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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왜 비엔날레는 사교파티가 필수인가

등록 2017-05-21 16:54수정 2017-05-21 19:03

[노형석 기자의 미술판]
베네치아 비엔날레서 엿본 미술가들의 ‘인정투쟁’
날마다 숱하게 열리는 파티들은 사교경쟁 마당
전시 못지않게 유력 인맥 꿰는 네트워킹 중요
글로벌인맥 있어야 인정받으며 활동할 수 있어
10일 개관한 베네치아 한국관 전시장의 이완 작가와 이대형 예술감독. 뒤로 이 작가의 시계 설치작업 <프로퍼타임>과 얼굴 없는 인물군상 조형물인 <더 밝은 내일을 위하여>가 보인다. 노형석 기자
10일 개관한 베네치아 한국관 전시장의 이완 작가와 이대형 예술감독. 뒤로 이 작가의 시계 설치작업 <프로퍼타임>과 얼굴 없는 인물군상 조형물인 <더 밝은 내일을 위하여>가 보인다. 노형석 기자
“왜 이렇게 파티가 많지?”

세계 최대의 국제미술제인 이탈리아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전시들 못지않게 파티들을 몰고 다닌다. 지난 13일 비엔날레 개막을 전후해 베네치아 시내의 팔라초(대저택)와 호텔 등은 연일 열리는 미술인들의 파티 행렬로 흥청거렸다. 10일 국가관을 개관한 한국은 단돌로 가문의 옛 저택인 고급호텔 다니엘리에서 파티를 열었다. 보고시앙 재단 회장과 영국 테이트모던 전시총괄큐레이터,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200명 넘는 국내외 미술인이 몰렸다. 미국은 베네치아 대표 미술관 페기구겐하임에서 개관 행사를 치렀다. 프랑스는 옛 조선소 터 부근의 폐공장을 나이트클럽 공간처럼 바꿔 1000명 넘는 인파가 운집한 개관 파티를 새벽까지 열어 눈길을 모았다.

비엔날레 같은 국제미술제에서 파티는 중요하다. 기획자가 장소 선정은 물론 행사 진행과 공간 배치까지 신경쓴다. 뒤풀이에 공들이는 건 다른 장르에선 흔하지 않은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엄청난 작품들이 전시와 가상 공간으로 쏟아지는 글로벌 시대의 미술인들은 보여주기를 넘어 ‘간택’을 잘 받아야 한다. 권력과 금력, 안목이 있는 큰손 컬렉터, 기획자, 미술관장들 눈을 사로잡아야 지속적으로 작업 후원을 받을 수 있다. 일취월장했다지만, 한국 미술은 아직 서구에서 변방 취급을 받는다. 그래서 서구의 일급 컬렉터, 대형미술관장, 기획대가들에게 눈도장 찍히는 게 최상이다. 국가관이나 작가, 기획자들이 파티를 정성껏 준비해 유력인사들을 초청하는 건 그런 기회를 더 많이 잡기 위해서다. 기자가 현지에서 만난 한국의 기획자나 작가들도 저마다 외국 기획자, 화상, 작가들과 파티며 식사 약속을 잡느라 바빴다. 10일 열린 한국관 파티에서 이대형 기획자는 “행사를 치르며 쌓은 인맥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다음번 기획자에게 넘겨줄 것”이라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이제 미술은 보고 즐기는 감상에서 인맥 장사, 네트워크의 힘이 성패를 좌우하는 인정투쟁, 사교경쟁의 양상으로 흘러간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처럼 인맥 프로모션이 미술판을 움직이는 시대다.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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