 17:51수정 2017-05-18 21:15

비엔날레 기간 300여 전시 함께 열려
대운하, 옛저택 등 곳곳이 전시장

700억원 들인 데이미언 허스트전
자본과 예술 관계 보여주며 화제
숨은 고수들, 고전 기획전도 주목
베네치아 포구가 한눈에 보이는 푼타델라도가나 전시관 테라스에 놓인 영국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유니콘 해골 조형물. 작가의 전시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베네치아전에서 허스트는 침몰선에서 건져낸 보물이라는 허구의 역사 유물들을 대거 선보이며 가짜 명품잔치를 벌였다.
베네치아 포구가 한눈에 보이는 푼타델라도가나 전시관 테라스에 놓인 영국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유니콘 해골 조형물. 작가의 전시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베네치아전에서 허스트는 침몰선에서 건져낸 보물이라는 허구의 역사 유물들을 대거 선보이며 가짜 명품잔치를 벌였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르네상스 이후 서양 미술사의 본산이다. 조르조네, 티치아노, 벨리니, 베로네세 등의 거장을 배출하며 청초한 색감의 성화, 도시풍경화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베네치아 화파가 회화사를 이끌었다.

거장들의 자취가 남은 베네치아에 지금 세계 현대미술판이 통째로 옮겨왔다. 57회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13일 개막(11월26일까지)하면서 시내 여기저기 300건 넘는 전시마당이 펼쳐지고 있다. 대운하와 수로변의 옛 저택, 아르세날레(옛 조선소), 카스텔로 공원 등에는 86개국 국가관과 본전시를 비롯해 세계 각지 대가, 전위작가들의 기획전들이 촘촘하게 자리를 잡았다. 대부분 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열리면서 동시대 미술을 두루 훑어볼 수 있게 해주는 미술섬의 주요 전시들을 간추려본다.

러시아 국가관의 대표작가인 브리샤 브루스킨의 출품작 중 일부. 세계화 시대 활개치는 자본과 소외된 인간의 처지를 상징적인 도상으로 빚어낸 기괴한 형상의 조형물들과 인간군상들을 내보였다.
러시아 국가관의 대표작가인 브리샤 브루스킨의 출품작 중 일부. 세계화 시대 활개치는 자본과 소외된 인간의 처지를 상징적인 도상으로 빚어낸 기괴한 형상의 조형물들과 인간군상들을 내보였다.
베네치아 대운하 인근의 호텔을 떠받치는 ‘거대한 손’. 미래의 파국과 희망 모두 인간에게 달려 있다는 통찰을 담은 이탈리아 작가 로렌초 퀸의 작품이다. 로렌초 퀸 인스타그램 갈무리
베네치아 대운하 인근의 호텔을 떠받치는 ‘거대한 손’. 미래의 파국과 희망 모두 인간에게 달려 있다는 통찰을 담은 이탈리아 작가 로렌초 퀸의 작품이다. 로렌초 퀸 인스타그램 갈무리
미술악동의 가짜명품들 영국의 젊은 대가들(YBA)을 대표하는 악동작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역대 최대 규모 개인전이 비엔날레 못지않은 화제를 뿌렸다. 유명 컬렉터 프랑수아 피노가 소유한 팔라초 그라시와 푼타델라도가나 전시관에 700억원 넘는 거액을 들여 차린 ‘믿을 수 없는 난파선의 보물들’전이다. 침몰한 고대 제왕의 보물선을 2000년 만에 인양해 꺼낸 보물들을 선보인다는 가짜 역사를 전제로, 16m에 이르는 대형 청동인물상과 서구 신화 속 괴물, 신상, 공예품, 동전 등 작가가 만든 수백점의 작품들을 실제 유물인 것처럼 눈속임해 놓았다. 만든 뒤 실제로 바다에 빠뜨렸다가 건져 올린 가짜 유물들이다. 산마르코 종탑과 부두를 배경처럼 거느린 푼타델라도가나 테라스의 유니콘 해골 작품에서 보이듯, 돈과 권력만 있으면 세상 모든 사물과 역사를 모두 자기 작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기고만장함이 느껴진다. 자본의 힘 앞에서 가짜와 진짜의 경계가 무슨 의미인지, 미술품은 진정성을 지탱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기는 전시다.

