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아시아 디바’전 들머리에 붙은 1970년대 명가수 김추자의 이미지 패널들. 김추자로 대표되는 1960~70년대 냉전시대 국내 대중음악 아이콘들과 당대의 생활문화를 현대미술의 시각으로 뜯어본 이색 전시다.
이번 연휴 때는 1970년대 명가수 김추자를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추자! 추자! 김추자’로 기억되는 열정의 춤과 노래로 당대 대중음악을 지배한 ‘여왕’. 그의 발자취들이 공공미술관에 들어왔다. 연휴 내내 열리는 서울 중계동 시립북서울미술관 1층 전시장. ‘거짓말이야’ 같은 김추자의 히트곡들이 울려 나온다.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을 내쏘는 전성기 그의 자태 3종 사진들이 들머리 벽에 붙었다. 공연 때 입은 반짝이 의상들은 거울등(미러볼)과 함께 설치작품처럼 꾸며졌다. 1960~70년대 냉전시대 한국과 아시아의 대중문화를 미술의 눈으로 재조명한 기획전 ‘아시아 디바: 진심을 그대에게’(10월9일까지)의 대표 출품작들이다. 방송 녹화 테이프와 그의 몸매가 현란하게 부각된 1970년대 리사이틀 포스터들도 함께 나와 향수를 더해준다.
서유석·김상희·양희은 등 그 시절 다른 인기가수들 음반, 방랑가객 한대수와의 대담 영상, 연예 스캔들을 담은 <선데이서울> 기사 모음집 따위가 그 시절 대중문화의 자락들을 되넘기게 한다. 다른 한편엔 김일성 화형식으로 끝났던 1970년대 반공궐기대회 풍경과 참석자들의 강퍅한 얼굴들, 파월장병 환송식 동영상, 북한 선전물 같은 경부고속도로 개통 홍보영화 등이 흘러간다.
전시 중·후반부는 내용이 복잡해진다. 미국 문화의 압도적 영향 아래 변모해간 다른 아시아권 하위 대중문화의 단면들, 여성 질곡을 상징하는 기지촌, 옛소련 고려인들의 생활상 같은 사진, 영상 자료들이 국내외 현대작가들이 투영한 사진, 영상 작업과 함께 펼쳐진다.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월, 추석 당일 휴관)도 들러봄직하다. 시민 2300여명한테서 소소한 인생 깨달음에 대한 문장들을 작은 나무판에 적게 한 뒤 받아서 미술관 벽에 촘촘히 붙인 강익중 작가의 전시 ‘내가 아는 것’(11월19일까지)이 열리고 있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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