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한·일 우정’ 일본 연극이 달래준다
한국 찾은 일본 연극들
일본 연극이 몰려온다. 독도와 교과서 파동으로 초장에 김이 빠져버린 ‘2005 한·일 우정의 해’의 막바지를 연극이 접수할 태세다. 특히 일본의 양심세력을 대변하는 극단들의 문제작들이 잇따라 상연될 예정이어서, 빛바랜 ‘우정의 해’의 아쉬움을 달래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대학로에서 공연된 <빨간 도깨비>(연출 노다 히데키)가 전한 감동을 가슴에 담고있는 관객들에게는 일본 연극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절호의 기회다. 장르별로 맛보기=공연문화산업연구소가 주최하는 ‘일본의 현대연극 연속공연’은 부조리극, 서사극, 뮤지컬 등 세가지 장르의 공연을 선보인다. ?5c<빨간 새가 있는 풍경>은 일본 언더그라운드 연극의 1세대이자 부조리극의 대가인 베스야쿠 미노루가 29살 때 쓴 초기 걸작이다. 제작사인 ‘기야마 사무소’는 원폭투하를 다룬 뮤지컬 <맨발의 겐>, 지문날인을 다룬 연극 <선택> 등을 우리나라에서 공연한 바 있다. ?5c<윤봉길, 꺼지지 않는 불꽃>은 1930년대 군국주의 일본에 의해 억압받던 한국인의 마음을 일본인이 일본어로 들여다본 작품이다. <빨간…>과 <윤봉길…>은 장유진 등 유명 성우들의 동시통역으로 진행된다. 연속공연의 마지막은 판타지 뮤지컬 ?5c<은하철도의 밤>이 장식한다.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가 된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를 무대로 옮긴 것이다. 주옥같은 시적 언어와 신비한 음악, 역동적이고 우아한 춤이 만난다. 12월2~18일 서울 문화일보홀 (02)742-9870. 최첨단 실험연극=젊은 연극인들의 실험적인 연극을 소개하는 제8회 서울변방연극제는 일본의 대표적인 실험극단인 ‘스토어 하우스 컴퍼니’의 신작 <생추어리(Sanctuary)>를 개막초청작으로 상연한다. 이 작품은 일종의 ‘비언어극’이다. 걷기와 구르기, 일어서기, 쓰러지기 등 네가지 움직임과 벗어나기, 들어가기라는 두 가지 행위로, 소리와 언어를 박탈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일본 평단으로부터 “실제로 이토록 가깝게 ‘절실한 육체’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거나 “그야말로 현대연극의 첨예한 문제의식이 엿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25~26일 대학로 연우 소극장. (02)3673-5575. ‘텐트연극’의 원조=안산문화예술의전당은 1968년 창단한 일본 최고의 실험 연극 집단 ‘블랙텐트’의 <리니지:어느 시인이 들려주는 기묘한 이야기>를 18~19일 이틀동안 무대에 올린다. 테라야마 슈지 원작의 이 작품은 들개의 아들로 손가락질 받는 츠키오라는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미스터리적 요소와 마임, 가면놀이, 발랄한 음악 등이 어우러진, 온 가족이 함께 볼 만한 연극이다. 일본 텐트연극의 원조이기도 한 극단 블랙텐트는 창립 당시부터 김지하 시인, 김명곤 국립극장장 등 한국의 문화운동가들과 연대해 문화운동을 펼쳐왔다. 내년 초에는 김지하의 <똥씨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든 <쿠소시 모노가타리>를 공연할 예정이다. (031)481-3838. 낭독공연도 있다=한일연극교류협의회는 17~19일 <2005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을 연다. 극단 블랙텐트를 거쳐 1986년 재일교포들과 함께 ‘신주쿠양산박’을 창단해 일본 연극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 정의신의 <행인(杏仁)두부의 마음>을 비롯해 가라 주로의 <진흙 인어>, 베즈야쿠 미노루의 <나무에 꽃 피다>가 낭독된다. 각각 기국서, 오태석, 이윤택 등 한국 최고 연출가들이 연출했다. 낭독 공연 뒤 작가와의 대화가 마련되며, 20일에는 ‘한일 양국의 극장 양상과 극작가의 미래’를 주제로 심포지엄도 연다. 공연은 무료다.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02)744-0300.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