옛 유적 공간과 몸을 섞은 대가들의 작품전도 놓치기 힘들다. 부두 맞은편 산조르조마조레섬 성당에는 이탈리아 대가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의 거울회화들이 내걸렸다. 같은 섬 인근 전시장에는 미국 거장 로션버그, 앤디 워홀의 실크스크린 전시와 폴 매카시의 뉴미디어아트전이 손짓한다. 영국 작가 더글러스 고든은 ‘탄식의 다리’로 유명한 두칼레궁 옛 감옥에 설치영상물을 틀었다. 대운하 옆 카사그레도호텔을 떠받치는 이탈리아 작가 로렌초 퀸의 ‘거대한 손’은 미래의 파국과 희망이 모두 인간에게 달렸다는 통찰을 담은 공공조형물로 입소문을 탔다. 지난해 한국 비엔날레에서 전시한 프랑스 작가 피에르 위그는 루이뷔통 전시장에 남극 생태계를 투영한 영상물을 선보였고, 기발한 장르융합적 상상력으로 이름 높은 벨기에 거장 얀 파브르는 유리와 뼈를 소재로 한 작품전을 산그레고리오 수도원에 마련했다.

옛 조선소 공간인 아르세날레의 이탈리아관에 나온 로베르토 쿠오기의 박제된 인간 조형물. 예수를 모델로 형상화한 이 작품은 미라처럼 널브러진 인간 군상의 모습을 통해 이 시대 실존의 의미를 새삼 되묻는 작품이다.
옛 조선소 공간인 아르세날레의 이탈리아관에 나온 로베르토 쿠오기의 박제된 인간 조형물. 예수를 모델로 형상화한 이 작품은 미라처럼 널브러진 인간 군상의 모습을 통해 이 시대 실존의 의미를 새삼 되묻는 작품이다.
비엔날레의 숨은 고수들 국가관과 본전시장에는 생소한 고수들의 밀도감 넘치는 신작들이 많다. 미국관 작가 마크 브래드퍼드는 자신의 성장사와 흑인의 정체성을 바탕에 깐 감각적인 색층 회화와 함께 수년간 베네치아의 주민, 작가들과 벌인 공공미술 작업을 내놓았다. 이탈리아관의 로베르토 쿠오기가 내놓은 신작들은 메시지가 강렬하다. 예수를 모델링해 미라처럼 널브러진 인간 군상들을 재현하면서 밀폐된 실험실에서 이들을 지켜보는 공간을 연출해 인간 실존의 의미를 되묻고 있다. 본전시에서는 황금사자상 수상자인 프란츠 에르하르트 발터가 내놓은 여성적 감성의 천 복식들과, 들판 산책로에 간이 스피커를 놓고 일상의 소리와 노래 등을 잔잔한 반향으로 들려주는 은사자상 수상자 하산 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 설레는 미술사 전시들 베네치아섬에서 다리를 건너면 닿는 뭍의 소도시 메스트레에서는 르네상스와 현대미술이 교차하는 기획전이 기다린다. 르네상스 거장 티치아노와 이탈리아의 현대거장 루치오 폰타나의 작품들을 견주어보며 이탈리아 미술의 저력을 되짚는 자리다. 도심 두칼레궁에서는 종말론적 미래를 기괴한 상상력으로 그린 16세기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컬렉션전이, ‘나폴레옹의 날개’로 불리는 산마르코 광장 회랑에 자리한 코레르 뮤지엄에서는 프랑스 거장 푸생과 세잔의 드로잉전을 선보이고 있다. 베네치아 화파의 명작들로 가득한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는 캐나다 출신 그림거장 필립 거스턴의 회고전을, 산마르코 광장 부근의 디오체사노 박물관에서는 <사계>의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의 창작 배경을 영상과 멀티오디오 등을 통해 살펴보는 ‘비바 비발디’전을 볼 수 있다.

베네치아/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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