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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남도 절집에서 간직해온 선불교 보물들 광주에 처음 모였다

등록 2017-08-28 18:21수정 2017-08-28 20:23

국립광주박물관 특별전 ‘마음이 곧 부처’ 전시 현장
1200여년 전 구산선문 열린 뒤 호남에 뿌리내린 불교문화 조명
선승 고봉국사의 불감과 태안사 대바라 등 낯선 명품들 나와
험상궂은 보림사 불상은 첨단 미디어파사드로 입체감 재현
전시에서 새로 소개되는 명품 유물인 고봉국사 불감(순천 송광사 성보박물관 소장). 조선초 송광사의 법맥을 이어나갔던 선승 고봉국사가 갖고 다니며 발원했던 유물이다. 터키석 등으로 수놓은 화려한 지붕 장식을 달고, 불감 안에 비로자나불 등의 삼세불과 부처의 제자인 가섭, 아난상, 문수, 보현보살이 새겨진 금은판을 넣었다. 한국전쟁 당시 항아리에 넣어 묻으면서 크게 파손된 것을 최근 수리해 옛 모습을 되찾았다.
전시에서 새로 소개되는 명품 유물인 고봉국사 불감(순천 송광사 성보박물관 소장). 조선초 송광사의 법맥을 이어나갔던 선승 고봉국사가 갖고 다니며 발원했던 유물이다. 터키석 등으로 수놓은 화려한 지붕 장식을 달고, 불감 안에 비로자나불 등의 삼세불과 부처의 제자인 가섭, 아난상, 문수, 보현보살이 새겨진 금은판을 넣었다. 한국전쟁 당시 항아리에 넣어 묻으면서 크게 파손된 것을 최근 수리해 옛 모습을 되찾았다.
‘뭐가 중한디?’

금은판에 새겨진 투박하고 천진난만한 얼굴의 부처들이 묻는다. 명색이 부처상들 가운데 최고라는 진리의 화신 비로자나불이 떠꺼머리 학동처럼 동그란 눈망울을 빛낸다. 문짝 위를 지키고 선 지장보살님은 원숭이상처럼 새겨졌다. 실쭉 웃음 머금거나 멍한 눈으로 쳐다보는 부처님들 자태가 엄숙함은 간데없고, 마음을 편하게 다독거려주는 힐링의 이미지다.

불교탄압의 서슬이 시퍼렇던 조선 초기 남도 순천의 고찰 송광사의 선맥을 이어나갔던 큰스님 고봉국사는 평소 품에 안고 다니던 이 불감 속 금은판의 떼부처님들을 보면서 마음을 다스렸을 것이다. 한없이 넉넉한 얼굴과 몸체로 빚어졌으면서도 각기 제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후세를 살펴보는 스무분 넘는 부조판의 부처님들. 그들은 오직 마음을 곧바로 가리키며 자신의 본바탕을 보아 부처에 이르라는 선가의 가르침을 전해준다.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마음이 곧 부처’를 찾아가면 본관 전시장 안쪽에 나온 이 고봉국사 불감을 만나게 된다. 이 전시에 새롭게 소개된 명품이다. 터키석 등으로 수놓은 화려한 지붕 장식을 달고, 불감 안에는 비로자나불 등의 삼세불과 부처의 제자인 가섭, 아난상, 문수, 보현보살이 새겨진 금은판이 모셔졌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하면서 다른 유물들과 함께 항아리에 넣어 묻으면서 훼손됐다가 최근 옛 모습을 찾았다. 송광사 하면 백단목으로 만든 당나라 시기의 국보 목조불감이 유명하다. 하지만 바깥으로 나오기만 하면 큰스님이 돌아가시는 등의 변고가 난다는 징크스가 있어 이번 전시에는 빠졌다고 한다.

철로 만든 부처의 오른손(불수). 통일신라시대 철불에 붙였던 것으로 남원 실상사에 전해지는 유물이다. 손금까지 묘사된 것이 인상적이다.
철로 만든 부처의 오른손(불수). 통일신라시대 철불에 붙였던 것으로 남원 실상사에 전해지는 유물이다. 손금까지 묘사된 것이 인상적이다.
이 특별전은 9~10세기 중국 유학승들을 통해 이 땅에 들어온 불교 종파 선종의 흐름을 다룬다. 선불교는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명상과 참선을 통한 깨달음을 중시한다. 전시는 전국 각지의 산야에 자리잡았던 9개 수행집단인 구산선문의 문화예술을 호남에 자리잡은 3개 산문, 곧 남원 실상산문의 실상사와 곡성 동리산문의 태안사, 장흥 가지산문의 보림사의 유물들 중심으로 펼쳐 보여준다. 한국 미술사에서 이 땅의 선종 미술은 고승들의 무덤인 호화로운 석조부도와 탑비가 대명사처럼 각인되어 있다. 이 전시는 답사를 해야 찾아볼 수 있는 건축 유산을 벗어나, 선종이 구산선문으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9~10세기 통일신라 말부터 고려시대 초까지 주요 사찰의 소장 유물들을 일일이 수소문해 그 내면을 살피고자 했다. 구산선문이 처음 열리던 때부터 호남지역의 구산선문들과, 조선시대 호남의 송광사, 실상사 등에 이어진 선맥, 이후 조선 말기 초의선사를 중심으로 성행한 선사의 차문화까지 널리 흐름을 포착하되, 전반적으로는 선풍이라는 당시의 신앙적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게 유물들을 찾아 얼개를 갖추었다. 그만큼 독특한 선가의 유물들을 찾으려고 애쓴 노력이 보인다.

12~13세기 선불교 중흥운동을 일으켰던 보조국사 지눌이 신었던 신발(송광사 성보박물관 소장). 종려나무 껍질로 만들었다.
12~13세기 선불교 중흥운동을 일으켰던 보조국사 지눌이 신었던 신발(송광사 성보박물관 소장). 종려나무 껍질로 만들었다.
들머리에 나온 달마상부터 이채롭다. 조선 중기 화원 김명국의 그림인데, 저 유명한 상반신이 아니라 갈댓잎 조각 타고 양자강을 헤쳐가는 달마의 전신상이 나왔다. 그 뒤쪽엔 온통 붉은색 옷을 뒤집어써서 여인네처럼 농염한 인상까지 풍기는 조선 후기의 이질적인 달마진영도가 함께 내걸렸다. 조선 초 효령대군이 동생 세종과 왕비의 복을 빌며 만들었다는 태안사의 청동 대바라(불교 의례에 사용하는 타악기로 심벌즈와 비슷하다)도 눈을 때리는 유물이다. 지름이 1m에 가까워 현존한 바라 가운데 가장 큰 유물로 손에 들고 치기보다 한곳에 고정해두고 썼던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 중기 선불교 결사운동을 벌인 보조국사 지눌 스님이 신었던 종려나무 껍질로 만든 신발과 하버드대 옌칭도서관에서 국내로 들여온 가지산문 총림 보림사의 조선 초기 사적기인 <신라국무주가지산보림사사적>도 처음 대중 앞에 공개되는 유물들이어서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박물관 쪽은 덩치가 커 가져올 수 없는 보림사의 험상궂은 철불은 입체물 위에 내리 쏘는 ‘미디어 파사드’ 기법으로 실물 같은 입체감을 살렸다. 좀처럼 공개되지 않는 송광사 삼존불감은 3D 스캔 동영상으로 신비스럽게 재현했다. 하지만 기둥이 많고 획일적인 본관 전시장의 밋밋한 구조 탓에 첨단기법과 새 명품들을 조합한 새 틀거지는 별반 부각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10월22일까지. (062)570-7000.

광주/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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